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슨 종목 사야 할지 묻는다.
무슨 종목 사야 해?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말해줘도 어차피 안 산다. A를 추천해 주면, 관심종목에 넣고 오르는지 본다. 신중한 투자자니까 바로 사지 않는다. 그러다가 A가 오르면 A 같은 B를 묻는다. 역시 사진 않는다. B도 오르면 그제서야 진짜 살 C를 묻고, C는 하락한다.
간혹 처음부터 사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A를 사고 오르는지 본다. A가 오르면 더 넣지 않은 것을 한탄하다가 비중을 늘릴 B를 묻고, 결국 비중을 가장 늘린 C가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손실을 본다. 마지막으로 제일 돈 많이 잃는 사람은 A에 몰빵하는 사람인데, A, B에서 수익을 보고 성공한 투자자로 등극한 뒤 레버리지 당겨서 C까지 가면 남는 건 빚뿐이다.
2.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위의 예는 아무리 벌어도 하방을 못 막으면 잃게 됨을 보여준다. 하방을 왜 못 막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에 투자하든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가격 협상이 불가능하고, 언제나 현재가로 거래된다. 거래자가 정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시점이다. 즉 ‘싸게’ 사는 것은 사실 과거 특정 시점보다 ‘싸질 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생각엔 문제가 있다.
싸게 사서 = 싸다는 이유만으로 산다
싸게 사려는 생각은 싸다는 것만으로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반 토막 난 주식을 사서, 원래 가격으로 회복하면 두 배를 먹는 시나리오는 언제나 달콤하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달콤한 유혹 느낄 수도 있지.
비싸게 판다 = 비싸지지 않으니 팔지 않는다
문제는 ‘싸게 산’ 가격에서 반 토막이 나더라도 손절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비싸지면 팔려고 했는데 ‘비싸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반등의 미련이 생길 때면 현대상선 10년 그래프를 참고하자.
싸게 사서 = 싸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싸게 사려는 생각은 이미 상승한 모든 주식을 매수 후보에서 제외한다. 앞으로 몇 배가 되든 100불에서 200불이 된 테슬라를 ‘싸지 않으니 사지 않는’ 것이다.
비싸게 판다 = 비싸지니 판다
비싸게 팔려는 생각은 운 좋게 앞으로 2, 3배가 갈 주식을 샀더라도 30%쯤만 먹고 나오게 만든다. 이미 ‘비싸졌기’ 때문이다.
3. 저는 반대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돈을 법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생각은 하방을 열어두고, 상방을 제한한다. 반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면 어떻게 될까?
싸게 판다 = 싸질 때 판다
주식으로 돈 잃는 방법이 여러 가지일 것 같지만 단 한 가지다. 주식이 하락할 때 버텨서 많이 잃는 것이다. 싸게 팔려는 생각은 싸질 때 팔기 때문에 손실을 제한한다. 위의 예에서 C 종목이 하락할 때 손실을 제한했다면, 크게 잃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비싸게 산다 = 오를 때 추가 매수
두 배 가는 주식이 있다면 100% 수익률에 좋아할 게 아니라 추가 매수로 수익률은 낮추고 수익금을 높여야 한다. 오를 때 사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하방이 제한되어 있기에 들어갈 수 있다.
싸게 판다 = 비싸져도 안 판다
무한히 상승하는 주식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그 주식을 팔지 않는 것이다. 싸지면 파는데, 싸지질 않으니 팔 일이 없다.
비싸게 산다 = 왜 비싸게 사야 하는가?
싸게 사려는 생각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수 버튼에 손이 간다. 그런데 비싸게 살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이 가치를 보는 것이고, 그것이 투자의 시작이다.
4. 일회성 투자 성공이 아닌 좋은 투자자가 되는 꿈을 꿔야 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은 올해와 같은 폭락 후 반등 시에만 유효하다. 그리고 지속 하락장에서 손실이 확대된다. 반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략은 폭락 후 반등장에서도, 지속 상승장에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지속 하락장에서 시장에 진입할 일이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종목 추천을 해줘봤자 극소수를 제외하고, 결국엔 다들 손실을 봤다. 많은 이가 좋은 투자자엔 관심이 없고, 일회성 투자 성공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백종원에게 사업가 정신은 필요 없고, 지금 딱 대박 날 요리 메뉴 하나를 달라는 요식업 예비창업자로밖에 안 보인다. 무엇을 알려주든 이런 마인드면 얼마 못 가 망할 것 같다.
투자로 그런 성공을 맛봤다 치자. 평생 놀고먹을 만큼의 수익을 얻었을까? 그리고 성공을 맛봤는데 바로 투자판을 떠날 수 있을까? 이미 투자를 시작했다면 이제 투자는 평생 끊을 수 없다.
이 전략의 강력함은 반복할수록 강해진다는 데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사람은 5년 후에도 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고 있을 것이다. 반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사람은 5년 후에는 가치를 더 잘 보고 가격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에 가까워진다.
5. 오른쪽으로 가려면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야 해.
돈 벌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지 무슨 소리야? 중고거래에선 맞는 말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틀리다. 때로는 오른쪽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하는 도로도 있다. 나 역시 비싸게 사서 싸게 팔기 무서울 때마다 애니메이션 ‘카’를 본다.
You Need Turn Left, to Turn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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