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별도의 메뉴 없이 손님이 셰프에게 요리를 맡기면 요리사가 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 초밥집 위주로 이루어졌던 오마카세는 한우, 중식,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노포 여주인을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 ‘이모’와 ‘오마카세’를 합친 ‘이모카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모카세는 을지로에 위치한 ‘나드리식품’이 원조 격이다. 겉으로 보기엔 오래된 슈퍼의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느지막한 저녁이 찾아오면 푸짐한 술상이 차려진다. 방송 출연을 통해 매장은 물론 이모카세 상차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모카세는 식당 주인에게 안주 일체를 맡기는 ‘맡김 차림’ 개념으로 그날 들어온 재료에 따라 매일 메뉴 구성이 바뀐다. 저렴한 가격, 인심 넘치는 서비스 등 이모카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은 고급 오마카세 못지않은 만족감을 준다. 메뉴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안주가 켜켜이 거나하게 취하는 술상, 이모 맘대로 ‘이모카세’ BEST 5를 소개한다.
이모카세 맛집으로는 을지로 나드리식품, 창동 즐거운술상, 성수 시골집, 서초동 복있는집, 홍대 동강해물찜, 장충동 동매모밀, 인현동 통나무집, 역촌 마산집, 제주 서귀포 기어서집까지, 서귀포 청자네식개집, 강릉 소주방단지, 울산 욱이네포차 등이 유명하다.
1. 한 상 가득 다채롭게 채워지는, 창동 ‘즐거운술상’
‘즐거운술상’은 ‘ㄷ’ 자의 바 테이블이 매장 가운데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테이블에서 사장님이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식사 전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다. 샐러드, 미나리 무침, 어묵, 미역국 등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기본 밑반찬만으로도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대표 메뉴는 보쌈을 포함해 생굴, 꼬막, 낙지 숙회 등 그날그날 달라지는 신선한 식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는 ‘맡김 차림’. 코스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자랑하는 보쌈은 푹 익혀 야들야들한 식감이 돋보인다. 상추 위에 보쌈 한 점과 마늘을 얹은 뒤 직접 담근 된장을 올려 먹으면 고소한 감칠맛이 배로 느껴진다. 토스트, 떡볶이 등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시는 메뉴가 푸짐함을 더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도봉구 노해로 341
- 영업시간: 17:00 – 마감 시간 변동, 일요일 휴무
- 가격: 맡김 차림 50,000원, 보쌈 34,000원
- 후기(식신 란탱구리): 아담한 가게에 아담하지 못한 술상이 펼쳐집니다. 기본 반찬들이 10가지 종류로 다양하게 나오고 매일 달라지는 메뉴도 하나같이 다 맛나요. 맡김 차림을 시켜 그날의 메뉴를 모두 맛보고 왔어요. 한창 먹고 있는데 비빔밥을 쓱싹 비벼 주시고 따뜻한 토스트도 주시고 마지막엔 과일 후식까지 주시더라고요! 만들어 주시는 음식들 다~ 맛있게 먹었어요~ 참! 예약은 3일 전부터 받으니 참고하세요!
2. 싱싱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서초동 ‘복있는집’
붉은 벽돌집 앞 즐비하게 놓여 있는 녹색 식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복있는집’. 전어 회, 보리굴비, 민어탕 등 다양한 메뉴명이 적혀 있는 종이가 매장 벽과 문에 붙어있지만 정해진 가격이 나와 있는 것도 매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 메뉴 ‘맡김 차림’은 열무김치, 어묵볶음 등 밑반찬을 시작으로 그날 가장 맛있는 재료로 만든 요리를 내어 준다. 메인 요리는 사시미, 홍어 삼합, 갑오징어, 굴 파전, 찌개 등 해산물 위주의 구성으로 준비된다. 숭어, 광어, 민어 등 제철에 맞춰 계절마다 다른 맛을 선보인다. 주머니 사정을 말하면 그 금액에 맞춰 생선회와 찌개, 제육볶음, 백반 등을 차려 주시는 푸근한 인심도 느낄 수 있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3길 15
-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
- 가격: 맡김 차림 60,000원
- 후기(식신 자격증콜렉터): 정해진 메뉴는 없지만 한 번 다녀오면 자꾸 생각나는 찐 맛집이에요. 간판 이름이 복있는집이라서 복어만 팔 것 같지만 다양한 생선 요리와 백반을 먹을 수 있어요. 인당 6만 원을 내고 맡김 차림을 주문하면 맛있는 음식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온답니다. 제가 갔을 땐 메인으로 싱싱한 광어를 사용한 회, 매운탕 등을 만들어 주셨어요. 맛은 말할 것 없이 좋았고요. 손님 대접하기도 좋을 것 같네요.
