※ The Verge의 「FILE NOT FOUND」를 번역한 글입니다.
아마도 2017년 무렵일 겁니다. 천체물리학자 캐서린 갈란드 교수가 처음으로 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 말입니다. 갈란드 교수의 공학 과목을 듣는 학생들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트엔진 터빈을 만들어보는 과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갈란드 교수가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줬지만, 적잖은 학생들이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려 해도 “프로그램이 파일을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죠.
처음에는 쉽게 고칠 수 있는 단순한 에러라고 생각했습니다. 갈란드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하고 나서 파일을 어디에 저장해뒀는지 물었습니다. 데스크톱에? 아니면 공유 드라이브 어딘가에 저장해뒀는지 물었는데, 학생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교수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학생들은 당연히 파일이 어디에 저장됐는지 모른다며, 그걸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아니 애초에 왜 그걸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반응에 도리어 더 당황했던 갈란드 교수는 지난 4–5년 사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교수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교수와 학생들이 컴퓨터와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갈란드 교수를 포함한 기성세대에는 컴퓨터 디렉토리나 파일을 보관하는 폴더가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학생들에겐 디렉토리나 폴더 같은 개념 자체가 무척 낯섭니다.
갈란드 교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교수들이 정말 많은데, 더 재미있는 건 컴퓨터의 폴더나 디렉토리 같은 개념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갑자기 등장한 시점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겁니다. 바로 2017년 무렵이죠.
서섹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린콘 콜링 박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심리학 전공과목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특정 디렉토리에 있는 파일을 열면 수업 자료가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멀뚱멀뚱 콜링 박사를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죠. 응용물리학자 니콜라스 구아린자파타 박사가 콜롬비아의 EAFIT 대학에서 비슷한 현상을 목격한 시기도 같습니다. 학생들은 자세히 위치를 일러준 파일을 못 찾아 헤매고 힘들어했죠. 같은 해 이공계(STEM) 교육자 포럼에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파일이란 무엇인지 기본적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는 정리정돈의 달인입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의 컴퓨터에는 수많은 파일이 복잡한 질서에 따라 있어야 할 폴더에 정확히 들어 있죠. 심지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도 카테고리별로 깔끔하게 분류돼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대학교를 다닌 구아린자파타 박사가 어릴 때는 여전히 종이로 인쇄해둔 문서들을 잘 분류해 보관해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는 지금도 자신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서류철을 보관한 서랍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랍을 열면, 그 안에 또 서랍이 있고, 종류가 다른 문서는 또 다른 서랍장에 세부 항목에 따라 나눠 서랍마다 보관하는 식이죠. 그렇게 착착 기준을 세워 정리해두면 어떤 문서를 찾아야 할 때 폴더를 따라가서 파일 제목만 보고 알 수 있잖아요.
구아린자파타 박사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디렉토리 구조라고 부릅니다. 컴퓨터 운영 체계가 파일을 위계가 있는 질서에 따라 폴더별로 분류하고 보관하는 방식을 본떠 사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컴퓨터가 파일을 그저 아무렇게나 일렬로 죽 줄을 세우듯이 보관하지 않을 거라고 가정합니다. “다운로드” 폴더든, “데스크톱” 폴더든, “문서” 폴더든 “내 컴퓨터” 안에는 각기 다른 이름의 폴더가 있고, 폴더마다 어떤 질서, 규칙에 따라 파일이 보관되는 거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플로피 디스크를 써본 분이라면, 아마 디렉토리 구조의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겁니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디렉토리 구조를 물리적인 정리정돈 방식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파일이 결국 컴퓨터 안의 어딘가 특정 구역에 실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갈란드 교수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반면 갈란드 교수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학생들에겐 저런 사고방식 자체가 외계어처럼 낯설었을 겁니다. 학생들과 자신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난 갈란드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저는 파일이나 아이템이 특정 폴더 안에 실제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폴더 이름이 일종의 주소가 되고, 그 파일을 찾으려면 주소를 따라 그 폴더에 가면 되는 거죠. 그런데 학생들은 달랐어요. 학생들 생각 속엔 폴더나 주소 개념이 없었어요. 컴퓨터가, 아니 이 세상이 그냥 커다란 하나의 바구니고, 그 안에 다 같이 섞여 사는 거예요.
