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에게 결혼기피 현상이 나타난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혼의 인식이 달라진 것은 경제, 기술, 사회, 문화 등 많은 게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은 어렵고, 결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내와 헌신은 더 어렵고, 관계의 정리는 쉬운 시대에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친구뿐 아니라 나를 위하고 아껴줄 배우자, 혹은 그런 역할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에, 관계 맺기에 관한 고민은 누구나 있다. 누구에게나 관계를 맺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친밀함을 유지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만 사랑을 지속하는 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이유가 뭘까?
『결혼학개론』의 저자 벨린다 루스콤은 누군가 남은 평생을 함께하는 “결혼”은 다른 관계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한 사람의 모든 약점과 자질구레함까지 함께하고자 하는 도전이자 두렵고 큰 결정이라고 말한다. 아직 결혼 전의 입장에서 나는 이 책을 접하고 난 후, 결혼이 궁금하지만 또 한편으론 두려웠고, 결혼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어떤 견해를 가졌든 결혼은 삶을 풍요롭고, 성숙하게 하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또한 이전에는 잘 몰랐던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함을 알게되었고 이를 통해 마음가짐이 조금은 성숙되었다 말하고싶다. 이 책의 내용과 많이 닮아있는 로라 무차의 『러브 팩추얼리』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예전에 누군가를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해보는 게 소원인 때가 있었다. 내 삶과 내 꿈이 더 중요하고 누군가를 오랫동안 사랑하는 것이 힘들었던 내가, 마침내 내 모든 걸 포기해도 아깝지 않은 누군가를 만났다. 그때 세상은 온통 그 사람으로 채워졌고 마침내 내 소울메이트를 찾았다는 흥분과 행복감에 푹 빠졌다.
서로를 정말 아꼈음에도 결혼을 준비하며 중요한 문제로 균열이 처음 생겼고, 사랑하는 완벽한 내 사람과의 갈등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는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끝내 그 관계는 정리되었지만 지금에 와서 결혼을 생각하며, 사랑과 관계를 고민해보며, 그때는 내가 너무 성숙하지 못했고 너무 몰랐다는 걸 생각해본다.
사랑의 변천사: 로맨틱한 사랑에서 동반자적 사랑으로
사랑이 시작될 때: 로맨틱한 사랑(사랑에 빠진 상태, 열정적이거나 에로틱한 사랑)
모든 사람의 경험이 같진 않겠지만 첫사랑의 기억은 꽤 강렬하고 여운이 남는다. 그때는 왜 이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만이 내 세상의 중심이었고, 행복감과 불안감에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밖에 없었을까?
흔히들 이를 “로맨틱한 사랑”이라 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강렬하며, 특별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절박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이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과도 연관되는데, 높은 수치의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코르티솔, 낮은 수치의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다.
- 도파민은 뇌의 대표적인 보상체계로, 약물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중독되는 이유와도 관련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가게끔 한다.
- 노르아드레날린은 불안감, 투쟁, 도피반응에 관여해 우리몸으로 하여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행동하게 한다.
-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두려움, 고통 등에 관여해 로맨틱한 사랑을 할 때 바짝 긴장을 하고 에너지 소모가 심한 이유이다. 연애하면 괜히 살이 빠지는 현상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인데, 이 수치가 떨어질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 등이 생겨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과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세로토닌 수치는 유사한 점들이 많다고 보고되었다.
그때는 정말 세상 모든 게 장밋빛이었다. 이 사람과 평생 행복할 자신이 있었고 꿈과 기대에 부풀어 먹지 않아도 배부른 시기었다.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주는 천생연분이 정말 나타났다 믿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지 않게 행복해서 불안하기도 했다.
오로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만으로 설명하기엔 사랑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의 일부가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인체의 가장 효율 좋은 시스템 중 하나인 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런 “열정적”이며 “에너지 소모적”인 상태를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형태로 바꿔놓는다.
사랑은 변한다. 사람들은 평생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을 때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불같고 충동적인 로맨틱한 사랑은 언젠가는 사그라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연구에 따르면 최대 약 3년. 그 이후에는 깊고 편안한 관계로 사랑의 유형이 변한다. 이렇게 변화한 동반자적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헌신, 노력, 기술이 필요하다.
굿바이 열정, 헬로 우정: 동반자적 사랑
동반자적 사랑은 더 차분하고 덜 지배적이며 안정된 사랑으로 오래되고 성숙한 관계에서 종종 보인다. 두 사람 다 솔직하고, 비교적 현실적인 눈을 가지며, 헌신적인 우정에 훨씬 가깝다. 성적 충동의 강도나 빈도 또한 더 낮고, 서로 깊고 편안한 끌림을 갖게 된다.
