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배우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이것이었다.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내가 상을 받은 것은 단지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기 때문일 뿐이다.
이른바 셀러브리티의 역할은 사회 구성원에게 메세지를 던져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시대에 맨 앞줄 사람들이 어땠는가, 어떤 말을 했는가를 보면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충 한 10년쯤 전으로 올라가 보면 그 당시에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셀럽은 누구일까? MB? 싸이? 혹은 빅뱅이나 2NE1 정도이지 않을까? 그 사람들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노래를 했을까? 즉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 파장이 일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MB 하면 떠오르는 건 내곡동 땅이나 BBK로 상징되는 부패와 위선이다. 혹은 ‘명박산성’으로 알려진 단절. 빅뱅 하면 떠오르는 건 “그래 내가 했던 말은 거짓말 암쏘 쏘리 벗 알라뷰 다 그짓말” 혹은 GD로 상징되는 럭셔리함과 나쁜 남자, 스웨거일 것이다. 싸이야 뭐 “오빤 갱냄스따일”. 2NE1도 빅뱅과 유사한 느낌의 스웩이다. “내가 제일 잘나가” 같은.
요약해보자면 2010년대 한국 사회의 화두는 ‘돈’이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남을 밟고라도 올라서야 미덕인 사회였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일부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비싼 차를 타고 비싼 집에 살고 돈다발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줘야 간지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그런데 최근을 돌이켜보면 그런 시대적 워딩들이 조금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이 있다. 방탄소년단 역시 화려함과 스웨거의 기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데뷔부터 화려했고 사건사고도 화려한 빅뱅과는 결이 좀 많이 달라 보인다.
멤버들의 사소한 스캔들도 전혀 없고 기획사 대표의 행보 역시 지저분하고 쿨한 느낌보다는 진취적이고 건전한 느낌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섹시하고 퇴폐적인 느낌의 빅뱅과는 달리 건강하고 도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인기 정상에 올라섰을 때 샤넬의 런웨이가 아니라 UN 총회에 섰고, 아찔하고 따가운 빅뱅식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치유적이고 공감 섞인 자기 이야기를 노래한다.
윤여정 씨의 이번 인터뷰에서 그녀는 수상을 경쟁하고 쟁취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라는 태도로 이야기했다. 이런 그녀의 수상자답지 않은 태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단적인 몇 가지를 짜깁기한 발상에 불과하지만, 2010년대가 서로 밟고 죽여서라도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라면 2020년, 좀 더 정확히 코로나 시대 이후의 시대는 서로를 사랑하고 자신 앞에 겸손하며 작은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미덕인 시대로 바뀌고 있고, 양보, 공유, 겸손 같은 단어들이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패션으로 따져보자면 지방시나 베트멍 등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패션이 2010년대를 주도했던데 반해 구찌로 상징되는, 로맨틱하고 여유 있고 유머러스한 감성이 2020년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내 개인적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뭐… 그냥 내 생각은 그렇다고.
원문: 이학림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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