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잘된다는 것’이 무엇일까부터 짚어보자. 그동안 성공과 실패 사이의 많은 회사와 아이템을 보면서 한두 번 터지는 대박은 ‘잘된다는 것’의 범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반짝 성공은 ‘잘될 확률이 높아진 것’쯤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잘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목표 이상의 것 달성이라는 게 갖춰져야 한다. 일정 기간 이상의 뚝심 있는 성공을 해낸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탁월한 어법
매 시즌 성공적으로 상품을 판매해온 건강식품 회사가 있었다. 항상 적기에 필요한 상품을 기획해오고 상품의 마무리도 물량 오류 없이 깔끔하게 진행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이 회사와 몇 년간 방송하면서 중요한 특징을 찾아냈다. 바로 탁월한 어법을 가졌다는 점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남다른 말 센스는 돈과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사장을 비롯해 어떤 직원이 미팅에 참여하든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할 때 간결하게 이야기했다. 자사의 상품에 대한 정리는 항상 미리 페이퍼 형태로 되어 있고, 그 페이퍼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전 직원이 훈련되어 있었다. 회의를 함께할 때는 오늘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젠다를 서두에 이야기하고, 지난 미팅의 결과를 확인하며, 상대의 성과나 좋은 점을 인정한 뒤,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너무 궁금해서 한번은 ‘혹시 저희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 미팅하실 때도 이렇게 하시나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담당자의 답변이 ‘건강식품은 단순 식품보다 좀 더 기능성을 가졌잖아요. 그래서 연구자와 판매자가 하는 일이 워낙 다르다 보니까 항상 정확하게 소통을 해야 해요. 작은 커뮤니케이션 오류만 있어도 식약처의 점검 등 큰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효율적으로 이야기해야 하죠.’였다.
이와 같은 어법은 개인의 업무에도 효율적이지만 전체적인 회사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친다.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주지도 않기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에도 효율적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상대에게 책임소재를 묻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의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체크부터 하는 어법이었다. 전쟁터와 같은 쇼핑 시장에서 살아남는 그들의 마르지 않는 무기였다.
라떼에 대한 존중
이런 어법과 함께 잘되는 회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선임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 한 문장에서 벌써 ‘라떼×꼰대’의 향기를 느끼며 코를 막을지도 모르지만.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모든 것이 빨라지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먼저 이 일을 해왔다는 사실. 앞서 멘토링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우리는 늘 먼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발 좀 듣자. 잘된 회사 잘된 아이템은 귀 기울임에서 나온다.
회사뿐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과거의 역사, 과거의 건축물이나 문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노력을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을 이루는 모든 것이 과거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실수를 줄이고 일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도 인생 멘토라 부를 수 있는 선배들이 있다. 나이 마흔인 요즘도 그 선배들을 만나 나의 업무나 육아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간혹 내가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선배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날카로운 조언을 해준다. 연륜 있는 선배의 조언을 통해 다시 한번 자양분을 얻는다.
성장에 있어서 패기와 젊음은 기름진 거름이다. 그래서 늘 성장의 주인공 자리는 미래를 위해 비어 있기 마련이고 미래의 주인공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 한 회사에서 16년을 근무하면서 무대의 주인공이 바뀌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존경하는 선배가 최고의 쇼핑호스트 자리에 앉는 모습도 봤고, 그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는 모습도 봤다. 나 역시도 그 자리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미숙했던 후배가 성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회사가 잘되려면 사업이 길게 성공하려면 순간순간 빛나는 현재의 주역만큼이나 연륜 있고 내공 있는 선임들의 뒷받침도 유의미하다는 것. 이런 선임들의 노력이나 경험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고루하고 올드한 것으로 폄하될 때 성공으로 가는 균형은 무너지고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면 어느 한 세대의 사람들만 가득한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될 사람
마지막으로 잘되는 회사나 아이템뿐 아니라 ‘잘되는 사람의 히스토리’에 주목하자. 사실 내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일에 대한 호기심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다. 잘되는 회사나 잘되는 상품을 볼 때도 눈을 반짝이지만 잘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살펴보게 된다. 일하다 보면 정말 똑같은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사람도 겪어보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도 겪어 보면 제각각 다르다. 아마 그게 바로 개성이 아닐까 싶다. 사실 개성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무기이다. 방송인 김지선 씨와 방송하면서 그녀가 가진 개성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아이를 키우면서 몸에 밴 타인에 대한 배려라든지 기본적으로 늘 몸에 배어 있는 유쾌함은 그녀가 왜 성공한 워킹맘인지 알 수 있게 한다.
같은 워킹맘이지만 배우 김나운 씨에게는 깐깐함과 일에 대한 철저함을 배울 수 있었다. 김나운 씨는 때로는 진솔한 독설 속에 책임지는 리더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내가 깐깐하게 해야 다른 사람이 편하다는 이야기에 무릎을 치기도 했다. 이런 경지의 철저함이 있었기에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뿐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성공한 업체 대표들에게도 ‘잘된 사람’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2대에 걸쳐 혼합곡을 위해 일해온 사장님의 국내산 곡물에 대한 자부심도 본받을 개성이었고, 평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고품질의 수입 견과류에 바쳐온 사장님의 글로벌사업에 대한 가치관도 본받을 개성이었다. 이분들의 철학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잘되기’에 다가간 느낌이었다.
모든 사람의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없고 모든 비즈니스를 직접 다 경험해볼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잘된 사람들의 인생을 살펴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라. 하나라도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면 마음과 귀를 열어야 한다. 잘되는 회사와 잘되는 사람은 결코 하늘이 로또처럼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운이라고 겸손히 말할 엄청난 노력과 반드시 잘될 수밖에 없는 과거의 경험들이 버틴다. 고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리도 잘될 사람 잘될 회사 잘될 아이템의 어느 한끝을 이어가는 것이다. 힘내자!
원문: 석혜림의 브런치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