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다른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호흡기 이외에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 감염은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주요 초기 증상으로 미각 및 후각 상실을 일으키며 감염에서 완치되어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도 브레인 포그(brain fog)로 알려진 집중력 장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최근 영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아담 햄프셔(Adam Hampshire)가 이끄는 연구팀은 본래 영국인들의 인지 능력과 지능을 조사하는 대규모 연구(Great British Intelligence Test)를 진행했습니다. 20–70세 사이의 11만 명 이상의 연구 참가자들은 주기적으로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에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쳤기에, 연구팀은 매우 우연한 기회로 코로나19가 지능과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2020년 12월까지 8만 1,337명의 대상자 가운데 1만 2,000명의 코로나 19 확진자를 확인하고 IQ 테스트와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회복되어 퇴원한 이후에도 코로나 19 감염의 심각도에 비례해서 검사 결과가 이전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증상이 경미한 사람보다 증상이 심한 사람, 입원하지 않은 사람보다 입원한 사람, 입원했지만 인공호흡기가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했던 사람이 인지 능력 감소 수준이 심각했습니다.
특히 인공호흡기가 필요했을 정도로 감염이 심각했던 환자는 회복되어 퇴원한 이후에라도 인지 기능 종합 점수(global composite score) 0.47 SD(표준편차)만큼 감소했는데, 이는 표준 IQ 테스트로 환산하면 7점 점도 감소하는 수준입니다. 이것이 코로나 19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중환자 치료로 인한 합병증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인지 능력 저하를 유발하는 셈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후 인지 장애가 일시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후 인지 능력, 기억력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만 이제 밝혀졌을 뿐입니다. 만약 이 효과가 만성적이라면 일반적으로 인지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점을 생각할 때 미래에 치매 유병률이 올라가거나 하는 2차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우려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연구팀은 이런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백신을 맞는 것이 더 안전한 대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돌파 감염의 증가에도 코로나 19 백신의 중증 감염 예방 효과는 아직까지 매우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백신이 감염 가능성도 줄여주고 중증 감염 및 사망 가능성은 더 낮춰주는 걸 생각하면 지금 시점에서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Rich Haridy, UK study detects cognitive deficits in recovered COVID-19 patients, newatlas
- Cognitive deficits in people who have recovered from COVID-19, EClinical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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