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가장 핫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배달 플랫폼 시장인데요. 최근 배달 플랫폼 시장에 단건 배달이라는 쿠팡이츠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민1’이라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올해 6월 중 론칭하기로 결정하였고, ‘위메프오’도 곧 이를 도입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여기서 단건 배달이란, 1번에 1건의 주문 만을 배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원래는 묶음 배달이라고 해서, 배민 같은 경우 평균 3~5건의 주문을 모아서 배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배달 시간이 평균적으로 1시간 가까이 걸리곤 했습니다. 이 정도면 음식도 식고, 음식을 기다리던 내 마음도 식을 정도의 긴 시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단건 배달 방식을 적용한 쿠팡이츠는 평균 배달 시간이 20~30분으로, 무려 절반 정도나 당기는 데 성공합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배달 시장의 최대 격전지라고 불리는 강남 3구는 쿠팡이츠 점유율이 이제 50% 이상을 달성하며 배민을 따라잡았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배민 입장에서는 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올해 들어 쿠팡이츠가 론칭 2년 만에 서비스 지역을 사실상 전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시장 1위 자리를 내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언론 기사 등에서 갑자기 도어대시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쿠팡이츠가 도어대시처럼 후발주자로 시작하여, 배달 플랫폼 시장의 기존 1위를 끌어내리고,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슬슬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바로 도어대시를 따라 한 거라는 겁니다. 마치 아마존을 보고 로켓배송을 만들었듯이, 쿠팡이츠는 도어대시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정말 쿠팡이츠는 도어대시의 카피캣일까요?
1. 도어대시는 어떤 기업일까요?
도어대시란 기업 이름, 사실 낯설지 않으신가요? 국내에 그리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닙니다만, 정말 대단한 기업이긴 합니다. 우선 미국 배달 시장의 점유율이 2020년 10월 기준으로 무려 51%입니다. 2등인 우버이츠-포스트메이트가 30% 정도고, 3위 그럽허브가 18%니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더욱 무서운 건 점유율이 전년 대비 16%나 상승했다는 겁니다.
사실 비교적 근래까지 도어대시를 소개할 때 보통 ‘미국의 배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 배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1등 플랫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도어대시는 불과 작년만 해도 점유율이 30%대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2017년에는 지금의 3위인 그럽허브가 오히려 1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어대시가 폭풍 성장하면서, 2018년 말에 우버이츠를 제치고, 2019년에 그럽허브마저 추월하며 시장 1위로 올라선 것이죠. 이런 면에서는 쿠팡이츠의 롤모델이 될만한 곳이긴 합니다.
또한 특이사항은 바로 쿠팡과 도어대시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겁니다. 쿠팡이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뚝심 있게 로켓배송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데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죠. 도어대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덕분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래에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도 비슷한데요. 도어대시의 경우, 작년 12월에 IPO를 단행하였고, 상장 첫날 86%나 폭등하며 한때 기업가치가 65.7조 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주가가 하락해서 시가총액이 52조 원 정도입니다.) 알고 보면,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가 직전에 기업 공개를 잘 마무리 지었기에 쿠팡도 상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한 관계는 쿠팡이 도어대시를 벤치마킹했다는 설에 신빙성을 더해주는데요. 쿠팡 입장에서 배달 플랫폼 신사업을 시작할 때 도어대시를 참고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았고 상장도 비슷한 시기에 준비했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단건 배달에 과감히 베팅하여 쿠팡이츠를 론칭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도어대시의 성공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단건 배달은 쿠팡이츠에서도 늘 가장 미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단건 배달을 들여왔다기보다는, 미국의 성공 방식을 환경과 특성이 다른 한국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많이 엿보입니다.
