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부터는, 돈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무형의 부분을 돈으로 치환해 보는 일을 종종 해보곤 해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거나 1인 기업활동을 할 때 직장 다닐 때 보다 돈을 못 번다고 아쉬워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프리랜서가 되고 1인 기업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건 생각을 잘 안하죠. 그로부터 오는 생각의 확장과 행동의 변화를 생각해 본다면, 그건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무형의 가치거든요.
이걸 위해서 내가 한 달에 얼마나 지불할까를 생각해보세요. 저는 이 비용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서 지금은 한 달에 기꺼이 200만 원은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 하면 저 같은 경우 회사 다닐 때 보다 200만 원을 덜 벌어도 쌤쌤이라고 봐야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혹시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프리랜서 혹은 1인 기업인데도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는 구조를 바꾸시거나 회사를 다시 들어가시는 게 낫다고 봐요)
서론이 길었네요. 죄송 ^^; 그런 차원에서 집에서 전업주부(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그 비용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아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대체하려면 얼마의 비용이 들까를 생각해 본다면, 정확히는 아니라도 전업주부의 연봉을 계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거죠. 제가 놓치는 것도 분명 있겠지만 크게 나누어서 간략히만 봐볼게요.
먼저 청소, 빨래, 음식 등을 대신해줄 사람을 고용한다면 적어도 월에 200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할 거예요. 거기에 육아를 위해 상주해 줄 사람을 고용한다면 못해도 250만원은 필요하겠죠. 이렇게만 봐도 전업주부로서 최소 월 450만원을 절약해 주고 있는 거죠.
결혼하면 돈이 모인다고들 하잖아요.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남성들이 결혼 전에 버는 족족 쓰던 많은 돈을 결혼과 동시에 용돈이라는 제도 밑으로 귀속시키기 때문이에요. 강제력이 생기니 씀씀이가 줄어드는 거죠. 여기에서 절약되는 비용이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또 전에는 없던 목표가 생기고, 가정이 생기면서 새로운 동기가 부여되며, 책임감도 마구 샘솟죠. 회사가 더러워도 때려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정신력도 가장이라는 타이틀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거기에 전업주부가 월 450만원의 비용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라는 사람과 살아주고 있잖아요? 비용으로는 따질 수 없지만 엄청 큰 플러스알파의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해주는 그 모든 것. 이건 정말 계산이 안되네요.
실수령액 기준 월 450이면 연봉으로 환산 6500만원정도가 됩니다. 앞서 말한 플러스알파를 따진다면 1억 가까이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상위 몇 %에 꼽히는 정도겠죠.
그런 사람들이 각 가정마다 하나씩 있는데 정작 본인은 돈을 못 번다는 낮은 자존감 속에서, 본인을 위한 돈은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죠. 때론 집에서 쉰다는 오해도 받아요. 누가 쉬는 사람에게 연봉 1억을 준답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오늘부터 집에 계신 연봉 1억 고액 연봉자분께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세요. 그리고 연봉 1억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주부님들은 어깨를 펴세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요.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 정도의 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기억하세요. 예쁜 봄 원피스 한 벌 사는 거, 배우고 싶은 강의 듣는 거, 운동하려고 헬스장 끊는 거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럴 만한 일을 이미 충분히 하고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뭐 어떻습니까. 우리 그 정도는 서로 의지해도 괜찮잖아요.
즐겁고 유쾌하게 살자고요, 인생 그리 길지 않아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
원문: Peter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