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와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신규 고객과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② 오리지널 슈퍼 IP를 발굴하고, 다양한 IP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기업별 기반이 다르다 보니 주안점을 두는 방향이 조금씩 다른데요. 지난 회차에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의 사례는 이미 다뤘으므로, 또 다른 국내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인 리디주식회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종이책은 실물로 소장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그렇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은 서비스가 종료되면 어떡하나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도 리디주식회사에서 판매하는 이북 리더기 상품 Q&A에는 “리디북스가 망하면 샀던 이북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달리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걱정 어린 질문처럼 리디주식회사가 앞으로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리디주식회사가 어떤 사업을 전개해왔고, 앞으로 그 향방이 어떻게 될지 함께 살펴봅시다.
리디, 전자책 서점과 전자책 단말기 등 다양한 전자책 사업 전개
① 온라인 전자책 서점 서비스
- 2009년, 온라인 전자책 서점 서비스 ‘리디북스’ 출시
② 전자책 단말기
- 2015년, 전자책 단말기 ‘리디페이퍼’ 1세대 출시
- 2017년, 2019년 각각 2, 3세대 출시
③ 전자책 구독·월정액 서비스
- 2018년, 전자책 구독·월정액 서비스 ‘리디셀렉트’ 출시
- 2018년, IT 전문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웃스탠딩’ 인수
- 2019년, 리디셀렉트에 최신 해외 뉴스를 볼 수 있는 ‘아티클’ 서비스 추가
※ IT 전문 뉴스 서비스: 광고 아닌 정액제 수익 모델을 사용해 전통적인 기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블로그, 웹툰 형태를 차용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두루 활용함.
④ 콘텐츠 큐레이션/마케팅
- 2018년, 콘텐츠 큐레이션 채널 ‘책 끝을 접다’를 제공하는 ‘디노먼트’ 인수
※ 책 끝을 접다: 책 소개 콘텐츠를 카드 뉴스와 북 트레일러 형태로 제작해 페이스북·유튜브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음.
전자책 사업, 지급 수수료가 크고 성장성이 아쉬워
리디는 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자책 부문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소비자는 대부분 기존 독서 인구이며, 전자책 사업은 영업 이익률이 낮아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요.
(저의 얕은 경제 지식으로) 리디의 2019년 재무제표를 살펴봤을 때, 영업수익(매출)이 약 1,151억 원, 지급 수수료가 약 950억 원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매출의 약 82%에 달하는 비용을 도서 출판사와 CP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사용한 것이죠.
심지어 2016년에 이 지급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공급률을 인하하려고 했다가, 출판계의 반발로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리디, 웹툰·웹소설·애니·게임 사업 등으로 눈 돌려
반면 웹툰과 웹소설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받습니다.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는 2013년 1,500억 원에서 2020년 1조 원으로 6배 이상 커졌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기업들도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 눈독을 들이죠. 덧붙여 유통사의 입장에서 웹툰·웹소설은 일반 도서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도 합니다.
전자책 사업에 한계를 느낀 리디는 웹툰·웹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으로 외견을 넓히기 위해 행보를 전환해왔습니다.
⑤ 웹툰·웹소설 사업
- 리디북스 모바일 앱 개편: 2020년 9월, 리디북스 모바일 앱에 웹툰과 웹소설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앱을 개편했는데요. 기존에도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고는 있었지만, 이는 전자책이 아닌 웹툰과 웹소설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기념비적인 개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인기 웹소설 작품 노블코믹스화: 『상수리나무 아래』 『시멘틱 에러』 등 시장성을 검증한 인기 웹소설 IP를 웹툰화하는 시도를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 대규모 웹툰 공모전 개최: 2020년 7월에는 3.6억 원 규모의 웹툰 공모전을 개최했고, 올해 8월에도 웹툰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인데요. 이를 통해 오리지널 웹툰 IP를 발굴하고, 유수의 제작사와 협업해 2차 창작물로 IP 사업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⑥ IP 비즈니스 사업
- 2020년, IP 콘텐츠 허브 자회사 ‘오렌지디’ 설립: 리디북스가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라면, 오렌지디는 리디만의 자체 IP를 발굴 및 확보해, 출판·연재, 웹툰·게임·애니메이션·공연·영상화 등 IP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인데요. 위에서 소개한 웹툰 공모전 역시 오렌지디에서 주관합니다.
⑦ 애니메이션 사업
- 2019년, 애니메이션 구독 서비스 ‘라프텔’ 인수
- 2021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쉘터’ 투자
⑧ 게임 사업
- 2020년, 게임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2dc 설립
※ 2dc: 애니메이션·만화·소설 등 2차원 2D 콘텐츠를 게임과 연결하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현재 여성향 모바일 게임 ‘반만 남은 세계’를 국내에 퍼블리싱 중.
⑨ 글로벌 웹툰 사업
- 2020년 11월,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 북미 시장 출시: 론칭 5개월 만에 80만 다운로드 돌파
리디, 콘텐츠 사업 생태계에서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리디주식회사는 전자책 유통이라는 전문화된 사업 영역을 구축했으나, 전자책 사업이 갖는 낮은 성장성과 이윤 확대의 어려움이라는 한계에 직면했는데요. 돌파구로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웹툰·웹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비즈니스 기업으로 외견을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오렌지디 등에서 발굴한 IP를 리디북스와 만타에서 유통하고, 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도 직접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실로 작년에는 2019년 대비 매출액이 35% 상승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배기식 리디 대표이사는 이를 두고 2020년은 “리디가 오랜 기간 연구하고 시도해 온 콘텐츠 확장 전략이 성과로 입증된 의미 있는 한 해였다”였다며, 2021년은 “콘텐츠 경쟁력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성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발굴·육성 역량과 견주려면 한참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오래전부터 웹툰 작가를 관리하고 수익 공유 시스템을 구성해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작·유통합니다. 카카오엔터의 경우에도 작년 하반기에만 1,000억 원 이상을 웹툰 IP 투자와 기업 인수에 사용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웹소설 연재 사이트인 ‘스테이지’를 오픈해 웹소설 작가들을 발굴할 계획이죠. 그에 비해 리디는 콘텐츠 공급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웹툰을 가져옵니다. 웹툰 공모전을 운영하는 것 외에 콘텐츠 IP를 확보할 방안을 뚜렷이 내세우지 못해 아쉽습니다.
글로벌 부문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10개 언어로 번역해 100여 개 국가에 자사 웹툰을 서비스하고, 올해 9,000만 명이 이용하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는데요. 카카오엔터도 이에 뒤질세라 북미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각각 인수했고, 카카오가 보유한 IP를 인수한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리디가 서비스하는 웹툰 서비스 ‘만타’는 해외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와 경쟁해야 합니다.
올해 5월, 네이버와 카카오가 치열한 경쟁 끝에, 네이버가 CJ와 손을 잡고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인수한 사례처럼 앞으로도 국내외 콘텐츠 비즈니스 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사이의 큰 격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디는 앞으로 IP를 확장할 밸류체인 확보와 슈퍼 IP 발굴에 집중하겠지만, 두 양대산맥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글 「네이버가 웹툰 IP를 확장하는 방법」과 「카카오가 웹툰 IP를 확장하는 방법」에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의 행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덕질시스터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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