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는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 사업에 참여한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났다.
돌봄 노동자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인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구두계약만으로 일하는 등 비공식 노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삶의 터전인 가정과 사람을 돌보는 필수노동자지만, 그들의 가치는 저평가받는다.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이하 라이프매직케어)은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방식으로 가사서비스 분야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돌봄 사회적경제기업의 상생을 위해 나섰다.
라이프매직케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 사무실에서 최영미 대표를 만났다. 그는 본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대량실업 문제가 발생하자 실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다. 지난 2003년 ‘전국여성 가사사업단 우렁각시’ 출범을 지원했고, 2012년에는 돌봄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돌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국가사노동자협회’를 창립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돌봄 업체의 활동을 홍보하고, 돌봄노동자 교육 교재를 개발하는 등 사업관리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노력 등 정책사업을 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돌봄시장에 플랫폼기업을 표방하고 나선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판도가 뒤바뀌었다. 기존 돌봄서비스 업체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이들을 당해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관리와 정책사업 등 2가지 사업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기존 정책사업은 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서 계속하되, 바뀐 시장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해오던 사업관리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보자고 결정했다.
최 대표는 “대기업이 들어온 시장에서 업체가 너무 영세하면 버텨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며 “영세하지만 건강한 사회적경제 돌봄기업들을 협업을 통해 가사돌봄·아이돌봄 등을 규모화·표준화해나가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오 랜기간 축적된 노하우로 안정적 운영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은 가사서비스 관련 기업 5곳과 함께 2018년 12월 출범했다.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으로는 2018년 10월에 지정돼 사업을 이어간다. 라이프매직케어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경제기업·소상공인·개인사업자의 사업을 지원한다. 그리고 회원사를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 개발·종사자 교육시스템 관리·홍보 마케팅 등을 한다.
가사서비스, 아이돌봄 등 돌봄서비스를 표준화하는 데도 힘쓴다. 가사서비스 및 아이돌봄을 지원하는 돌봄노동자는 고객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특성상 변수가 많아 표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일도 한다. 최 대표는 “제조업은 제조공정을 청결케 해 품질관리를 하는 것처럼 서비스 품질 관리는 인적 관리와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가사서비스·아이돌봄 교육 커리큘럼 및 매뉴얼을 만들고, 회원사 임직원을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관리사(라이프매직케어에서는 돌봄노동자를 관리사라 부른다)는 설사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고 왔더라도 다시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최 대표는 “교육 훈련은 고객에게 주는 우리의 징표이고, 관리사들에게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경력단절여성이 관리사로 일하기 전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라이프매직케어는 15년 이상 업계에서 활동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을 자랑한다. ‘좋은돌봄연구소’라는 돌봄 전문교육기관을 두고 돌봄 종사자와 강사를 양성할 뿐 아니라 기업 컨설팅 및 창업교육을 제공한다. 좋은돌봄연구소는 자격증 개발과 교육과정을 총괄한다. NCS활용 가사관리전문가·아이돌봄전문가 자격증도 자체개발하는 등 특화해 나간다.
고객과 관리사 모두를 만족시킨 플랫폼 시스템 구축
라이프매직케어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자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2018년 말 ‘우렁각시’ 앱을 출시하면서 가사 플랫폼을 런칭했다. 우렁각시 앱을 통해 고객은 손쉽게 서비스를 주문하고, 실시간으로 빠르게 관리사를 찾는 경험을 한다. 이는 고객뿐 아니라 직원과 관리사 모두에게 존중과 배려를 선사하는 구조라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먼저 가맹점 및 본사 직원의 업무 가중을 덜어준다. 최 대표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주문은 전화로 받는데, 사회적경제기업은 대체로 직원 수가 적다 보니 응대하느라 다른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앱으로 처리하다 보니 효율적인 일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관리사 역시 직접 원하는 가정을 선택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한 매칭만 해주고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끼리 해결하게끔 하는 일반적인 플랫폼 업체와는 달리, 민원이 발생하면 본사에서 직접 신경 쓴다. 고객과 관리사를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다. 충실한 맞춤형 상담으로 대응해 양자 간 조율을 이끌어낸다.
플랫폼기업에서 자주 문제시되는 열악한 노동자 처우 문제도 없다고 단언했다. ‘행복한 직원이 만드는 착한 돌봄서비스’를 표방한다. 최 대표는 가정을 방문해 홀로 일하는 관리사들이 고립된 노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많다고 봤다. 라이프매직케어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사의 고충을 듣는 회의를 매달 정기적으로 한다. 그는 “취미 모임도 구성원끼리 갖는데, 모이면 상호 간에 형성된 친밀감이 사회적 지지대로서 작용한다”고 말했다.
”내년 회원사 40곳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
현재 라이프매직케어는 총 3곳의 조합원사와 7곳의 가맹점을 두었다. 주된 사업지역은 경기도지만, 강원, 경남, 전북 등 프랜차이즈는 전국 단위로 퍼져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주춤했음에도 회원사가 5곳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프매직케어는 가맹금과 월 회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비용지출을 본사에서 충당하는 구조로 상생의 의미를 살렸다. 신규사업을 런칭하는 경우에는 6개월간 월 회비도 받지 않는다. 회원사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라이프매직케어는 최 대표는 프랜차이즈 회원사가 되면 무엇이 좋냐는 질문에 “시장 인지도가 높은 우렁각시라는 브랜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노하우를 전수해주니 초기 사업을 세팅하는 데 유리하다”면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통해 표준화한 서비스와 지역별로 특화된 각자 회원사의 특색을 결합하면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소상공인이나 작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함께 상생하며 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며 “내년에는 전국 224개 시·군·구의 20%인 40개 회원사까지 확대해 규모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소외된 지역없는 돌봄 확산 꿈꿔
라이프매직케어는 전국 최초 돌봄분야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선구자이지만, 불안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벤치마킹할 모델이 없어 경영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사업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전문인력 지원과 과감한 사업비 지원이 사업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라이프매직케어는 향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두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 대표는 “프랜차이즈 2년까지는 안정적 관리보다는 사업을 키우고 규모화하는 단계였다”며 “2년 이후부터는 안정화를 위해 가맹점 관리 등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밝혔다. 라이프매직케어는 당장 내년에 사회적기업가 육성기관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창업지원 및 교육컨설팅 기능을 기존보다 대폭 강화한다.
최 대표는 인구가 적은 지역도 대도시처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구가 많건 적건 돌봄 수요가 있는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돌봄 기업이 없거나 부족하다”며 “경기도만 해도 경기 북부지역이 그렇다. 향후 인구가 적어 돌봄 영역에서 소외된 지역에도 서비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진재성 기자
원문: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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