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아침을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서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침을 잘 먹어두면, 점심까지 속이 든든해 간식을 찾거나 폭식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아침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는 없고, 베이글이나 시리얼 같은 식단은 뭔가 든든한 식사를 했다기보다 대충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건강하게 식사를 했다는 느낌도 덜하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몇 달 전 ‘오버나이트 오트(Overnight Oats)’를 알게 됐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한국에서 오트(oats), 즉 ‘귀리’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해외에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대개 뜨겁게 죽처럼 만들어 먹는데,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호텔 조식으로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뜨거운 오트밀 죽은 뭔가 심심해서 나랑은 잘 맞지 않았다. 오트가 건강음식이란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 공터에서 열리는 농산물 직판장 (Farmer’s Market)을 둘러보던 중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작은 용기에 담아 시식하는 코너를 우연히 접했다.
조리법은 간단했다. 오트에 우유를 부어 자작하게 하룻밤 담가놓는 게 핵심이다. 슈퍼 푸드로 불리는 ‘치아시드(Chia Seeds)’도 오트와 함께 넣은 후 용기를 냉장고에 넣어둔다. 말 그대로 ‘오버나이트’(밤사이), 우유를 잔뜩 흡수한 오트와 치아시드가 통통하게 불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그 위에 그릭 요거트 (Greek Yogurt)와 피칸, 호두, 잣 같은 견과류나 블루베리, 바나나 같은 과일 등 온갖 건강식품을 토핑처럼 얹은 후 섞어 먹는 것이다.
다음날, 하룻밤을 기다린 ‘오버나이트 오트’의 용기 뚜껑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본다. 통통 불은 치아시드와 오트 위에 내가 좋아하는 4–5종의 견과류를 넣고 요거트와 함께 섞으니 꽤 꾸덕꾸덕해졌다. 빵도 죽도 아닌 것이 과연 이게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한 입 베어 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닥까지 싹싹 훑어 먹었다.
아삭아삭한 견과류의 크런치함과 달콤한 과일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냉장고에 하룻밤 넣어 놓은 덕분에 시원하면서도 바삭한 게 오독오독 씹는 재미를 더했다. 몸에 좋은 식품은 다 들어가 있으니, 먹는 동안 부담도 덜하고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속이 정말 든든하다. 밤새 우유에 담가진 치아시드는 10배 정도 사이즈가 불어나기 때문에, 섭취했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준다.
아침으로 먹으면 오후 1–2시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속이 든든하니 단 음식이나 간식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일부러 책상 위에 두고 먹으려고도 해도 손이 잘 가지 않았던 견과류들도, 이렇게 섞어 먹으니 씹는 재미가 더해져 더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변비로 고생했었는데, 식이섬유가 많은 오트밀과 치아시드 덕분에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한 번은 친구들과 2박 3일 캠핑을 가서 아침으로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만들어서 소개해줬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먹어본 친구들 모두 한 입을 베어 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뜻밖의 기대 이상의 맛이라 반갑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날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 대신, 온갖 좋은 재료는 다 들어간 오버나이트 오트밀로 건강한 아침을 맞이했다. 또한 별도의 조리 없이 간편하게 떠먹으면 되니 설거지 거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오버나이트 오트밀’. 꼭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그 맛에 빠지면, 나처럼 당신도 매일 아침이 기다려질 것이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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