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를 입양한 지 대략 6개월이 넘게 지났다. 생각해보니 유기견 입양 후기를 읽을 기회가 없었다. 또한 막상 임시 보호나 입양을 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최대한 자세히 공유하고자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댕댕이를 임시 보호 혹은 입양하지 않겠는가.
1. 시작은 임시 보호로!
임시 보호로 시작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준비되었는지 엄격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장기 여행 및 노마드 하던 시절 태국에서 임시 보호를 약 6개월간 했다. 해당 단체(? 는 그냥 구글링해서 찾아낸 곳인데, 단체라기보다는 선량한 호주 청년과 몇몇 외국인들이 모여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 가깝다.
당시 내가 임시 보호를 하게 된 강아지는 어느 태국, 치앙마이 절 앞에 버려진 똥강아지였다. 절차랄 것도 없이, 해당 사찰로 찾아가서 눈에 쏙 들어온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다. 물론 내가 정처 없이 떠도는 노마드 신세라는 것을 알기에 입양 전체가 아닌 길어야 6개월짜리 임시 보호임을 약속했다.
‘꿍’이라고 이름을 붙인 요 쪼끄만 똥강아지는 참으로 기세가 대단했다. 귀엽고 오물거리던 시절도 잠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매일 집을 가출해서 옆집 쓰레기통을 온통 뒤져놓고 찢어발겨 놔서 동네에서 욕을 먹었고, 아름답게 풀이 깔린 정원을 다 후벼 파 놓고, 방충망을 다 찢어 놓는 등…. 정말 피해가 무지막지했다. (-_-) 불러도 전혀 오지 않고, 슥 쳐다본 후 쌩 무시하고 가출하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놈의 똥강아지 덕분에 매일매일 청소하며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고, 이제 태국을 떠날 시간은 다가왔다. 문제는 요 녀석이 입양이 되지 않고, 릴레이 임보자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당시 개인적으로 입양할 형편도 사정도 안 되는지라 정말 막막했다. 어떻게든 입양을 보내려고 발편집으로 영상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아…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영상 편집을 시작하게 된 것 같으니. 그것참…. 마지막까지 똥강아지는 나에게 빅 가르침을 선사했다.
다행스럽게도 똥강아지 “꿍”이는 미국 좋은 집에 입양되어서 떠났다. 그 전날 휴지 한 통을 다 써가며 울었지만, 그래도 내가 임시 보호를 잘해준 덕택에 요 녀석이 좋은 집으로 간 것이라 생각하며 셀프 칭찬을 했다. 참고로 꿍이의 다른 형제자매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병이 나서 죽고, 겨우 꿍이 포함해서 2마리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임시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2. 댕댕이를 키울 수 있는 집
그 이후 고양이도 잠깐 한 3개월 정도 임시 보호를 했다. 그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강아지 파” 임을 명확하게 알았다. 한국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으면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이게 웬걸. 집주인이 고양이든 강아지든 뭐든 동물은 안된다고 딱 잘라 거절을 한 것.
당시 집이 그 외에도 불만이 많아서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강아지는 안된다”는 조약이 가장 걸려서 이사를 서둘렀다. 전세대란이 터진 지금, 참 그때 서두르길 잘한 것 같다. (응?) 당연하지만 집주인 동의가 참 중요하다.
3. 단체/댕댕이를 찾자!
이사도 했겠다. 이제 당당하게 댕댕이를 데리고 올 수 있다! 이사 가기 전부터 매일매일 포인핸드를 들여다보면서 어떤 댕댕이를 데리고 올지 고민했다. 포인핸드에 급하게 임시 보호를 찾는 댕댕이들이 올라오는데, 막상 그 댕댕이를 어떻게 데려오고, 어떻게 입양하는 건지 자세히 이야기나 안내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렇게 #임시 보호 #입양 해시태그를 걸어서 인스타그램을 폭풍 검색하다 보니 ‘비글구조협회‘라는 단체를 알았다. 생각해보니 TV 어느 프로그램에서 본 단체 아닌가!
