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쓰고 있는 저는 이십 대를 지나는 내내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었어요. 대학 졸업 후에 입사한 첫 직장에서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소극적인 태도와 자신감 없는 성격으로 인해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낸 저는, 직장 내 불쾌한 분위기와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 때문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그렇게 우울증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를 옮기고 직업을 바꿔 기자가 된 이후에도 정신 건강 문제는 계속 저를 쫓아다녔고 오히려 심각해졌어요. 아주 짧은 분량의 기사를 쓰는 업무도 너무 고통스러웠죠. 패닉에 빠지지 않으려고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셨어요. 고통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칠 년이 지난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가끔은 잘 지내고 있는 제 모습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업무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아닌 희열의 원천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그토록 짜증을 부리던 저였는데 말이에요.
지난 몇 년 동안 치유의 길을 걸어오면서, 저의 정신 건강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첫 번째, 당신의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요. 제가 발견한 우울증의 가장 끔찍한 본성은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에 대해 우울감을 느껴, 우울감이 계속해서 악순환된다는 것이에요. 한때 취약한 정신 건강이 곧 제가 형편없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제 성격이 어느 정도는 우울증을 악화시켰을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랑스러워해야 할 장점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업무를 할 때 느끼는 불안감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 감정을 잘 관리하면서 매우 긍정적인 방향, 즉 글을 잘 쓰는 방향으로 제 자신을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나칠 정도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어요. 하지만 예민하지 않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방면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편이 정말 더 나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 약점을 수용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부터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우울증이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에요. 시간을 되돌려 우울증 없이 이십 대를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저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우울증이 제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데, 제 과거가 없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잖아요.
올해 초 성 소수자와 그들이 겪는 우울증에 관한 기사를 썼어요. 제 문제이기도 했죠.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제 경험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어요. 치열하게 고민했던 지난날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기꺼이 솔직해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닌 취약점을 함께 나누는 경험은 진정한 인간이 되어가는 아주 황홀한 일이에요.
세 번째, 깊이 파고드는 일을 겁내지 마세요. 우울증은 뇌의 화학적 불균형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원인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당신 삶의 특정한 요인이 우울증을 야기하는 데 일조했을 거예요. 그러니 우울증에 걸린 상황에 대해 우울해하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내는 시간을 갖는 편이 더 생산적이죠.
저는 이십 대였을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스스로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 같은 뒤죽박죽인 상황이 제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죠.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인정하고 나자 역설적이게도 조금 편안해졌어요.
네 번째, 우울증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병이 아니에요. ‘와! 바로 이거야. 이제 다 치료되었어.’ 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기보다는 완전히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도움 될 거예요. 저도 아주 가끔이지만 여전히 흔들릴 때가 있어요. 다행히 제가 예민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삶을 무너뜨릴 만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또 여러 가지 자가 치료 방법을 동원해 관리할 수도 있고요.
다섯 번째, 이 말을 기억하세요.
우리 모두가 다 미쳤으니까.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에요. 예전에는 이 문장을 종이에 적어 제가 살던 셰어 하우스 현관문에 붙였는데, 지금은 등에 타투로 새겼어요. 세상에 ‘정상’이라고 칭할 만한 것은 없어요. 많은 사람이 고민과 슬픔을 안고 있어요. 고통을 함께 나눌 때 세상은 더욱 찬란해지는 법이죠.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세요. 분명 나아질 거예요.
※ 이 편지는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 그리고 우울증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