프린스턴대학교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슈아 드로스만의 사고방식은 갈란드 교수가 묘사한 그대로입니다.
빨래할 옷들을 모아둔 바구니를 생각하시면 돼요. 모든 종류의 옷이든 베개 커버든 일단 한 바구니에 다 담아 두잖아요. 그러다가 바구니에 있는 걸 빼내야 하면 그 안에서 찾아서 빼는 거죠.
조직 연구와 금융공학을 전공하는 드로스만은 프로그래머이기도 합니다. 학부 저학년 때 디렉토리나 폴더에서 파일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직접 배웠죠. 지금은 프로그래밍할 때도 금융공학 분야에서도 디렉토리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압니다. 그러나 여전히 타고 난 게 아니라 나이 들어서 배워서 익힌 것이다 보니, 종종 실수하곤 합니다. 드로스만은 9개월 일정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중간쯤 와 있습니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파일을 최대한 디렉토리 별로 폴더를 지정하고 나누어 놓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 파일은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잘 정리해두려 신경을 쓰긴 쓰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파일이 너무 많아져서 이걸 분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순간이 온단 말이에요.
아직 분류하지 못한 파일을 모아둔 ‘미분류’ 폴더는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조지메이슨대학교 천문학과의 피터 플라브찬 교수도 학생들이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걸 봤습니다. 플라브찬 교수는 아직도 학생들이 왜 이 간단한 걸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제 연구실에 컴퓨터를 가지고 오는데, 그 컴퓨터를 보면 수천, 수만 개 파일이 그냥 컴퓨터에 마구 섞여 있어요. 저는 사실 편집증에 가까울 만큼 정리정돈이 돼야 일을 할 수 있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은 한 디렉토리 안에 전혀 다른 파일이 1천 개 넘게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다를까 생각하다 보니, 아마도 우리가 파일을 찾고 여는 방식, 경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서 그런 것 같아요.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언론을 전공하는 어브리 보겔도 드로스만과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보겔이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컴퓨터를 같이 쓴 적이 있는데, 그때 할아버지에게 많은 파일을 폴더별로 분류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 건지 배운 적이 있죠. 디렉토리 구조가 뭔지 어렴풋이 겪어본 적이 있지만, 자라면서 세대의 규범에 따라 보겔은 디렉토리 구조라는 걸 잊고 살았습니다. 보겔은 학교와 관련된 파일들을 한 폴더에, 일과 관련된 파일들을 또 다른 폴더에 전부 모아놓습니다. 어디로 분류하는 게 좋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파일들은 “기타” 폴더에 넣습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사실 파일들을 정리하고 분류해볼까 싶기도 한데, 그럴수록 거대한 혼돈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가족들이 제 컴퓨터 화면을 볼 때마다 기겁하면서 끝없는 잔소리가 시작돼요. 제 바탕화면에는 이것저것 아이콘들이 한 5만 개는 있을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난 걸까요?
글쎄요. 제가 처음에 컴퓨터를 접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당연히 파일을 어떻게 보관할지 그런 건 생각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로스만의 말입니다. 많은 교수들이 컴퓨터 파일 디렉토리 구조를 문서를 분류해 보관하던 서랍장에 비유했는데, 그로스만이나 보겔의 세대에는 이런 비유 자체가 전혀 와닿지 않을 겁니다.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숙제를 원드라이브(OneDrive)나 드롭박스(Dropbox)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제출한 세대입니다. 파일을 어딘가에 굳이 잘 보관해둘 필요가 없었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이 세대에 가장 익숙한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릅니다. 이런 앱들은 거대한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상에서도 원하는 것들을 잘만 찾아 보여줍니다. 굳이 엄격한 위계질서를 세워 정보를 분류해두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폰을 쓰는 보겔은 이런 구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말합니다.
스냅챗이나 트위터 할 때 어떤 순서를 가지고 글을 보지 않잖아요. 그냥 쭉 스크롤하면서 내려 보는 거죠. 어쨌든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저는 정확히 알고 찾을 수 있으면 된 거죠.
어쩌면 거의 모든 웹사이트나 앱이 검색 기능 위주로 재편된 이후의 세대에게 나타나는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젊은 학생들은 살면서 주어진 일을 하는 데 폴더나 디렉토리가 필요했던 적이 없던 거죠. 검색하면 다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인터넷 검색 엔진이 대중에 첫선을 보인 게 1990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러나 윈도즈 서치(Windows Search)나 맥 운영체계의 스팟라이트(Spotlight) 같은 제품이 기본적으로 깔린 건 2000년대 초반이었죠.
