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서 ‘섹스밸리 된 실리콘밸리’ 야후 女임원 동성성폭력 피소라는 기사를 냈다.
기사는 전반적으로 사실을 그대로 전달했다. 원 출처인 CNN Money의 Female Yahoo exec sued for sexual harassment를 그대로 옮긴 기사이다. 다만 전혀 엉뚱하게 번역을 한 부분이 있다.
올해까지 야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시는 고소장에서 장 디렉터의 회유와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시로 동침 요구에 응해 ‘구강 및 디지털 성교’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디지털 섹스”라고 번역된 부분은 누가 봐도 사이버 섹스, 즉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성적 행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는 손가락이나 발가락(digit)을 활용해 자극을 주는 섹스를 말한다. 내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명백한 오역이다. 이 기사는 이내 신문사들이 그대로 받아 썼다. 국제신문, 일간스포츠, 아시아투데이, ZDNet, TV조선, 동아일보, 헤럴드경제, 아이티투데이 등 수많은 매체가 이 오역을 그대로 옮겨 버렸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기사는 무척이나 어색하다. 기사 자체가 동성성폭력에 대한 것이며, 구강성교가 나온 후 바로 디지털 섹스로 이어지는 문장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지 다수의 국내 뉴스는 연합뉴스 기사를 옮겨 쓰면서도, ‘디지털 섹스’에 관련한 부분은 제거한 곳이 많다. 하지만 정작 기사를 번역한 연합뉴스에서는 이 부분을 놓쳐 버렸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해지면 이야기가 다르다. 연합뉴스는 최근1951년 일어난 팬암 여객기 사고를 2014년에 일어난 속보로 보도한 적도 있다. 네티즌들의 항의에 정정 보도 요청을 냈지만, 여객기 사고는 인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다수의 신문사가 의존하고 있는 통신사에서 저지른 실수라 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크다.
이번 일에서 언론의 여러 문제를 알 수 있다. 먼저 가장 정확해야 할 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오역이 발생한 점이다. 또 신문사에서 간단한 확인 절차도 없이 연합뉴스를 그대로 옮겨 쓴 점, 마지막으로 연합뉴스가 원출처인 링크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사실확인을 어렵게 만든 점이다.
단순히 연합뉴스의 잘못이라고 보기에 한국 언론의 오역 받아쓰기 문제는 심각하다. 예전에는 페이스북에 무관심 버튼 도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진실은 광고를 숨길 때, 그 원인을 피드백 받겠다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는 연합뉴스 발 뉴스가 아니었지만, 많은 언론사가 그대로 받아 적으며 오해를 널리 퍼뜨렸다.
높으신 분들은 SNS가 괴담을 유포한다며 경계심을 표한다. SNS에서 왜곡이 쉽게 이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매체가 더욱 소중하다. 한국 언론은 과연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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