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리서치’란 무엇인가?
We believe that writing is a tool for thinking. If we can build a tool for helping people write and organize their ideas more effectively, we can help them have better thoughts and solve otherwise intractable problems.
롬(Roam)은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크게 회자된 새로운 생산성 도구다. $200M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트위터와 레딧 등에서 종교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roamcult 커뮤니티까지 성장하면서 에버노트, 노션, 워크플로위(Workflowy), 다이널리스트(Dynalist)에 이은 도구로 평가받는다.
롬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도구인데,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Tool for Networked Thought.
우리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동작하는 것처럼 수많은 노드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적절한 ‘트리거’가 발생할 때 연결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테면, ‘꿈’에 대한 생각이 났을 때, 이전에 메모해두었던 ‘아들러’나 ‘프로이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예전에 꿨던 꿈에 대한 기억이 나는 것처럼, 롬을 사용하면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올해 4월 즈음에 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그때 당시만 해도 배우기 어려워 보여서 도입을 미루다가, 이번 9월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약 한 달 정도를 써봤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을 연결하는 도구이자 “제2의 뇌”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고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마인드맵을 많이 사용한다. 직관적이고, 무엇보다 지식의 연결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패턴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빠르게 그려서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래프가 커지면 한눈에 보기 어렵고, 검색하기 어렵고, 각 노드에 담을 수 있는 지식도 한계가 있다.
최근 롬은 마인드맵 같은 도형을 그릴 수 있는 기능도 출시했다.
롬은 마인드맵처럼 지식과 지식을 연결할 수 있게 해주지만, 마인드맵과는 다르게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불렛포인트 기반의 무제한 네스팅이 가능한 마크다운 노트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고 저장하기에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인지적 어려움 없이 바로 그 생각을 적게 해준다.
또한 롬에는 다른 노트 앱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위계(Hierarchy)나 조직 구조(Organization structure)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위계나 구조를 억지로 만들어서 쓸 수는 있지만, 롬은 애초부터 구조를 갖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끔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뇌처럼 말이다.
우리의 뇌는 저장된 기억과 생각에 인위적인 파일 구조나 폴더 정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그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적절한 트리거를 통해 기억이 살아나고 우리가 인지하는 것이다. 롬은 우리의 뇌처럼 ‘네트워크 생각(networked thought)’을 하게 해주는 도구인 만큼, 인위적으로 파일 구조나 질서를 갖추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이전의 생각과 기억을 불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
롬의 장점이자 단점은,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뇌처럼 구조가 딱히 없다. 파일과 폴더 구조가 익숙한 우리에게 다소 높은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롬은 매우 강력한 도구이며, 생산성 도구를 직접 찾아다니는 내가 사용했을 때도 롬을 쓰기 전과 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사용 시간을 늘리면 당연히 이 툴을 더욱더 자세히 이해하고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이 시점에도 충분히 효용 가치를 느낀다. 롬을 ‘잘 배운다’는 가정하에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도구인 것 같다.
양방향 링크 Bi-directional Linking
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양방향 링크(Bi-Directional Linking)이다. 워크플로위, 다이나리스트를 포함한 대다수 노트 앱은 A→B로 연결하는 단뱡향(uni-directional) 링크만을 제공하는데, 롬은 A →B 링크는 물론 B→A도 연결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노션이 최근에 롬을 견제하기 위해 양방향 링크를 출시하긴 했지만 롬만큼의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양방향 링크가 유용한 이유는 앞서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식과 지식의 연결 필요를 빠르고 쉽게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연결을 해두기만 하면 언제든지 보물창고처럼 꺼내 쓸 수 있다.
이 연결이 아주 많아지고, 각 페이지에 충분한 정보가 쌓이면, 지식의 연결로 인해 만들 수 있는 효율성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롬을 잘 쓸 수 있는 사람들/분야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좋은 도구이지만 특히 연구, 개발 분야와 작가들이 유용하게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양방향 링크를 통해서 메모와 지식, 자료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고, 레이텍(LaTeX) 문법도 지원하며, 도형과 테이블 등을 삽입할 수도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양의 자료를 찾고 리서치하고 공부해야 한다. 물론 구글 문서, 노션 같은 툴로도 관리할 수 있지만 양방향 링크+마크다운(Markdown)+네스팅+단축키 조합을 갖춘 툴은 현재로서는 롬밖에 없다.