이 사랑은 유대감을 갖게 하는 바소프레신과 차분함과 만족감, 안정감을 갖게 하는 옥시토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이 있다.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오래된 관계를 지속하는데 있어서는 동반자적 사랑이 요구된다. 이 사랑에는 “친밀함, 애정, 신뢰”와 같은 요소들이 관여한다. 그리고 오래된 관계의 선물이자 짐인 익숙함의 문제가 따른다.
그것은 늦은 밤 꿈과 희망을 주제로 나누던 깊은 대화가, 다음날 누가 아이를 학교로 데려갈 것인지 결정하는 이야기로 대체될 때 따라오는 감정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모험보다는 일상에 가까울 때, 근사한 외식보다는 평범한 집밥에 가까울 때 생겨난다.
-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결혼생활에 따르는 익숙함의 문제에 요즘의 많은 사람은 적당한 상대를 만나 모진풍파를 이겨내며 참고 살아가는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인내심의 문제가 아닌 결혼을 향한 기대감과 인식 변화도 한몫을 한다. 이제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경제적 생존이 아닌 정서적 생존을 추구하고,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원하며 “더 많은 걸 기대한다”고 벨린다 루스콤은 이야기한다.
익숙함은 모든 결혼생활 내지 오래된 관계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다. 문제는 누군가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길 때,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을 했을 때 생긴다. 여기에는 상대방을 “나와 한팀을 이룬 파트너”라 생각하고 인생을 함께 잘 해쳐나간다는 목적 의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사 표현하기, 요구가 아닌 부탁하기,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 하기, 즐겁고 새로운 활동적인 취미 함께하기 등을 통해서도 익숙함에 따르는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
사랑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관계 맺기가 어려운 이유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곤한다. 결혼생활과 같은 오랜기간 친밀함을 유지해야 하는 관계에서는 단편적인 모습뿐만아닌 내가 모르는 나의 잠재적인 모습들까지 드러나기에 더 그렇다. 여기에 어렸을 적(구체적으로는 3살 이하)의 경험이 개인의 잠재적인 애착 스타일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만5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안정형 애착 스타일은 58%,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23%, 불안형 애착 스타일은 19%였으며, 언어와 국가와 관계없이 균일한 비율분포를 보였다. 안정형을 제외한 42%가량의 사람들이 불안정한 애착 시스템을 내제한 것이다. 애착 시스템은 우리의 인간관계와 친밀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애착 스타일의 형성: 생후 약 3년, 또는 그 이후의 경험들(트라우마)
우리의 애착 스타일은 어린시절 아기들이 자신을 지켜주고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줄 사람과 형성하는 “애착 관계”로부터 형성된다. 약 생후 3년까지의 가장가까운 사람(대개는 부모)이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삶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행동방식에 잠재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적 모델”이 형성된다.
애착 시스템이 형성될 때 관여하는 것은 아이의 뇌 발달과 관련된 후성유전학과도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하는 변연계의 투쟁-도피반응을 합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부위와 감정을 조절하는 해마가 진정시키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부모 등 가장 가까운 애착관계 사람이 아이의 반응에 일관성을 보이지 않거나 따듯한 호응 등으로 믿고 기댈 수 있도록 행동하지 않고, 극단적인 아동 학대의 상황에 처하게 하면 이러한 뇌 부분이 발달되지 않음으로써 평생에 걸친 애착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세팅되는 것이다.
애착 시스템은 우리가 모든 걸 보고 경험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 이 것이 우리가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이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이 될 수 있다.