17학번 대학생들은 대부분 1990년대 말에 태어난 학생들이죠. 1998년 창업한 구글과 나이가 비슷하고,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세대입니다. 지금 교수들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젊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았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쉽게 검색 엔진에 접속할 수 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 학생들은 검색 엔진 없는 세상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죠.
맨해튼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천문학을 가르치는 사빅 포드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어렸을 땐 모든 걸 파일로 잘 저장해둬야 했죠. 그 파일을 어디에 저장해 뒀는지도 알고 있어야 했어요. 그땐 검색 기능이란 게 없었으니까요. 반대로 지금 학생들의 관념에는 파일이 어딘가 특정한 곳에 보관돼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요. 그냥 검색해서 검색 결과로 뜨면 그 파일을 불러오면 되는 거니까요. 빨래 바구니에 온갖 종류의 빨래가 다 섞여 있는데, 이 학생들에겐 원하면 필요한 빨래를 정확히 알아서 찾아주는 성능 좋은 로봇이 하나씩 있는 셈이죠.
어쩌면 지금 학생들에겐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 기술이 진보한 결과일 겁니다. 플라브찬 교수는 자신이 대학생일 때 교수들에게 느꼈던 세대 차이를 떠올렸다고 말합니다.
제가 학생일 때 “아니, 세상에 어떻게 마더보드에 칩을 납땜할 줄 모르는 학생이 있을 수 있지?”라고 말하던 교수님 있었거든요. 그 세대에선 당연히 이렇던 것이 다음 세대에는 당연히 이렇지 않을 수 있고, 그런 문제는 늘 있었잖아요. 세대마다 양상이 좀 달라지긴 해도 말이죠.
사실 디렉토리 구조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이 된 건 아닙니다. 여전히 구글 드라이브 같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모든 컴퓨터가 디렉토리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죠. 다만 맥이나 윈도즈 운영체계는 이용자들이 그런 걸 몰라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이용자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여러분이 스팀(Steam)에서 하는 다양한 게임(의 파일들)은 전부 “스팀앱스(steamapps)”라는 폴더에 저장돼 있을 겁니다. 그런 폴더 직접 클릭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오늘날 가상 세계는 뭐든 검색해서 찾아내고 불러올 수 있는 작동 방식을 토대로 합니다. 예전처럼 위계가 잡힌 파일 분류법을 꼭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요하는 직업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공계의 여러 분야에선 디렉토리 구조가 여전히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천문학자들은 같은 포맷의 파일을 수백, 수천 개씩 다룹니다. 검색 기능에만 의존하다 보면 프로그램에 부하가 걸릴 수 있어서 직접 체계를 만들어 잘 분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자가 쓴 코드를 실행하라는 명령을 내릴 때를 생각해 봅시다. 각 코드는 어떤 파일을 찾아서 열고 어떤 작업을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겁니다. 코드를 실행할 파일을 검색하는 작업은 기존의 검색 기능에 기댈 수 없습니다. 물론 검색 기능을 탑재한 프로그램 언어도 있습니다. 그러나 검색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가 많아서 아직 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파일을 보관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세대의 등장이 문제가 되는 게 주로 이공계 분야인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 컴퓨터 교육이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 과목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는 고등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에 폴더를 어떻게 만들어서 분류하고 그 안에 파일을 어떻게 저장하면 되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습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훨씬 더 잘 다루는 지금 학생들은 기본적인 것들을 할 줄 모릅니다. 갈랜드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는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디렉토리 구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이공계 전공 가운데도 고급 과목을 들은 학생이 아니라면 디렉토리 구조라는 개념을 접할 일이 없습니다.
보겔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컴퓨터 수업에서 파일을 폴더에 저장하는 법을 배웠던 기억을 어렴풋이 해냅니다. 그러나 정작 파일을 저장하는 폴더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1세기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는 교육 현장에서 그런 옛날 개념은 오래전에 뒤로 밀려났습니다.
