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bert Shiller, Laurence Black, Farouk Jivraj의 「Making Sense of Sky-High Stock Prices」를 번역한 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세계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았고,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이상해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ECY(Excess CAPE Yield) 지표를 통해, 세계 주식시장의 장기적 전망을 더 균형감 있게 살펴보자.
의심할 여지없이 자산 시장은 사실상 심리와 이야기에 의해 움직인다.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이 쓴 것처럼 “친숙함이 취향이 되었”고, 올해 세계 주식시장에는 1분기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여러 친숙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V자형 회복과 FOMO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둘 모두 주식시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또한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기술주와 통신주에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주식에서 돈을 꺼내 채권 같은 안전한 대안에 넣어 두지 않을 이유, 심지어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놓아두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10년 평균 주당 실질 순이익 대비 실질(인플레이션 조정) 주가의 비율인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는 세계 5대 주식시장의 장기 실질 수익률을 잘 예측해 준다. CAPE가 높을 경우, 향후 10년 동안 장기 수익률은 낮은 경향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CAPE는 대부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 미국의 CAPE는 33배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 수준을 넘어섰고, 사실상 2018년 1월 최고치로 다시 올라섰다. 미국의 CAPE가 30배를 넘었던 시기는 192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두 차례뿐이었다.
중국의 CAPE도 대유행 이전보다 높아졌다. 두 지역의 주식시장은 기술, 통신 서비스 및 재량 소비재 부문의 비중이 크고, 이들 부문 모두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주요 이야기로 인해 혜택을 받았으며,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CAPE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CAPE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거의 되돌아간 반면, 유일하게 영국만이 여전히 이전 수준과 장기 평균을 훨씬 밑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기술, 통신 서비스 및 재량 소비재 부문의 비중이 낮다.
시장 관측통들은 CAPE를 끌어올린 데 있어 저금리의 잠재적 역할에 주목해 왔다. 전통적인 금융이론에서 금리는 가치 평가 모델의 핵심 요소다. 다른 모든 투입 변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금리가 낮으면, 이 모델에 사용하는 할인율이 낮아지고 주가는 높아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주가와 CAPE 상승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금리 수준이 주식의 가치 평가에서 점점 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이러한 효과를 파악하고 투자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을 비교하기 위해, 주가와 금리 수준을 고려한 ECY를 개발했다. ECY를 계산하기 위해서, CAPE의 역수로 해 일드(yield)를 구한 다음 여기서 10년 실질 금리를 뺐다.
이 수치는 주식시장 프리미엄과 다소 유사하며, 주가 수준과 금리의 장기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보는데 유용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식시장이 투자하기에 더 매력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ECY는 일드 3%에서 10년 실질 금리 -1%(이전 10년 평균 인플레이션율 2%로 조정함)를 뺀 결과 4%로 나타났다.
우리의 세계 5대 주식시장의 과거 수치를 살펴봤고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ECY는 모든 지역에서 최고치에 근접했으며, 영국과 일본 모두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영국의 ECY는 거의 10%이고, 유럽과 일본은 약 6%다. 중국의 경우 ECY가 약 5%로 다소 상승했지만, 아직까지는 최고 수준은 아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식이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아주 높다는 의미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로 볼 때, ECY가 이 정도로 높았던 경우는 1980년대 초뿐이었다. 당시는 주가가 저렴했고, 금리가 높았으며,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경기 침체 시기였다. 당시 5개 주식시장의 CAPE는 십 대 초반이었고,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의 조건들은 현재의 상황과 거의 정반대다. 주가는 비싸고 금리는 이례적으로 낮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으며, 효능 있는 백신의 개발과 함께 곧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ECY 지표의 핵심 취지는, 특히 저금리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FOMO 이야기를 정당화해주고, 3월 이후 투자자들의 강한 주식 선호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도 있다.
만일 채권 금리가 높아진다면 일드에 맞게 주가 수준도 재설정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위험과 높은 CAPE에도, 주식시장의 주가 수준은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