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삶일까? 치매를 진단받아도 내가 살던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노인성 질환인 치매환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를 암보다도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한다. 치매는 장기간 치료 및 병간호로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가족 간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실시했으며, 그 중심에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노원구 치매안심센터는 2009년에 개소해 지역주민의 치매 조기발견과 치료를 독려하는 치매조기검진사업,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인식개선사업, 대상자 상태별 예방등록관리사업, 지역 유관기관과 연계해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지역자원강화사업, 치매환자 대상 맞춤형 비약물프로그램 제공, 가족이 쉴 수 있게 쉼터 및 가족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제4차 치매종합관리대책에 따라 수요자 관점의 치매서비스 구현을 위해 치매환자의 지속적인 지역 거주(Aging in place)를 지원하고자 한다.
센터는 최근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알로하하하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리빙랩 프로그램으로, 사회혁신네트워크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와 함께한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은 아직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기능의 변화가 생겨 예방이 필요하다.
야심 찬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처음 모집부터 난항을 겪었다. 일단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특성상 무기력하고 만성적인 우울 정서 때문에 주기적인 참여가 어려웠다. 전통춤이 아닌 ‘훌라’라는 생소한 춤을 배운다는 일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했다.
하지만 무기력은 어느새 설렘과 기대감으로, 자신감 없던 모습은 무대에서의 센터 경쟁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자꾸만 틀리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다가도 가족과 센터 담당자의 끈기 있는 지지로 연습하고 힘을 냈다. 나우 총감독인 이한철 감독과 하와이 문화원 유은영 선생의 열정도 더해졌다. 결국 합창단은 많은 사람 앞에서 멋진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가수가 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는데 점점 기억력이 나빠지면서 가사를 까먹게 되니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틀려도 괜찮다니 희망이 생깁니다.
지금 전 세계는 치매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며,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면서 치매돌봄영역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눈부신 비약이 이뤄졌다. 그동안 치매환자는 질병치료와 돌봄의 수동적인 대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가 주체로 나서는 리빙랩 방식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었다.
치매가 있어도, 인지기능의 변화가 있어도 즐거운 삶을 유지해야 한다. 치매치료와 돌봄활동에서 당사자가 중심이 돼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할 그 날을 향해 민·관·산·학과 함께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을 함께 내딛길 희망한다.
원문: 이로운넷 / 글: 정나나 노원구 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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