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역습이 시작되나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대대적인 앱 리뉴얼에 나섭니다. 업데이트는 6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인데요. 미리 바뀐 UI/UX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배민은 이번 개편에 진심인 모양새입니다. 사전 체험을 통해 살짝 엿본 배민의 새로운 얼굴은 정말 많이 달라졌는데요. 무려 11년 만에 이렇게 큰 변화를 시도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 쿠팡이츠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습니다.
최근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을 앞세워, 일부 지역에서는 배민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자 배민 입장에서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이번 개편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도 바로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입니다. 배민1은 쿠팡이츠와 동일한 형태로 배달 기사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을 받아들였고요.
다만 고객이나 식당 업주들이 일반 배달과 단건 배달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차이점입니다. 특히 배민은 기존 인프라와 노하우가 있기에, 단시간 내 확장시켜 다시금 쿠팡이츠와의 격차를 벌릴 셈입니다.
이제 날 커머스라 불러다오-
하지만 배민1만큼이나, 이번 개편에서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배민이 슈퍼앱을 지향하는 걸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우선 총 7가지 영역으로 첫 화면을 구성하였는데요. 이 중 과반수인 4개 영역이 배달과 상관없는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커머스 기능들인데요. 특히 기존 B마트를 마트 장보기라는 이름으로 변경하며, 독립된 서비스 형태에서 배민의 내부 기능으로 바꾼 점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바뀐 화면에서, 배민 앱 내 커머스 파트의 위상이 올라갔음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기존에도 쇼핑라이브, B마트, 선물하기 등의 아이콘이 목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긴 했지만 치킨·피자 등 여러 배달음식 카테고리 중 하나와 동일한 수준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 배달 서비스와 동등한 레벨의 메뉴로 신분이 상승했네요. 더욱이 통합 검색창을 상단에 배치하고, 장보기 상품에 대한 리뷰 기능을 신설하는 등, 사용 경험도 커머스 앱에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일본판 B마트 만드는 쿠팡
그러면 배민의 이런 움직임에 쿠팡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쿠팡은 이달부터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해외 진출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근데 재밌는 점은 쿠팡이 선보인 서비스가 배민의 B마트와 닮은꼴이라는 점입니다.
일본 쿠팡에서는 현재 총 320여 개의 상품을 구매 가능한데요.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배송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빠른 배달이 가능한 건, 배달 라이더를 통해 배송을 하기 때문인데요. 건당 200엔의 배송비가 붙고, 주문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사이에만 가능해서, 정말 로켓배송보다는 일본판 B마트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쿠팡이 우회적인 진출을 선택한 건, 이미 일본에는 쿠팡과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는 아마존 재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민이 쿠팡의 로켓배송을 겨냥하여 B마트를 선보였듯이 동일한 전략을 차용한 건데요. 퀵커머스를 통해 풀필먼트의 아성을 깨트릴 수 있을지, 배민과 쿠팡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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