애착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의 의식적인 기억과 언어 능력이 생겨나기 전의 일이기에, 우리는 종종 우리가 대인관계에서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친밀함을 형성하는 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즉 의지와 상관없이 형성된 막강한 시스템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불안정한 애착 스타일이 안정한 애착 스타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안정형 애착 시스템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며, 자신의 행동과 모습 객관화해 바라보고 분석해 코칭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불안정한 애착 스타일의 사람과의 좋지않은 관계를 맺거나, 트라우마와 같은 큰 사건을 겪으면 안정형에서 불안정형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애착 스타일은 여러 대인관계를 맺는 데도 강력하게 작용해 나와 타인의 행동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행동패턴을 제대로 인식하고, 안정형 애착 스타일로 변화하겠다는 노력과 행동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관계의 이해의 폭의 확장 혹은 관계의 개선 또한 가능하다는 걸 말해준다.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흔한 착각(ft. 소울메이트)
그 애는 사랑이란 누군가를 사랑해 결혼하고 키스를 한 뒤 서로 영원히 사랑하는 거라고,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는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로라 무차, 『러브 팩추얼리』
누구나 사랑에 로맨틱한 기대를 갖는다. 나 또한 이전엔 그랬고 지금도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완벽한 사랑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이다. 완벽한 사랑을 기대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기대는 살아오며 접해온 다양한 영향의 결과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개인주의, 소비지상주의, 광고, 낭만주의, 사회적 고립,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 등의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친다. 물론 기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
여아들은 공주님이 왕자님을 만나 해피엔딩을 이루는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라고, 남아들은 포르노 영화를 보고 자란다. 연령 제한이 없는(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 중 75%는 이성 간의 로맨스가 주요 줄거리거나 보조 줄거리였다. 로맨스와 무관한 영화는 10%뿐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여성들이 갖게 되는 아주 높은 기대감, 즉 환상과 사랑 그리고 로맨스 같은 것들에 이러한 미디어 매체들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나라의 특히 모든 드라마와 이야기의 소재 중 로맨스가 빠진 줄거리는 접하기 힘들다. 특히 어렵고 가난한 여주인공이(혹은 남주인공이) 재벌집 남주인공을 만나 극적으로 사랑에 빠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이루는 줄거리는 정말 흔하다. 현실과 동떨어졌음을 알고 그냥 즐길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완벽하고 로맨틱한 줄거리에 노출된 우리의 잠재의식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커플들의 관계가 이후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는 사랑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순간이 훨씬 긴데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여자친구가 심한 설사를 할 때 남자가 그녀를 정성껏 보살펴주는 장면 같은 건 보여주지 않아요. 그런게 진짜 사랑인데 말이죠.
- 로라 무차, 『러브 팩추얼리』
“소울메이트”라는 것 또한 나의 반쪽을 찾으면 모든 게 완벽해 진다고 믿는 잘못된 환상에서 만들어진다. 관계를 어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는 게 아닌, 완벽한 사람을 만나 환상적인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고 건강하지 못한 생각으로, 관계에 대한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실제로 인연은 따로 있다 믿어왔으며, 언젠가 내 모든 결점과 약함을 보듬어주고 나를 완벽하게 행복하게 해줄 그 사람을 만나 지금보다 훨씬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환상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 내 기대에 어긋난 상대방에게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고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웠다.
또한 충격적인 사실은 일반적인 다수의 남성과 여성이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불륜은 그 사람의 애착 스타일, 자존감(낮을수록 더), 성격,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고 끌리는 유전자의 변이, 테스토스테론, 성욕, 중독성, 자라온 환경,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봐야 하는 복잡한 일이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결혼생활의 만족 여부와 상관없이 불륜은 일어나기도 한다(한 연구에서 바람 피운 남성들의 56%, 여성들의 34%가 자신의 결혼생활에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나도,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최악을 대비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좋다.
최근 연구에서 비현실적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사람들은 관계에 덜 헌신적이고 덜 만족스러워했으며, 현제 관계 외에 다른 선택과 다른 관계들에 더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잠재의식이 중요한 것은, 더 없이 멋진 관계를 맺었더라도 당신이나 파트너가 완벽한 사랑을 기대할 경우, 관계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기대들은 관계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비교하게 만든다. 비현실적 기대를 통해 상상 가능한 가장 완벽하고 결함없는 인간이 탄생하면 당신은 그 둘을 비교하면서 실망하고, 당신의 파트너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감에 빠진다.
사랑은 삶의 의미와 안전과 행복을 찾는 문제에 대한 무소불능의 해결책이 아니다. 관계는 찾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다. 관계는 결함이 많은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일이며, 완벽함을 기대한다면 계속 실패와 실망만 하고, 무엇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사랑을 배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된다. 완벽한 사랑이 아닌 배워가는 사랑을 해보자. 사랑은 언제나 필요하다.
잘 싸우는 방법: 왜 항상 나는 맞는데, 상대방은 틀린 말을 할까?
‘정말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싸우지 않으며 서로 배려하는 부부에게 싸울 일이 없다’는 아버지의 말을 철썩같이 믿어왔다. 정말 아꼈던 사람과 갈등이 생겨 싸움이 시작됐을 때, 이 친구와는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나와 다른 말을 하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상황을 명확히 보고 판단할 여력이 없었다. 그저 내가 만든 환상에 갇혀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대부분은 알고 보면 오해 또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 스탠 탯킷(심리학자)
사람들 사이에서 싸움은 흔하다.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하다. 누구나 나와 맞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어떤 이와 갈등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느낀다. ‘나는 맞고 나는 많이 참았고 더 이성적이고 부드럽게 대처했으며 그래서 더 억울한데, 상대방은 참을성 없고 고집이 세고 한심하며 억지스럽다. 제대로 알고나 말하는 걸까?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우리의 대화능력과 기억력, 인지력은 대단히 불완전하다. 이런 불완전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고가 얼마나 오류에 빠지기 쉽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쉬운지 아는가.