롬 기초 사용 방법
롬은 우선 “Daily Notes”를 중심으로 노트들이 만들어진다. 날짜로 만들어진 페이지에 쓰고 싶은 것들, 정리하고 싶은 자료들을 넣고 더블 브래킷([[]])을 통해 연결하면 된다. 연결은 #태그로도 가능하다. 이 구분을 둔 이유는 위계를 두기 위해서로 생각된다. [[]]은 페이지나 상황별 태깅(contextual tagging)을 위해서, 그리고 #태그는 메타 태깅을 위해서.
더블 브래킷으로 특정 텍스트를 감싸면 바로 그 텍스트의 제목으로 페이지가 생성되는데, 그 페이지 안에 들어가서 자료를 정리하거나 글을 쓰면 되는 방식이다.
롬 사용 사례
앞서서 언급한 “Daily Note” 기능을 통해 매일 떠오르는 생각들을 캡처할 수 있다. 내 경우 [[💡Thoughts]] 페이지를 따로 생성해두고, 떠오르는 발상이나 영감을 정리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대다수 메모, 노트는 Daily Note에 적는다. 새로 페이지를 따로 만들더라도 꼭 Daily Note에서 한다. 이유는 나중에 자료를 검색할 때, 날짜에 기반한 contextual inquiry가 가능해지기 때문.
내가 롬을 가장 잘 쓰는 방식은 독서 노트다. 책 한 권=페이지로 위계를 설정하고, 그 아래 챕터별로 내가 의미 있게 읽었던 부분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양방향 링크를 이용해 의미 있는 주제들을 연결한다. 이렇게 연결해두면, 내 롬 그래프 내에 책 한 권이 갖는 연결성은 꽤 크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나중에 필요한 정보나 기억하고 싶은 걸 꺼내 쓸 수 있기에 한 번 정리해 둘 때 제대로 하는 편이다.
물론, 모든 책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서 기록해두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내가 정말로 재밌고 유익하게 읽은 책들만 정리하는 편이다.
블로그나 기타 작문용으로도 활용한다. 마우스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단축키가 잘 구성되어 있고, 사이드바 기능을 통해서 두 개 이상의 페이지를 한 화면에 넣어놓고 작업할 수 있기에 롬을 오래 쓸수록 내 효율성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 이 글도 롬을 통해 쓰고 있다.
‘에버그린 노트’, 친숙하게는 ‘위키’식의 노트도 정리해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trategy]]나 [[Psychology]]와 같은 주제들은, 장기적으로 내가 관심 있게 공부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기록하고 싶은 정보들을 쉽고 빠르게 연결해둘 수 있다.
롬은 단순한 CRM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내가 [Mark Zuckerberg]와 만나 밥을 먹었다면, Daily Note에 아래처럼 쓰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지에 그 기록이 표시되기 때문에 나중에 언제든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롬에게 아쉬운 점
역시 가장 아쉬운 점은 모바일 (iOS, iPadOS) 앱과 네이티브 데스크탑 (MacOS) 앱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PWA 브라우저 앱을 통해 iOS, iPadOS, MacOS 세 환경에서 모두 ‘앱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경험에 있어서 완전히 네이티브한 경험은 아니다. 듣기로는 iOS와 macOS는 곧 나온다고 하니, 충분히 PWA로 버티면서 기다릴 만한 부분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엑스포테이션(Exportation) 경험이 정말 별로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모든 불릿 포인트(Bulletpoint) 기반 노트 앱이 그런 것 같지만 완벽하게 포맷팅되어 엑스포트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잘못 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크다운 엑스포트를 통해서 바로 블로그에 포스팅할 수준의 엑스포트를 기대한다.
현재 롬은 온라인 그래프 한정이라면 월 15달러고, 5년에 500달러인 “Believer” 플랜에 가입하면 로컬 그래프도 생성할 수 있다.
롬 관련 유용한 리소스
- How I Organise My Life with Roam (by Ali Abdaal)
- 롬 주요 단축키 모음 슬라이드 (by Ness Labs)
- 독서노트 구성 방법, 메타 태그 정리 방법, CSS테마 적용 방법, 칸반 보드, 계산기, 포모도로 등 롬의 숨겨진 기능까지 롬 리서치 200% 활용하기
원문: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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