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왜 이리 열일하나요?
네이버가 정말 광폭 행보를 보입니다. 작년 10월이었죠. 모두를 놀라게 했던, CJ와의 전격 제휴 발표부터 이미 심상치 않았는데요. 지난번에 전해드린 소식처럼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월 27일 빅히트와의 합작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초대형 엔터 플랫폼까지 론칭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빅히트의 위버스를 합친다는 건데, 팬덤 기반 플랫폼으로는 독보적 위치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와, 사실 빅히트와의 제휴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이번 뉴스레터 주제는 정해졌다고 확신했거든요. 근데 하루 만에 또 폭탄 뉴스가 전해집니다. 바로 다음 날인 1월 28일,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네이버 본사를 직접 찾아가, 이해진 글로벌 투자책임자와 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원래 정상회담은 실무진들끼리 어느 정도 합의를 마치고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따라서 사전에 어떤 교감과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 중론! 심지어 이번 만남은 이마트 강희석 대표와 네이버 한성숙 대표도 배석한 데다가, 언론에 떠들썩하게 알린 만큼 과연 그 결과물이 무엇일지 이목을 끕니다.
이 만남의 끝을 예상해보려 해
하지만 네이버와 신세계, 만나는 건 동네방네 소문내고선, 정작 무엇을 하려 하는지는 감췄는데요. 처음엔 왜 뜬금없이 둘이 만나지 했었지만요. 막상 따져보니,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 확대가 필요한 신세계와 카카오와 달리 국내 로컬 사업의 확장성이 부족한 네이버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건 주지 없는 사실! 그렇다면 둘의 만남은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될까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마트 혹은 신세계 백화점과 네이버 쇼핑 간 상품 제휴
-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추진
- 합작 법인 등의 형태로 M&A 경쟁 참여
우선 가장 낮은 단계의 제휴인 상품 제휴는 의외로 가능성이 낮은데요. 이미 홈플러스 등이 네이버 장보기와 제휴를 맺었기에 네이버는 아쉬울 게 없기도 하고요. SSG를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신세계에게도 메리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단순 제휴라면, 굳이 단독 회동을 요란하게 추진할 이유도 없고요.
그렇다면 지난번 CJ처럼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물류와 콘텐츠 제작능력, 그리고 플랫폼과 트래픽이라는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영역을 가졌던 네이버, CJ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변수입니다. 분명 네이버와 신세계는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높지만 비교적 활용 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포괄적 제휴 방식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좁은 범위의 협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결말은 합작 법인을 통한 인수합병 참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미 시장에는 먹음직스러운 매물이 무려 2개나 나온 상황. 2조 원 가격의 요기요는 이미 신세계 인수설이 돌기도 했었고요. 무려 5조 원이 메겨져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혼자 먹기엔 너무 규모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특히나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플랫폼 운영과 IT 강점이 있는 네이버와 상품 소싱과 물류 역량을 가진 신세계가 공동으로 하나의 쇼핑몰을 운영한다면 시너지가 분명히 날 것으로 보입니다.
커머스 업계는 말 그대로 폭풍전야
한편 이와 같은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네이버뿐이 아닙니다. 이번 소동의 주인공 중 하나인 신세계도 최근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SK 와이번스를 인수하자마자, 네이버와 무엇을 준비 중이라고 공표했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그동안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을 이끄는 SSG의 행보가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를 흔들 다크호스 대접을 받아왔지만, 투자 계획은 축소되고 성장세도 기대 이하였죠. 하지만 전통의 명가답게 무언가 한방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다시 줍니다.
반면에 네이버를 맞상대해야 하는 다른 유통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는데요. 롯데온을 론칭하고도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롯데나 성장 정체로 인한 위기감에 시달리는 티몬, 위메프는 정말 올해 반등하지 못하면 상황이 심각해질지도 모릅니다.
재미있는 건 네이버의 맞수, 쿠팡도 상장을 통한 실탄 확보를 눈앞에 앞두었다는 것. 막강한 동맹군을 모은 네이버와 적자 리스크를 떨쳐 버리고 막대한 자본금을 손에 쥔 쿠팡. 이커머스 왕좌를 두고 벌이는 그들의 정상 결전이 올해 드디어 본격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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