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튜브 댓글에서 요청해주신 대인기피증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언제나 누군가를 진단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즉 정신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이 글은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인기피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 명칭은 사회불안장애 혹은 사회 공포증입니다. 영어로는 ‘Social phobia’라고 할 수 있겠죠. 통계적으로는 현대인의 10–13%가 사회불안장애, 사회공포증을 겪는다고 보고됩니다.
간략하게 정리를 하면 사회공포증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등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어서 그런 상황을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사회적 불안을 앓는 분들은 자신의 생각이 비이성적이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생각과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1. 사회공포증 진단 기준
이 진단기준은 강북삼성병원에서 만들었고 기사에서 참고했습니다.
- 한 가지 이상의 사회적 상황이나 활동에 현저하고 계속적인 두려움이 있다.
- 두려운 사회적 상황에서의 노출은 언제나 예외 없이 불안을 유발하거나 불안 발작이 나타난다.
- 공포가 너무 지나치거나 바보 같다는 것을 인식한다.
- 공포스러운 사회적 상황이나 활동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불안과 고통을 경험한다.
- 공포스러운 사회적 상황 또는 활동에 대한 회피나 불안이 생기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이나 관계 형성을 저해한다.
다섯 개 모두 체크했다면 당신은 사회공포증을 앓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한 개의 질문이라도 답을 했다면 사회 불안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까운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기를 바랍니다. 단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최소 6개월 이상 이와 같은 증상을 느껴야 합니다.
커뮤니티에 주신 의견을 통합해 보면 대부분 대인기피증이라기보다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전형적인 모습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 저하의 일반적인 모습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로 인해서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워하고 걱정하며,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된다는강박을 약간 겪기도 합니다. 이런 데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지는 거죠. 그래서 보통은 혼자 혹은 소수의 무리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를 놔두고 더 심각한 사고방식에 빠지면 사회공포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존감은 면역력 같은 것이어서 자존감이 심각하게 떨어지면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언급한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안 하셨더라도 지금 삶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가까운 상담소에 가셔서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시기를 바랍니다.
2.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
보통 사회적 불안을 앓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 대중 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일반적이고,
- 대화를 하다가 관심의 집중이 나한테 오면 사회적인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 이성 문제로 연결되면 낯선 사람과 데이트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회공포증을 앓는 분들이 먹고사는 문제에도 연결이 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가당하기 쉬운 상황, 예를 들면 직장이나 학교 면접 같은 상황에서도 사회불안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신 분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도 두려움에 빠진다고 합니다.
3. 사회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의 증상
이 증상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정서적인 증상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증상
- 입이 마르고 땀이 난다거나
-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근육이 긴장되고
- 위장에도 장애가 일어날 수 있음
정서적인 증상
- 높은 수준의 불안과 두려움
- 신경질적인 반응, 공황
-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해서 반복됨
이로 인해서 개인이 관심의 중심이 될 것 같은 상황을 회피하려고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공간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심각해지면 개인은 학교나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죠.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과음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4. 사회공포증의 원인
안타깝게도 이 사회공포증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아동학대나 초기에 인생에서 엄청난 역경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었다면 사회공포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데 인과관계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험 요인으로서는 작용할 수 있다고 해요.
어려서부터 낯선 환경에 많이 처하고, 또 평가받는 자리에 자주 노출되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사회불안장애 취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까운 친척이 사회 불안 장애를 겪는다면 일반 사람보다 2–6배 정도 사회공포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유전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5. 사회공포증의 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장 주요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진 것은 인지행동치료(CBT)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자기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다시 합리적인 신념으로 바꿔서 치료를 도모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어떤 자리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무조건 나쁘게 평가할 것이다. 그런 평가는 계속 지속될 거고 사람들은 나를 깔보거나 부정적으로 얘기할 것이다.’ 같은 생각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인지행동 치료자가 중간에 ‘그 신념은 잘못되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고 그렇게 나쁘게 평가하지도 않는다.’는 대안적인 신념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사회공포증을 앓는 사람은 이 신념만 없다면 이런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가 있겠지요. ‘아, 내가 사람들한테 앞서 나가도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구나. 나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구나.’ 이런 생각들을 가지면서 조금씩 불안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습니다. 이 치료 방식은 제가 자존감 상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확실히 이 인지행동치료가 자존감이나 사회공포증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체계적 둔감법
두 번째 방법은 체계적 둔감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공포증에 자주 활용되는 방식인데요. 내가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거미 그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노출을 증가시키는 겁니다.
그림에서 시작해서 인형, 인형에서 사진, 사진에서 실제 독이 없는 거미까지 쭉 가면서 ‘아 이렇게 노출시켜도 거미가 나한테 큰 위해를 끼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금씩 이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식인데요. 요즘에는 이를 VR을 통해서도 진행합니다. 즉 VR기기를 끼고 실제로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상황에 조금씩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옵션을 켜면 처음에는 한 사람만 나를 보는데 조금씩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대형 강당에서 발표를 하는 상황에 가상으로 처해 보는 거죠. 그러면서 조금씩 불안을 없애나갈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
사회공포증은 약물 치료와 병행됐을 때 효과가 큽니다. 정신과 의사 분들은 불안장애는 약물치료가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불안제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프로작이라고 알려진 우울증 약이 유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는 약만으로는 치료가 안 되고 반드시 인지행동치료와 결합해서 약물치료를 해야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