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먹을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별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누군가 먹어보지 않은 미지의 맛을 찾아 떠나는 인류의 식신로드는 화성 탐사만큼이나 위대한 듯하다. 뭐 화성도 쉽게 오가게 된다면 거기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않겠어? 마션처럼 감자 농사를 지어 화성 회오리 감자 꼬치를 판다던지(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음료 또한 한때는 위험하게 여겨진 적도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정신을 깨워버리는 커피를 두고 유럽에서 ‘사약’ 취급을 하여 사형수에게 먹인 적도 있었고(그는 장수했다). 반대로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명약이라며 수은을 마시다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역사의 러시안룰렛이란 그런 것이다. 별미에 대한 욕심에는 언제나 논란이 있다.
맛으로는 나올 것 다 나온 요즘 시대에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새로운 종류의 음료가 해외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바로 ‘카나비스(Cannabis)’ 음료다. 한국말로 하면 ‘대마초 음료’다. 잠깐만 이건 불법이잖아.
누구인가 누가 대마초로 음료를 만들겠다 했나
아마 한국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 2018년 10월 캐나다에서는 G7 국가 가운데 최초로 ‘여가용 대마초(마리화나)’를 합법화하게 된다(캐나다라도 한국 사람이 흡연, 구매, 소지, 운반하는 것은 범법행위다).
이어 2019년에는 대마초의 성분(THC, CBD)을 활용한 음료를 합법화시킨다. 소량이 들어갈 것, 알콜을 없앨 것 등의 건강상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는 새로운 음료 시장의 문을 열어버렸다. 바로 ‘대마초 성분’을 활용한 무알코올 음료를 만드는 것이다.
캐나다의 ‘프로빈스 브랜즈’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보리 대신 대마초로 음료를 만든다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만드는 무알코올 맥주(라고 부르고 CBD 함유)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민간 투자도 받았고, 유럽시장까지 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마셔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맛이 아니라 돈에 취했다고? 빠르게 사그라드는 그린 러시
캐나다는 합법화 이전에 암암리에 대중화가 되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는 합법화를 했다. 이어 다른 국가에서도 점점 대마초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렇다면 대마초 음료의 시장은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그린 러시(Green Rush)’라고 불렀다. 투자가 몰리고, 대마초 관련 스타트업들은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제품이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맛이 없었다. 게다가 캐나다는 합법화는 되었지만 제품 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제조나 품질의 기준이 까다로웠다고 한다. 결국 이 기준을 맞추면 가격이 올라가고, 호기심으로 접한 사람들도 두 번은 찾기가 어려운 제품이 되었다.
결국 캐나다 대마초 기업의 주가는 나락으로 돌진했다. 마리화나 관련 ETF는 70% 가까이 급락을 하기도 했다. 자본 모집들도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이렇듯 반짝 인기로 사그라들 때 위기의 마리화나를 구해줄 인물이 나타났다. 미국의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다. 당시 대선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카드를 꺼냈거든.
결국 사람들이 취해 있던 것은 ‘새로운 맛과 효능의 음료’가 아닌 미개척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주머니를 채워줄 종목이었다. 먹고 마시는 것 앞에 자본이 있었구나(아니다).
대마초는 음료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대마초 성분으로 음료를 만드는 이들은 말한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음료와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지난해 홍콩에서는 의료용 대마초 카페 ‘파운드’가 영업을 하기도 했다. 몸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수준의 대마초 성분(CBD)을 넣은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했다.
그렇다. 대마초의 성분 중 하나인 CBD가 가진 염증 완화, 불안과 통증 우울증 완화에 주목한 것이다. 한국과는 인식이 다른 국가들에서 대마초는 식음료 트렌드 중에 하나로 떠올랐다. 이제는 맥주뿐 아니라 주스, 에너지 드링크, 탄산수 등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 속의 제품으로 기능성을 봐야 하는지, 제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대마초 음료는 알코올, 카페인을 이어가는 새로운 음료의 패러다임이 될까? 물론 이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는 더욱 먼(혹은 오지 않을) 이야기일 것이다. 복어가 될지, 수은이 될지 접할 수도 알 수도 없지만 역사의 한 장면에서 거리를 두고 이런 논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번외: 한국에서 대마초 음료가 나올까?
아마도 나오기 힘들 겁니다. 대마초는 인체에 대한 유해성과 중독성, 의존성이 명백한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대마초는 자신은 물론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들도 있습니다(프랑스에서는 10년 사이 마리화나 간접흡연으로 중독 증세를 보인 어린아이가 2배 넘게 증가하였다). 다행히도 한국은 대마초 관리가 잘 되는 편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은 맛있는 음료에 관심을 가지고, 위험한 것에 손대는 것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대마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리되는 마약입니다. 마약신고는 검찰청1301, 경찰청112, 관세청 125로 하시면 됩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899-0893을 이용하면 됩니다.
원문: 마시즘
참고 문헌
- 김경미, 「북미 시장 달구는 ‘대마초 음료’ 개발」, 서울경제, 2019.1.9
- 김미혜, 「대마초 업계, 수요 급증 속에 M&A 붐」, 글로벌이코노믹, 2020.8.12
- 김주동, 「‘합법 6개월’ 캐나다 대마초, 판매는 일단 기대 이하」, 머니투데이, 2019.4.15
- 남지현, 「대마초 합법화한 캐나다, ‘대마초 테마주’ 폭락한 이유」, 조선일보, 2021.4.20
- 유성호, 「‘2020년대 식음료 산업 트렌드 예측’… 식물성단백질, CBD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까지」, 소믈리에타임즈, 2020.1.9
- 윤재준, 「홍콩에 첫 의료용 대마초 카페…커피·맥주 판매」, 파이낸셜뉴스, 2020.9.21
- 진영화, 「캐나다 대마초 `합법 1년`…그린러시, 악몽되다」, 매일경제, 2019.10.24
- 「미국에서 출시된 ‘대마초 성분 음료’」, YTN, 2018.3.21
- 「캐나다도 ‘대마초 합법화’…‘그린러시’ 열풍, 우려는?」, KBS, 2018.10.15
- Mary Ellen Shoup, Joint venture to launch beer made with cannabis and hemp ingredients, beveragedaily, 2018.1.12
- Mary Ellen Shoup, Canadian company files technology patent to brew cannabis beer, welcomes competition from Constellation Brands, beveragedaily, 20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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