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찾아오며, 집집이 김장을 하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붉은 양념으로 속을 채운 김장 김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를 덩어리째 육수에 넣어 푹 삶아 한입 크기로 썰어 먹는 ‘수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수육 위에 맛깔난 김치의 조합은 김장할 때 반드시 놓치지 말고 먹어야 하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중 하나다. 수육은 19세기 말엽에 기록된 조선 시대 조리서에도 기록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이다. 담백한 살코기와 기름진 비계가 어우러진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추운 겨울철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도 좋다.
부드럽게 삶아진 수육과 김치의 환상적인 조합! 술이 콸콸 들어가는 인생 수육 맛집 BEST 5를 소개한다.
1. 입맛 대로 골라 즐기는 부위, 금호 ‘은성보쌈’
마장동에서 오랜 시간 거래를 유지해 온 곳에서 국내산 생고기만 떼와 사용하는 ‘은성보쌈’. 매일 아침 직접 담그는 김치와 국내산 1등급 이상의 고기를 갓 삶아 낸 보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보쌈은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삼겹 보쌈’부터 앞다릿살을 이용하여 담백한 맛을 살린 ‘은성 보쌈’, 두 가지 부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섞어 보쌈’까지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된다. 보쌈김치는 밤, 호두, 잣 등의 견과류와 생오징어를 버무린 김칫소 양념으로 속을 채워 시원한 맛과 씹는 식감을 동시에 살렸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297-6
- 영업시간: 매일 12:00 – 22:20
- 가격: 삼겹 보쌈(小) 30,000원, 섞어 보쌈(小) 29,000원
- 후기(식신 꼬매꼬밍): 금남시장 안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보쌈집! 개인적으로 비계를 안 좋아하는데 살코기만 있는 보쌈을 골라 먹을 수 있어 좋았어요. 겨울에는 굴 추가해서 굴 보쌈으로 먹는데 굴 알이 굵고 신선해서 맛나요. ㅎㅎ
2.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 서대문 ‘안춘선 갈비배추탕’
‘안춘선 갈비배추탕’은 서대문역 인근 빌딩 지하상가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 붉은 상과 알록달록한 방석이 놓인 매장 내부가 정겹게 맞이해준다.
대표 메뉴는 된장과 함께 삶아 노르스름한 빛을 띠는 삼겹살이 입맛을 돋워주는 ‘수육’. 황해도식으로 담근 무김치와 갈빗대와 배추를 넣어 진득하게 끓인 갈비 배추탕이 함께 제공된다. 두툼한 두께로 숭덩숭덩 썰어 낸 수육은 젓가락으로 살점이 쉽게 으스러질 만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적당한 탄산감과 신맛이 감도는 무김치는 수육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135
- 영업시간: 평일 11:30 – 21:30, B/T 13:00 – 17:30, 주말 휴무
- 가격: 수육 70,000원, 갈비 배추탕 11,000원
- 후기(식신 까바라바): 메뉴판에 이름도 안 적혀 있지만, 예약 없이는 먹을 수 없는 수육! 색감과 두께 때문에 그런지 얼핏 보면 동파육 같은 느낌을 주는 수육. 처음에 너무 두꺼운 거 아닐까 했는데 그런 걱정을 날려 버릴 만큼 고기가 엄청 연해요.
3. 보쌈의 든든함이 더해진 백반, 을지로 ‘장수보쌈’
프랜차이즈 ‘원할머니 보쌈’의 창립 멤버였던 사장님이 운영하는 ‘장수보쌈’. 10평 남짓의 아담한 규모로 이루어진 매장은 46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보쌈과 쌀밥, 보쌈김치, 국, 약 3종의 밑반찬, 양념장이 함께 차려지는 ‘보쌈 백반’이 대표 메뉴다. 보쌈은 기본으로 살코기와 지방이 7:3 비율을 이루는 부위로 제공되나 주문 시 선호하는 부위를 말하면 입맛에 맞게 썰어준다.
새빨간 색감이 식욕을 당기는 김치는 은은하게 풍기는 굴 향이 풍미를 한층 살려준다. 김치에 보쌈을 돌돌 말아 쌀밥에 올린 뒤 생마늘과 고추를 얹어 먹는 조합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달짝지근하게 씹히는 김치 뒤로 퍼지는 고기의 고소함이 일품이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중구 동호로 378
- 영업시간: 평일 11:30 – 20:00, B/T 14:00 – 16:00, 토요일 10:00 – 18:30, 일요일 휴무
- 가격: 보쌈 백반 12,000원, 보쌈 22,000원
- 후기(식신 복싱녀): 보쌈 백반 먹고 왔습니다^^ 보쌈김치 속에 굴도 들어있는 게, 적당히 칼칼한 맛이 돌면서 맛있더라고요~ 고기도 적당한 비계가 어우러져 퍽퍽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아주 좋았습니다.
4. 보쌈 하나로 승부하는, 공덕 ‘영광보쌈’
‘영광보쌈’은 돼지고기는 물론 배추, 쌀, 고춧가루 등 음식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다. 다른 메뉴 없이 보쌈 두 글자만 큼직하게 적혀 있는 메뉴판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보쌈을 주문하면 야들야들한 살코기에 탱글한 지방이 적절하게 붙어 있는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도는 보쌈은 달금한 보쌈김치,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부추 무침, 짭조름한 감칠맛이 살아있는 새우젓 등 다양한 밑반찬과 조합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 한정으로 판매하는 ‘생굴’을 곁들여 짙은 바다 내음을 더해도 좋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1길 14
- 영업시간: 매일 11:30 – 22:00, B/T 14:00 – 17:00, 일요일 휴무
- 가격: 보쌈 24,000원, 생굴 12,000원
- 후기(식신 퍼플맨): 괜찮은 가격으로 퀄리티 높은 보쌈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고기도 냄새 하나 나지 않고 너무 맛있어서 술을 술술 부르는 맛! 같이 시킨 굴도 씨알이 굵어 씹는 맛도 살아있고 보쌈이랑 아주 잘 어울렸다.
5. 콩가루의 고소함이 더해진, 오장동 ‘고향집’
오장동 함흥냉면 거리 인근 허름한 골목길을 지나 들어서면 반전 매력이 펼쳐지는 ‘고향집’. 알록달록한 꽃으로 채워진 미니 화단과 가정집을 개조한 매장이 시골집에 온 듯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 ‘보쌈’은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고 있는 살코기와 적당한 탄력을 지닌 비계의 조화가 돋보인다. 아삭한 무생채를 곁들인 보쌈을 콩가루에 찍어 먹으면 한층 짙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멸치, 다시마, 새우, 월계수 잎, 어성초 등의 재료로 깊은 육수 맛을 낸 ‘손칼국수’도 즐겨 찾는다. 나이가 지긋한 주인장이 밀대로 손수 반죽한 면발의 두께가 미묘하게 달라 씹는 재미가 있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3
- 영업시간: 평일 11:00 – 15:00, 주말 휴무
- 가격: 보쌈(중) 22,000원, 손칼국수 8,000원
- 후기(식신 탈모걱정): 가게 이름처럼 진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안에도 집에서 쓰던 물건이 그대로 있어 편안~ 보쌈은 콩가루에 찍어 먹는 게 신기했는데 생각보다 이 조합이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는 중독적인 맛! 식사로 칼국수도 시켰는데 같이 나온 김치랑 같이 먹으면 꿀맛!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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