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만화 강대국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연재처는 《주간 소년 점프》이다. 《주간 소년 점프》는 1990년대를 풍미한 작품인 『드래곤볼』부터 『원피스』 『나루토』 『데스노트』뿐 아니라 최근 메가 히트작으로 급부상한 『귀멸의 칼날』까지 모두 연재된 잡지사로, 2000년대 일본 만화 역사를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종이 출간물인 《주간 소년 점프》는 점진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발달로 인한 변화는 디지털 만화 콘텐츠인 ‘웹툰’을 앞세우는 한국 웹툰 플랫폼의 기회가 되었다. 현재 NHN의 코미코, 네이버의 라인망가, 카카오의 픽코마 등 한국 웹툰 애플리케이션이 진출해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을 이끌어간다.
카카오의 디지털 만화 애플리케이션인 픽코마는 2017년 6월을 기점으로 《주간 소년 점프》의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소년 점프+’를 추월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제치고 일본 양대 앱 마켓(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에서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1분기에는 비게임 앱 매출에서 글로벌 9위를 기록하고, 전 분기 대비 매출 성장률에서 세계 3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픽코마는 어떻게 일본 시장을 사로잡은 것일까?
후발주자 픽코마, 다른 전략을 세우다
라인망가와 코미코는 2013년, 픽코마는 비교적 늦은 2016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미코는 초반부터 100% 오리지널 작품을 모두 무료로 제공했다. 유료 콘텐츠가 익숙한 일본에서 만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현지 독자들의 큰 반응을 얻어냈다. 또한 코미코는 작품 투고를 통해 작가를 선발하는 스타덤 시스템으로 현지에 적합한 웹툰을 연재해 코미코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한편 라인망가는 출판 만화의 단행본을 디지털화한 e북 개념으로 서비스를 런칭했다. 단행본의 인기가 높은 일본 문화에 철저히 맞춘 현지화였다. 초반부터 현지의 출판사, 레이블을 통해 10만 점 이상의 일본 현지 만화를 단행본 기준으로 유통했고, 한국 웹툰 콘텐츠를 추가했다.
반면 픽코마는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待てば0円)’를 그대로 도입했다. ‘기다리면 무료’를 적용하기 위해 일본의 단행본을 한국의 웹툰처럼 회차 단위로 제공하는 강수를 두었다.
단행본이 익숙한 일본에서 모든 만화를 회차 단위로 판매한 모험적 전략에는 수익성 이외에 2가지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볍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의 확보이다. 픽코마는 모바일 기반의 스낵컬처에 적합한 만화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즉 단행본 1권을 열독하는 독자보다 출퇴근 길에 가볍게 만화를 소비하는 독자들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의 실질적인 경쟁상대는 단행본 시장이 아닌 모바일 게임이라 언급한 바 있다.
두 번째는 고객 충성도의 확대이다. 픽코마는 유저들이 ‘기다리면 무료’를 통해 결제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으로 픽코마에 방문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러한 전략이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귀멸의 칼날』의 단행본은 1억 부 이상 팔렸으며, 『원피스』는 누적 판매량이 4억 부가 넘는다. 이처럼 단행본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음에도 이를 회차 단위로 쪼개고, 무료로 제공하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에 일본 현지 출판사들의 의구심은 상당히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픽코마의 전략은 일본 시장에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픽코마는 후발주자임에도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이루어 업계 1위를 유지하던 라인망가를 밀어내는 데 성공한다. 픽코마의 급성장으로 인해 단행본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라인망가도 뒤늦게 회차 단위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했다.
새로운 관점과 도전으로 과감하게 일본 시장에 진출한 픽코마. 다음 글에서는 직접 사용해본 픽코마의 시스템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원문: 덕질시스터즈의 브런치 / 글: 강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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