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그맨 장도연 씨를 참 좋아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적절한 유머와 주변을 배려하는 멘트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런 센스 만점의 장도연 씨가 사실 대인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해서 많은 사람이 놀랐죠. 거칠 것 없이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도 가끔 사람 앞에 서는 일이 무서울 수 있답니다.
저도 마찬가지. 쇼핑호스트로 16년을 카메라 앞에 서지만 지금도 새로운 주제로 회의하거나, 새로운 스피치의 영역인 경쟁 PT로 프레젠테이션 업무를 하면 떨릴 때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회의 공포증과 무대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연구하다가 찾아낸 저만의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칭찬으로 시작하라
어떤 무대이든, 어떤 회의든 시작할 때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방송에서도 가장 흐름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오프닝 멘트입니다. 작은 회의 자리에서나 큰 무대에서 타인과 처음 만나는 자리의 인상을 호감으로 주고자 한다면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칭찬,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봅니다.
- 공간에 대한 칭찬
- 현재 분위기에 대한 칭찬
- 상대의 선택에 대한 칭찬
진심으로 장점을 찾는 행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립니다. 공포증이라는 건 귀찮음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태만하게 아무 준비 운동 없이 경기에 나가면 온몸이 경직되고 사고 위험이 높다는 건 익히 아시죠? 적당한 준비운동이 경기를 뛰는 선수에게 필수이듯 무대도,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준비운동도 하지 않고 실전에 나가는 것은 공포를 악화하는 일입니다.
부끄럽더라도, 귀찮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 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볼까요. 첫인사를 위한 장점을 찾는 행위에서부터 긴장은 풀리고 공포증도 누그러들 것입니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일화입니다. 녹화 전 출연진의 새 영화 홍보팀에서 커피를 준비해줘서 MC들이 마셨다고 합니다. 다른 출연자나 MC들은 으레 누가 간식으로 준비한 커피겠지 생각하고 아무 의문 없이 마셨지만, MC 중 한 명은 어떤 배우의 무슨 작품을 위해 준비한 건지, 홍보의 중점이 뭔지, 맡은 배역은 뭔지 준비한 팀에게 꼬치꼬치 물어보며 알아봤다고 합니다.
녹화가 시작했을 때 그 MC는 관련 이야기로 오프닝을 열어서 주변 사람들의 집중을 받으면서도 출연진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첫인사로 활용했습니다. 무대 공포증이 있거나 회의 시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렇게 주변을 칭찬하면서 말을 시작해보세요.
2. 제스처와 눈빛을 미리 연습하라
무대가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많은 가수는 ‘관객의 호응이 없을 때’라고 답합니다. 우리가 회의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날 며칠을 준비한 발표 자료의 반응이 냉랭하거나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는데 회의 참석자들이 심드렁하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하얗게 변합니다. 어떻게 이 뒤를 진행해서 상황을 타개해나가야 할지 막막해지면서 무대 공포증, 회의 공포증이 몰려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참석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제스처를 사용하라
제스처가 아직 어색하다면 TV나 인터넷에 나오는 전문 강사의 강연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물을 가리키는지, 자료를 들었다면 어떻게 핸들링하는지, 참석한 사람들을 지칭할 때는 어떻게 가리키는지 보고 따라 하는 거죠.
둘째, 눈빛을 정확히 각각의 개인에게 던져라
허공을 무의미하게 응시하거나 한쪽만 힐끔힐끔 보지 말고 눈빛을 골고루 분배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쪽이 있다면 그쪽을 향해 좀 더 시선을 주면 쉽겠죠? 그러다 보면 호응이 더 강해집니다. 웬만하면 아래를 너무 오래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선에 자신이 없다면 도수가 없는 안경을 활용하는 것도 팁이지만 제일 좋은 것은 적극적으로 아이컨택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저는 쇼호스트인 동시에 전문 경쟁 프레젠터이며, 입찰 PT를 컨설팅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 외 발표를 자주 합니다. 스피치도 회의의 형태인가, 발표의 형태인가에 따라 많이 다르기에 언제나 새로운 주제로 IR 피칭을 할 때는 연습을 충분히 하고 작은 무대라도 계속 경험을 쌓으려고 합니다. 결국 하다 보면 긴장감도 줄어듭니다.
공포증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벌써 땀이 나고 손에 쥐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생각부터 바꿔보면 어떨까요. 무대에 서는 일도, 회의에 나서는 것도, 중요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경쟁 발표를 하는 것도 화살을 맞기 위한 고통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결국은 ‘내 사람을 만들고 내 팬을 만드는 자리’라고. 아마 조금은 긴장감을 즐기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원문: 석혜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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