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는 법을 전공한 법학도이며,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펠로우 쉽을 마치고 2000년, 24살의 나이로 러시아 사회자유주의 정당인 러시아 연합 민주당(Russian united democratic party), 일명 ‘야블라카’에 입당합니다. 하지만 7년 후 당으로부터 퇴출당하는데, 그 이유가 공공연히 떠들어대던 그의 극우 민족주의적 발언과 행위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 운동 때 그는 가장 먼저 체포 구속된 야당 리더 중 한 명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2013년 그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패배하고 그 이후로 나발니는 공식 선거 출마가 사실상 금지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젊은 층들은 점점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크렘린의 암살 시도(?)로부터 살아남은 나발니는 현재 러시아의 반부패 영웅이자 야당의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으나, 러시아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차기 대통령으로서 그에 대한 견해는 갖가지 의견이 많습니다.
언뜻 보기에 나발니는 정말 서구 사회가 러시아에 앉혀 놓고 싶어 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 반부패, 반 올리히가르히(신흥 재벌), 반 투표 조작 그리고 반 푸틴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발니라는 인물에 대해 탐구를 하다 보면, 그의 가치가 꼭 서구 사회가 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에게 투명성을 요구하기도 하나 여전히 반이민, 민족주의적 견해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대서양위원회의 러시아 언론 및 허위 정보 전문가이자 데일리 비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줄리아 데이비스(Julia Davis)는 나발니는 여전히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졌으며,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은 서구 세계의 가치관과의 연결이 아닌 러시아인이 러시아를 이끌어 갈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러시아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적 수사학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일자리를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의 관점에서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06년 그는 러시아 내 초 민족주의, 극우 시위행진(Russian March)이 일어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1년 후 공개적으로 민족주의자 단체인 대 러시아 및 불법 이민 반대 운동과 연계한 정치 조직 더 피플(The People)을 설립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연례 행사가 되어버린 그 극우 시위 행진에 나발니는 매년 정기적으로 참석하며 무슬림과 코카서스(카프카즈), 그리고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일련의 인종 차별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스킨 헤드들이 모스크바에서 이민자들을 공격한 2013년 비률료포 인종 폭동(Biryulyovo race riots)에 지지를 표명하기까지 했습니다.
2007년 야블라카로부터 퇴출당하기 전, 나발니와 함께 일했던 동료인 엔젤리나 타레예바(Engelina Tareyeva)는 그가 일상적으로 인종 차별/비하를 하고 민족성을 근거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판단한다고 비난하며 “나는 나발리를 러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러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가 민족주의자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08년 그루지야(조지아)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지역에서 친러 세력들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는 코카서스 분쟁이 발생하자, 러시아 군대는 조지아 지역을 침공해 수도 트빌리시까지 폭격을 가했습니다. 이후, 조지아는 서방의 동맹국이 되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나토 작적을 위해 병력을 투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때 나발니는 서구를 지지하지 않았고,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합리화하며 러시아에서 조지아 민족들을 추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발니는 조지아 인들을 ‘설치류(Grizuni,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민족 비하 표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체첸과 다른 북 코카서스 공화국에 대한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연방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Stop Feeding the Caucasus’라는 민족주의 주도 캠페인을 지지합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해서도 나발니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크림은 러시아의 일부가 아니라는 자기기만을 하지 말라’는 충고까지 합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입니다.
이렇듯 우익 포퓰리스트의 가치관을 지닌 그는 현재 러시아 내 반 정부 운동을 독점적으로 주도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야당 지도자들은 제거되거나 퇴출당했기 때문입니다. (급진좌파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5년 전 수감, 자유주의자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에 암살, 게리 카스파로프와 일리아 포노마레프와 같은 야당 유명 인사들은 추방…)
하지만 그간 그의 행적을 고려할 때, 여러 측면에서 나발니를 러시아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그의 사업 통찰력으로 미국 경제를 구하겠다고 약조하면서 큰 장벽을 구축했듯, 나발니는 악명 높은 러시아 관료제를 대체하고 국가 영향력을 줄이며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겠다고 약조하는 동시에, 현 러시아가 당면한 상당 부분의 문제를 ‘불법 이민자’ 때문이라고 비난합니다. 실제 그는 구소련 시민의 자유로운 입국을 금지하는 비자 제도를 구축하고자 하며, 보호 무역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현재까지 나발니에 대해 반푸틴, 반부패 투쟁의 투사로서 그의 이야기만 들어왔습니다. 이제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가 30대 젊은 시절 정치 경험 부족으로 막말을 했던 실수 정도로 표현하나 정치적 이념, 즉 가치관이라고 함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최근 그의 행보들이 분명 러시아 민주주의의 발전과 부정부패 해방의 측면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가 차기 러시아의 리더로써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문: 천정우의 페이스북
참고
- Gravitas: The story of Alexei Navalny
- Exploring Alexei Navalny’s Journey To Becoming A Symbol Against Russian Corruption
- Why Navalny may not be a friend of the West
- Russia’s Trump
- Is Aleksei Navalny a Liberal or a Natio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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