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유교, 술에는 그것에 맞는 색깔이 있는 거 아닙니까?!
병의 색깔과 모양만 보고도 어떤 술인지 맞출 수 있던 시기가 있다. 맥주병과 와인은 갈색, 소주병은 초록색, 위스키나 보드카는 투명한 색깔이었다. 딱히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없었다. 조상님들(?)이 만들었으니 이유가 있을 것이야!…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그런 시절이었다.
음료의 병에 색깔이 들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여 품질을 지키기 위함’이다. 맥주나 와인의 경우는 특히 맥주는 자외선을 받아 온도가 올라가면 맛이 떨어지고 때로는 향이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변질의 위험이 없는 소주, 위스키, 보드카 등은 투명한 병을 사용해도 변질의 위험이 없다.
국산 맥주는 갈색, 수입 맥주는 초록색이라고
보통 맥주병은 크게 갈색과 초록색으로 나뉘어 볼 수 있다. 두 가지 색상 모두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카스나 하이트 같은 맥주병들은 다 갈색인데, 하이네켄이나 칼스버그 같은 유럽에서 온 해외 맥주들은 왜 초록색 병인 것일까?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갈색 유리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유럽의 양조자들은 기존에 쓰던 갈색 유리병을 쓰지 못하자 짙은 초록색 병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유럽에서 온 맥주는 초록색이다’에서 ‘맛있는 맥주는 초록색이다’로 이어져서 초록색 병의 맥주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금주법이 해제되자마자 수입된 ‘하이네켄’이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끈 이유로도 초록색의 특별한 맥주병의 색깔이 한몫했다고.
초록색과 투명색, 카스테라 맥주대전은 병 색깔?
올해의 승부수를 던진 ‘카스’의 가장 큰 변화는 병 색깔이 투명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카프리’나 ‘코로나(?)’ 같은 투명한 병에 담기는 맥주들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맥주인 카스가 투명해진 것은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게 되었다. 이름도 바꿨다 ‘올 뉴 카스’
때문에 같은 카스라도 새롭게 보인다. 기존에 카스가 가지고 있는 ‘청량함’이라는 키워드를 투명한 병으로 강조하되, 색상에 있어서도 라이벌인 ‘테라’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물론 이렇게 병을 바꾸다가 맛이라도 변질이 되면 큰일이다. 카스에서는 앞서 말한 자외선에 의한 변질은 ‘정제된 홉’을 통해서 변질을 막았다고. 이미 외국에서는 홉을 특수처리하거나, 유리에 자외선 차단 코팅을 적용하는 등으로 투명한 맥주병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국 맥주의 3파전은 초록의 테라, 투명의 카스, 갈색의 클라우드의 색깔대전이 되어버린 것이 함정.
사람도 맥주도 같다, 색깔이 달라지면 반응이 달라진다
맥주 이야기 같지만 사람 이야기 같기도 하다. 사람이 마음이 중요하다고 해도 염색만큼 충격적인 게 있던가. 마시즘 역시 어린 시절 빨간색으로 염색을 했다가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비호감이라고). 맥주의 경우는 보이는 것이 곧 선택이 되고, 맛과 브랜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니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맥주병의 색깔이 바뀌었다는 것은 ‘새로워지겠다’라는 맥주의 마음가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갈색에서 염색과 탈색(?)을 해가는 맥주회사들의 변화들이.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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