3. 산지에서 공수해온 제철 해산물의 향연, 홍대 ‘동강해물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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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해물찜’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제철 해산물을 메인으로 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통영산 생굴, 제주산 자리돔, 흑산도산 홍어 등 산지에서 공수한 해산물로 요리를 만든다.
대표 메뉴는 당일 아침 시장에서 들여온 제철 해산물을 사장님의 손맛으로 풀어내는 해물 코스 요리 ‘내맘대로’. 봄엔 주꾸미 샤브, 도다리쑥국, 새조개 샤브를 겨울엔 생굴, 대방어, 생대구탕, 과메기 등을 맛볼 수 있다. 코스 요리 마무리로는 꽃게, 가리비, 낙지, 새우 등을 가득 넣은 해물탕이나 매운탕이 나와 시원하게 마무리하기 좋다. 내맘대로는 4인 이상 주문 가능하니 참고할 것.
식신TIP
-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3길 15
- 영업시간: 매일 11:30 – 22:00
- 가격: 내맘대로 50,000원, 아무거나 스페셜 35,000원
- 후기(식신 원기옥): 제철 해산물이 가득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저희는 1주일 전에 예약하고 갔어요. 사장님 손이 어찌나 크신지 내맘대로를 시켰더니 새우구이, 석화, 생선찜, 과메기 등등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그중 과메기가 정말 맛있었어요. 쫀득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아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습니다.
4. 원하는 메뉴 모두 만들어 주는, 성수동 ‘시골집’
뚝도 청춘 시장 7번 게이트 라인에 자리 잡은 ‘시골집’.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쓰여 있는 현수막 간판이 투박한 인상을 준다. 정해진 메뉴 없이 원하는 음식을 말하면 재료비만 받고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실비집이다. 김치볶음밥, 닭볶음탕, 모둠전 등 어떠한 메뉴를 주문해도 옆에 있는 뚝도 시장에서 재료를 즉석에서 구매한 뒤 음식을 뚝딱 완성하여 손님상에 올린다.
직접 구매해 온 음식 재료로 요리해 주는 것은 물론 고기류는 불판과 채소 쌈까지 세팅해준다. 닭볶음탕과 삼계탕같이 조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는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36-9
- 영업시간: 매일 14:00 – 22:00
- 가격: 정해진 메뉴 없이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만들어 주심
- 후기(식신 ㅁㄴㅇㄹ): 처음엔 메뉴판이 없어서 당황했지만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니까 진짜 다 만들어 주셨어요. 제육볶음, 홍합탕, 모둠전을 주문했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었습니다! 술안주로도 제격이에요. 옆자리에는 칼국수랑 삼겹살도 먹더라고요. 원하는 대로 척척 나올 뿐만 아니라 맛까지 있다니! 이런 곳이 정말 찐 맛집 아닐까요?ㅎㅎ
5. 풍성하게 차려지는 제주 제사 음식, 서귀포 ‘식개집 기어서집까지’
‘식개집 기어서집까지’는 제주로 사투리로 제사를 뜻하는 ‘식개’의 의미를 담아 제주도 전통 제사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네 종류의 모둠전, 고사리, 시금치, 콩나물로 이루어진 3색 나물, 돼지고기 산적, 옥돔구이의 구성으로 상을 채우는 ‘식갯집 세트’. 주문과 동시에 기름에 부쳐 고소한 풍미를 풍기는 모둠전은 꼬치전, 호박전, 동태전, 동그랑땡으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맛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부드러운 살점에 짭조름하게 간이 밴 옥돔구이는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 계란밥을 추가하여 나물들을 잘게 썰어 넣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도 별미다.
식신TIP
- 위치: 제주 서귀포시 동문로 48
- 영업시간: 매일 18:00 – 01:00
- 가격: 식갯집 세트 35,000원, 해물파전 13,000원
- 후기(식신 복근그까이꺼): 여기서는 식개집 세트만 먹습니다. 일일이 만들기 손이 많이 가는 전들과 나물을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괜히 특별한 날 같기도 했고요. 제삿날에 먹던 친근한 메뉴들이어서 그런지 막걸리가 술술 들어갔습니다. 식개집 세트는 포장도 돼서 다음번에는 포장해서 집에서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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