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인돌봄이 영세하게 이뤄지다 보니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은 돌봄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도모합니다. 체계적이고 규모화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부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인력·시설 등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민간사업자도 돌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돌봄 시장 장벽이 낮아지며 개인주택에 방문요양센터를 마련하는 곳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 서경춘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영세한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방식이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도 표본으로 삼을 수 있을 만 한 체계적이고 규모화 된 장기요양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장기요양의 표본이 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경기도형 프랜차이즈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노인 돌봄분야 기업 모여 협동조합 만든 이유
돌봄업에 종사하기 전 서경춘 이사장은 제지회사에서 10여년간 회계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뇌졸중 환자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게됐다. 서 이사장은 “봉사활동을 여러번 하다 보니 ‘이 일이 직업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싶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남양주에 센터를 개소하고 업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다른 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 이사장은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사업자협회에 가입했는데 모임 내 절반 넘는 인원이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면서 “터놓고 정보공유도 할 수 없어 세세한 교류도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협회 회원이기 전에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협회 구성원들과 주식회사 출범을 논의하던 중 의결권 문제에 부딪혔다. 주식회사는 가장 많은 출자금을 낸 사업자에게 의결 권한이 쏠리는데, 이것이 수직적인 구조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가맹점간 수평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최선이었다.
22명의 조합원과 7개 기관이 모여 올해 1월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이 출범했다. 6개 기관이 남양주에 위치하고 서울 동대문구에도 지점을 냈다. 지난 9월에는 하남점이 설립돼 현재 가맹점 수는 8개로 늘었다.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으로 소상공인 살린다”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 본부에서는 가맹점의 경영·회계 업무를 전담한다. 회계업무를 줄곧 해왔던 서 이사장이 실시간으로 가맹점의 재무구조를 파악한다. 서 이사장은 “본사가 매 순간 가맹점 회계에 대해 알아야 위험관리가 가능하다. 위기상황을 본사와 즉각 공유해야 가맹점이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 출범 직후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사업에 도전했다. 서 이사장은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이라면 협동조합과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구조로 운영되다보니 본부의 성과를 높이면서 이익은 가맹점으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는게 서경춘 이사장의 설명이다.
사업에 선정된 이후 프랜차이즈 효과를 내기 위해 브랜드 명을 고심했다. 조합원들과 ‘돌봄’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고민하다가 ‘어부바시니어’로 가맹점 상호를 통일했다. 서 이사장은 “걷지 못하는 이에게 금방 등을 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어부바’ 하는 마음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은 이번 사업을 기점으로 소상공인을 소기업화하겠다는 목표다. 내년까지 가맹점을 100개로 확대 설립하고, 장기적으로는 1000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노인돌봄부터 사망까지 존엄한 돌봄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6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취약계층이 자기가 거주하는 곳에 머무르며 돌봄을 제공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즉, 요양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의료, 죽음, 주거가 하나로 연계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커뮤니티케어, 사회서비스원 등 다양한 돌봄 정책을 시행하며 증가하는 노인돌봄 수요에 대응한다. 민간에서도 정부 정책을 반영한 돌봄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하지만 속도는 느리고 갈길은 멀다. 대표적으로 방문요양과 주야간보호시설(노인요양병원)을 연결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업체는 많지 않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체계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은 남양주 사회서비스원과 협업을 추진한다. 올해 안에 업무협약을 맺고 돌봄 대상자들의 사망 후 장례 절차까지 마련하는 ‘존엄한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더구나 공공에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은 아직 이용자 수가 많지 않다. 민·관이 부족한 점을 채우면 커뮤니티케어의 뚜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서 이사장의 설명이다. 서경춘 이사장은 “평소에는 재가 방문 형태로 돌봄을 제공하다가, 재활치료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 사회서비스원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돌봄을 제공하려 한다”고 전했다.
“복지회계 시스템 정책 위해 노력할 것”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은 복지 회계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정착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수가도 인상될 수 있다는게 서 이사장의 설명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수급자가 요양기관과 계약하면 건강보험공단이 본인부담금(재가형 15%, 시설입소형 20%)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공단 부담금에는 돌봄 종사자 의료수가도 포함된다.
서 이사장은 “현재 장기요양 수가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요양기관이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선 30명 이상의 환자를 받아야 한다. 신규 업체나 영세한 기관은 생존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2018년부터는 요양노동자에게 따로 제공되던 처우개선비도 폐지돼 요양기관의 인건비 지출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저수가가 이어지면 돌봄종사자가 가져가는 몫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돌봄 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지게 된다.
업계에서 매년 수가 인상에 대해 주장하고있지만 보건복지부는 구체적 회계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가를 인상하려면 보험료도 같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 돌봄기관에 ‘사회복지정보시스템’이라는 회계전산망을 무료로 제공한다. ‘구체적 회계 자료’에 대한 가이드를 준 것이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 사업자의 대부분이 회계전산망에 대한 활용법을 모르는 상황. 장기요양기관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지급받아야 사업지속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수가가 낮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
서 이사장은 “복지회계 정착이 필요한 이유는 서비스의 질 상승을 위해서, 나아가 장기요양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라며 “규모가 커지면 타 장기요양기관에게까지 회계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운영하며 자연스레 이어진 사회적 가치
통합시니어복지협동조합은 사업을 확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남양주 지역 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푸드뱅크’가 대표적이다.
서경춘 이사장은 “푸드뱅크를 통해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도 힘쓴다”면서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과 상생하는 정신으로 운영돼야 한다. 앞으로 우리도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점점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박성빈 인턴 기자
원문: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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