게다가 인간의 감각적 인식은 위협을 받는 상황에는 본능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투쟁-도피 반응이 발동해 신체 내 자율신경계의 움직임이 빨라져서 심장이 빨라지고, 긴장감은 높아지며, 흥분해 이성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렇게 오해하고 착각하며 나만 억울한 싸움을 한다.
싸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싸울 때의 태도만은 주의해야 한다.
-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이때 최소한 상대방을 경멸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갖지 말고 상대방이 위협을 느껴 비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않게끔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배운 중요한 것은 건설적인 싸움은 필수적인 것이며, 나와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더 잘 맞춰서 한 팀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건설적인 싸움을 통해 나와 다른 견해에 대한 수용의 마음을 배워보자.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나의 기억력과 사고는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상대방도 나름의 판단을 내릴 만한 상황과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력을 믿지 말고 고집하지 말자. 누구도 맞고 틀림이 없다는 걸 인정하자. 이를 통해 우리는 얼마든지 열린 마음과 포용의 자세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랑이 어려운 누군가에게: 사랑을 찾아서
세계 37개국의 1만 47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성을 볼 때 선호하는 특성들에 대한 순서를 매겼다. 공통적으로 13가지 정도의 특성이 있었고 남성과 여성이 선호도 1위로 꼽은 것은 ‘다정함’과 ‘이해심’이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지능, 멋진 성격, 건강이었다.
또한 여성들은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다거나, 아동병원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등 이타적인 남성들을 더 좋아했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 선호도에 변동은 조금씩 보였다. 가령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다정함이 중요했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할 경우 다정함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지만 결국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요즘의 결혼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에는 부모님이 정해준 정혼자와 얼굴 한번 안 보고 결혼해 서로 안 맞더라도 평생을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결혼은 선택이고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것에 “정서적 안정감”또한 포함된다.
파트너 선호도 조사의 다른 분석에서 “상호 끌림”의 뒤를 잇는 항목은 믿을 만한 성격, 정서적 안정감과 성숙함, 즐거운 기질이 포함되었다. 성격은 일생 동안 다듬어진다고 하며 우리는 깊은 관계 맺음을 통해 성숙해 갈 수 있다.
어려움과 굴곡이 많은 삶의 여정. 안정적인 애착 시스템을 장착하고 상대방에 대한 헌신적(배려)인 태도가 몸에 배어 있고,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하고 통제할 줄 아는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안정적이고 평안하게 이끌어 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내게로 오는 것이다.
- 우리 아버지 말씀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 주변 사람은 작게든 크게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를 변화시키며, 서로 닮아가기까지 한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당신은 중요한 것들에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당신이 너무 심각해질 때 웃게 만들 수 있고, 비판을 받거나 궁지에 몰릴 때 당신 편을 들어줄 수 있다. 반면 잘못 선택한 파트너는 당신이 존재감을 상실할 때까지 당신을 괴롭힐 수 있다.
결국 어떤 파트너를 선택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인가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닮아 있다. 또한 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했다면, 나에게 기꺼이 와준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각오와 상대방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항상 실수할 수 있지만 또한 서로 더 배려하고 더 헌신하는 걸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마치며
사실 경험해보지 않은 결혼이란 주제로 글을 쓰기에는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러웠고,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일생토록 사랑을 찾아가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우리에게, 또는 나와 같이 사랑이 어렵고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우리에게, 조금 더 상황을 지혜롭게 바라보고 사랑에 대한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조심스레 써내렸다.
사랑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건, 사랑하기 어렵건, 사랑을 유지하는 게 어렵건, 사랑을 놓아주어야 하건 간에 내가 얻은 교훈은 우리 삶에서 사랑은 그 자체 만으로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우리의 노력과 헌신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앞으로 사랑할, 지금 사랑하는, 한때 사랑을 했던 모든 이가 사랑의 위대함과 풍요로움을 꼭 경험하고 간직하길 바라본다. 우리 삶의 한 구석에서 은은한 빛으로, 때로는 찬란하게, 우리 관계의 등대가 되어줄 우리의 사랑을 응원하며.
원문: Dandelion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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