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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에서는 무슨 맛이 나는가: 〈결혼작사 이혼작곡〉

2021년 9월 3일 by 세상의 모든 문화

매운 맛을 싫어한다. 매운 맛이라고 읽지만, 사실은 아픈 맛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날이 되면 이상하게 그 매운 맛, 아픈 맛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맛을 찾게 된다. 먹고 나면 또 아프다. 다음날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곤욕이다. 시간이 흐른다. 어떤 날이 된다. 반복이다. 나는 매운 맛을 좋아하는 것일까, 싫어하는 것일까.

막장 드라마가 나한테 딱 이런 꼴이다. 나는 막장 드라마를 싫어한다.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엔가 현타가 온다. 왜 이런 걸 보는 걸까. 이게 뭐라고. 자극에 자극에 자극을 더해서, 그저 자극적이기만 할 뿐 아무것도 주는 게 없는데. 물론 드라마라는 것이 꼭 무엇을 얻기 바라면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순수 자극이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만 보는 것이 백 번 옳다. 하지만 다음날 나는 다음 화를 찾아본다. 반복이다. 나는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일까, 싫어하는 것일까.

최근 아내의 추천으로 본 막장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낄낄거리는 아내에게 저런 걸 왜 보느냐고 냉소를 짓곤 했는데, 아내가 딱 한 번 맛 좀 보라고 해서 이제는 내가 꼭 그런 모습을 했다. 이쯤 되면 분석을 안 할 수가 없다. 막장 드라마의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분야 거장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두 가지 정도로 말해보고 싶다. 하나는 상상력의 날개가 펼쳐서 어디까지 도달하는지를 보는 재미. 막장 드라마의 상상력의 날개는 보통 드라마가 가진 날개보다 그 용량이 가히 압도적으로 높다. 일반 드라마가 그냥 상상 더하기 수준이라면, 막장 드라마는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한 수준이다.

‘분명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되겠지’ ‘이 정도면 장대 끝이겠지’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가볍게 한 발, 두 발, 세 발을 나가버린다. 마치 ‘원래 길이란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라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매회 아슬아슬하게 그 막장의 리즈를 갱신하니 빨리 다음 화를 외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상상해도 소용없다.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니 그걸 보는 재미란 엄청날 뿐이다.

또 하나의 재미는 숨겨진 욕망을 보는 대리만족과 안도감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있고, 대부분의 욕망은 숨겨져 있다. 숨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사회적인 제도나, 도덕, 윤리, 사회적 지위 등에 의해서 그것을 마구 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영역에 있는 욕망이란 대부분 금지된 것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 욕망이란 금지된 것일수록 매혹적으로 보이고, 강렬하다.

막장 드라마는 그 숨겨진 욕망, 금지된 욕망이 어디에도 메이지 않은 상태로 폭발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버린다. 그런 장면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에 감춰진 욕망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지, 바로 저거지, 저런 모습이 내가 도달해보고 싶었던 욕망의 끝이구나, 와 정말 끝내준다,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지된 욕망이 그러하듯, 역시 그 끝은 파멸이다. 금지된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파멸을 향해 도착한 욕망의 끝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지, 역시 저런 종류의 욕망은 감춰져 있고, 억눌려 있고, 마음껏 펼쳐지지 않은 것이 좋은 거야, 결국에는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고 저렇게 끝난다니까, 미련하긴 멈췄어야지. 막장 드라마가 주는 교훈이라면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라는.

시즌 2 포스터만 봐도 맵다(…)

현재 시즌 3을 기다리는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은 막장이긴 하지만 〈펜트하우스〉에 비하면 훨씬 순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바람이 이야기의 대부분이기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더 매운 맛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 경우에는 〈펜트하우스〉처럼 한없이 기 빨리고 아프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적절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즐겨볼 수 있었다. 막장 드라마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원문: 세상의 모든 문화 / 글: 김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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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문화,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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