개인이 구조해서 임보-입양이 되는 포인핸드와 달리 비구협은 뭔가 좀 더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더 눈길이 갔다. 무엇보다 우린 아직 입양보단 그전에 임시 보호를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덜컥 데려왔다가 어쩔 수 없이(?) 입양하는 경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릴레이 임보도 가능해 보이는 비구협의 비글들을 보면서 마음을 굳히고 바로 임시 보호 신청서를 써서 보냈다.
신청서를 보낸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내가 임보 신청한 그 아이 말고, 급하게 릴레이 임보가 필요한 다른 댕댕이가 있다는 것이다. 뭐 당연히 상관없다. 그 아이를 맡겠다고 답변을 드렸고, 마침 그 댕댕이를 우리 동네에서 임시 보호해서 바로 그 같은 주에 댕댕이를 인수인계(?)받았다. 뭐랄까, 운명적인 느낌이랄까?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와야 하는 아이인가 보다’ 하는. 순식간에 신청서를 쓰고 거의 3–4일 만에 댕댕이 ‘지아’가 집에 도착했다.
4. 임시 보호
비구협을 통해서 임시 보호를 하면 의무적으로 3개월간 임시 보호를 해야 하고, 이후 입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참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린 3개월간 지아랑 지내면서 고냥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실 짝꿍이 댕댕이를 키우는 것에 확신이 없었고, 임시 보호를 일단 해보자고 해서 하게 된 것인데 나중엔 나보다 더 지아를 좋아했다.
또한 임시 보호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어떻게 지내는지 그 기록을 올려야 한다. 솔직히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하고 나니 장점이 더 많다. 비구협 회원들이 보내주는 칭찬과 응원, 팁,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아는 처음에 분리 불안이 심각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5분도 버티기가 힘들었는데, 비구협 카페 회원분들의 응원과 조언을 보내주셔서 그 시기에 큰 힘이 되었다.
5. 입양 결정
약속했던 3개월이 끝나가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난 당연히 입양을 결정하면 귓가에 종소리가 울리면서 확신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_-)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에 고민이 이어져서, 한 달만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을 했고, 비구협에서는 빨리 입양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하셨다. 이 또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임보 기간이 길어질수록 댕댕이한테도 다시 적응하기 어려운 시간이 되고, 다른 곳에 입양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정말 웃기지만 (?) 종이 한가운데 줄을 딱 긋고, 장점과 단점을 써보았다. 장점. 행복해진다. 단점. 여행 갈 때마다 괴로울 것이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두 사람인데 현재 코로나 19 상황이 겹쳐서 덥석 댕댕이를 입양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가장 고민이 되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블로그, 영상들을 폭풍 검색해서 찾아보았고, 충분히 가능함을 배우면서 용기를 얻었다. 가능하다! 오히려 더 재미있겠다! 댕댕이와 함께 셋에서 캠핑을 다녀도 되고…. 어차피 럭셔리한 호텔 같은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말이다! 셋이서 캠핑을 실제로 가보고 결정했다. 충분히 가능하다! 여행도! 강아지도!
6. 입양 그 이후
입양 결정 이후 댕댕이는 급속도로 살이 쪘다. 자기도 아는 것 같다. 인턴 떼고 정사원이 되었다는 것을…(?) 입양을 왜 고민했나 싶다. 이렇게 행복한 것을…!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용기를 얻고, 더 많은 댕댕이들이 길거리에서 구조될 수 있도록!
간단한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지난번부터 코딩 없이도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툴에 관심이 많은지라, 이번엔 어떤 웹사이트를 만들어볼까 꼼지락거리다가 유기견 입양 단체, 그리고 사례들을 정리해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어봤다. 데이터베이스는 에어테이블(Airtable)을 사용했고, 프론트는 카드(Carrd)를 사용했다. 2–3시간이면 이런 웹사이트를 코딩 한 줄 없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많은 강아지가 집밥을 먹을 수 있기를!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우리가 이 개들을 구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지만, 이 개들의 세상은 바꿀 수가 있습니다.
원문: Lynn의 브런치
노마드 코더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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