2. 비슷한 듯 달랐던 쿠팡이츠와 도어대시의 접근법
그렇다면 쿠팡이츠가 도어대시로부터 받아들인 것은 무엇이고, 변형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수용한 것은 역시 단건 배달입니다. 이러한 단건 배달을 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바로 자체적인 배달 라이더들을 보유해야 합니다. 쿠팡이츠의 쿠리어와 도어대시의 대셔가 이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국과 미국의 환경 차이가 드러나는데요. 우선 한국은 배달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배달 문화가 활성화된 나라입니다. 식당에서 배달을 직접 하는 경우도 많고, 배달 대행업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배달 문화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대도시는 그래도 인프라가 있으나, 특히 중소도시는 배달 자체를 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도어대시는 여기에 주목합니다. 그럽허브 등 기존의 강자들은 시장이 크고, 고객이 많은 대도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도어대시는 배달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중소도시를 주목합니다. 대셔라는 자체적인 라이더들을 고용한 도어대시는 중소도시의 사실상 유일한 배달 업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소 도시부터 차례대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 도어대시는 초기에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츠는 오히려 반대로 전략을 펼칩니다. 중소도시가 아니라, 제일 경쟁이 치열한 강남 3구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내에는 이미 전국에 모두 촘촘히 배달 플랫폼이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처럼 빈 시장이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미 배달 라이더들도 충분했습니다. 그렇기에 도어대시처럼 아예 라이더가 없는 곳에 라이더를 공급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여기서 단건 배달이 배달 속도라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배달 속도가 가장 돋보일 곳이 어딜지 고민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그곳이 바로 강남 3구 였습니다. 배달 수요가 많은 만큼 피크 시간에는 한없이 배달이 느려지는 곳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쿠팡이츠는 30분 내 배달로 명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쿠팡이츠의 초반 빠르게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쿠팡이츠와 도어대시는 배달 플랫폼 입점 업체 확보 전략에도 당연히 차이점을 보입니다. 도어대시의 경우, 초기에는 배달을 안 하던 유명 레스토랑과 제휴하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달랐습니다. 우선 그러한 모델은 이미 푸드플라이나 배민 라이더스가 훨씬 이전에 시행했기에 쿠팡이츠가 뛰어들어서 얻을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제휴나 이벤트에 집중합니다. 단번에 가맹점을 다수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고객 확보도 쉬웠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쿠팡이츠는 도어대시의 카피캣이라고 하기엔, 다양한 부분에서 국내 맞춤형 전략을 펼칩니다. 그리고 상당수 성공을 거두었고요. 그래서 지금 배민을 위협하는 자리에 올라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도어대시의 현재 모습을 통해 쿠팡이츠가 꿈꾸는 내일도 엿볼 수 있을까요?
3. 도어대시를 통해 살펴본 쿠팡이츠가 꿈꾸는 미래는?
앞에서 다루지 않은 도어대시의 차별점 중 하나는 월마트와 제휴하여 신선식품 배달을 해주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도어대시는 샘스클럽과 연계하여 당일 처방약을 배달하거나, 온라인 편의점도 운영 중이고, 공유주방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말 그래도 하나의 슈퍼앱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인데요. 단지 배달뿐 아니라, 모인 트래픽과 대셔들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도어대시는 2018년에 ‘대시패스’라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도 론칭하였는데요, 월 9.99달러만 내면 모든 배달 비용을 없애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통해 로열티 고객을 확보하여 경쟁 플랫폼들과의 차이를 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으시면 생각나는 곳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바로 배민의 B마트와 요기요의 슈퍼클럽이 떠올랐는데요. 배민이 B마트를 통해 퀵커머스를 구현하여 영역을 확장하고요. 요기요는 국내 배달 플랫폼 업체 최초로 유료 멤버십 슈퍼클럽을 도입하여 배민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했습니다. 결국 도어대시를 참고한 건 쿠팡이츠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요기요의 슈퍼클럽은 실패로 끝나기도 했고요. 다만 B마트는 다행스럽게도 배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완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욱이 쿠팡이츠가 배민을 향한 비수라면, B마트는 명백히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로켓프레시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쿠팡이츠의 다음 행보는 B마트를 견제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로켓배송이나 로켓프레시의 익일 배송에 즉시 배송을 결합하는 형태를 설계 중이지 않을까요? 이미 2019년에 쿠팡은 현대오일뱅크와 주유소를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도심 속 거점만 확보한다면 B마트와 같은 퀵커머스 서비스 충분히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로켓와우에 쿠팡이츠 배송 혜택이 추가되는 그림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요기요처럼 굳이 새로운 멤버십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 멤버십에 혜택을 더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작년에 자체 OTT인 쿠팡플레이를 론칭할 정도로 로켓와우 고객 유지에 진심을 보이고 있는 쿠팡입니다. 월 1회 정도라도 로켓와우 고객에게 쿠팡이츠 무료배송 혜택을 준다면? 단순히 로켓와우 고객의 락인 강화뿐 아니라, 쿠팡이츠의 점유율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쿠팡이츠와 도어대시의 전략을 비교 분석해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 쿠팡이츠가 약진하면서 갑자기 도어대시가 연관 키워드로 뜨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쿠팡이츠가 초기 사업 설계 시 도어대시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와 같이 미국 등 해외에서 뜬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도입한 사례는 산업군을 막론하고 엄청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제반 환경이 다른 만큼,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디테일한 부분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쿠팡이츠야말로, 해외 성공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네요.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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