젊은 세대가 세상 이치를 모른다고 비관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전 세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다루는 능력을 측정한 2018년 연구를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디지털 세상에서 컴퓨터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은 2%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섣부른 편견에 바탕을 둔 것일지 모릅니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익숙한 지금 학생들은 디지털 세계에 서투른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와 다른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익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가 디렉토리 구조는 잘 알지 몰라도 아마 자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보다 인스타그램은 하는 데는 훨씬 더 서툴 겁니다. 친한 학생 몇몇이 인스타그램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준 적이 있지만, 구아린자파타 박사는 아직 인스타그램을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활용해 하는 것과 우리가 컴퓨터를 활용해 하는 것이 완전 다른 것 같아요.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하는 게 아닐까요?
포드 교수도 동의합니다.
요즘 학생들 정말 똑똑해요. 천체물리학이 절대 쉬운 분야가 아닌데, 그 공부를 거뜬히 해내요. 그런데 그냥 파일을 정리하고 체계를 세워 보관하는 걸 못할 뿐이죠.
요즘 이공계 분야의 교육자들은 원래 자기 전공 분야뿐 아니라 이를 위한 도구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의 기본을 추가로 가르칩니다.
콜링 박사는 아예 디렉토리 구조를 기본부터 쭉 훑는 강의를 수업에 포함했습니다. 그는 파일을 찾는 과정을 운전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데 비유합니다. 학생들에게 디렉토리를 지도처럼 열어 보여주고, 그중에 찾아가야 할 지점을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게 하죠. 이 과정이 낯설 학생들을 위해 그는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비유를 다 동원합니다.
플라브찬 교수도 디렉토리 구조나 파일 확장자, 터미널 내비게이션 등 컴퓨터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데 수업의 상당부분을 썼습니다. 구아린자파타 박사도 학기 초반에 기본 개념을 짚고 넘어가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 컴퓨터가 무엇인지부터 학생들과 같이 살펴봐요. 메모리가 있고, 하드 드라이브가 있고, 인터페이스가 있고, 파일 구조도 있고, 각각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는 거죠.
아무리 명료한 설명을 들어도 이를 관념적으로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디렉토리 구조를 단번에 이해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원래 당연히 그렇다고 알고 있던 것을 새삼 기초부터 설명하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컴퓨터) 파일이 뭔지는 다 알 것이다. 그러나 그게 뭔지 설명하려고 하면 막막해진다.
- 이공계 교육자 포럼에 2019년 한 교수가 쓴 글
포드 교수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들 만한 비유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트윗을 올렸습니다. 줄기와 가지, 잎이 있는 실제 나무, 용도에 따라 주방 도구를 분류해놓은 부엌의 서랍장, 도서관의 책 분류법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재미있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냥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잠깐 꺼두라고 하고, 윈도즈98을 실행시키고 그 안에서 뭐든 해보라고 시키면 금방 배울 겁니다.
갖은 비유와 방법을 이용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콜링 박사는 학생들이 아직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너무 당연한 걸 개념부터 설명하는 일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죠. 플라브찬 교수도 엄연한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합니다.
우리가 쓰는 몇 가지 기술, 도구는 지금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을 토대로 가동되는 것일 뿐입니다.
반면에 교수들이 학생들의 생각, 가치관에 맞추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갈랜드 교수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빨래 바구니 모델이 어쩌면 더 우월한 모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신이 구축한 디렉토리 체계에서도 찾지 못했던 중요한 문서나 약속 일정을 컴퓨터의 검색 기능을 통해 찾게 된 경험을 하고 나서 그런 생각은 확신이 됐습니다.
와, 이 모든 하위 폴더가 다 소용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컴퓨터의 기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렉토리 구조를 수업에 포함한 교수들도 어쩌면 머지않아 굳이 몰라도 될 ‘예전 방식’이 될 개념을 억지로 고수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플라브찬 교수는 아예 디렉토리 구조를 배우는 강의를 개설할까 생각하지만,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지금 학생들이 자라서 교수가 되면, 그때는 결국 이 세대가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술을 다룰 거 아녜요. 그 방식은 뭐가 됐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닐 텐데, 굳이 이 방식을 수고를 들여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플라브찬 교수는 동료 교육자들에게 변화를 받아들이자고 말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앞으로 계속 많아지겠죠. 갑자기 내년부터 우리 세대에 익숙한 예전 방식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학생들이 입학할 리가 없잖아요. 받아들입시다. 변화를 빨리 받아들일수록 우리가 편해질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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