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친한 컨설턴트 동생이 나에게 미친 제안을 했다.
마크, 월요일에 한 주 업무의 80%를 해보지 않을래요?
주 5일 근무니까 1/n 하면 하루에 20%인데, 3~40%도 아닌 80%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의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하필 내가 가장 실력을 인정했던 컨설턴트여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게 준 팁은 간단했다. 월요일 출근하면 예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허둥지둥 보내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일이 많으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월요일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계획하면 어떨지 제안했고, 그것이 일요일 늦은 저녁이든 월요일 이른 새벽이든 좋다는 것이었다. 그의 조언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가 스스로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나 큰 효과를 거두었고 나에게 전해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 역시 큰 효과를 거뒀다. 이제 와서 검색해보니 2007년 비슷한 제목의 책이 나온 적이 있었다. 다만 나는 책을 읽지 않고 내 경험을 기반으로 이 글을 쓰기에, 책 내용과 겹칠 수도 있고 반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우선 두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왜 50%도 아니고 80%일까?’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월요일에 80%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어떤 면에선 두 질문 모두 같은 맥락이다.
우선 50%도 아니고 왜 80%일까? 그 이유는 월요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 때 80%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신드롬이 있다. 바로 ‘월요병’이다. 일요일 오후만 돼도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논다 해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하다. 월요일 아침은 어느 날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지만 출근길에는 머리도 마음도 분주하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비슷한 상태인 직원들로 가득하다.
그의 조언이 조금은 이론적으로 들렸지만, 내 마음이 움직인 건 당시 내 상황도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컨설팅 프로젝트는 보통 두세 달이 기본이다. 어떤 사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컨설팅 방법론과 프로세스의 큰 틀은 큰 차이가 없다. 매주, 매일, 매시간 할 일들이 가득 차 있다.
때문에 정말 시간이 금보다 귀했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즉 Time Management 역량에 따라 내 업무의 질이 달라졌다.
그런데 늘 월요일이 문제였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달리던 프로젝트는 주말 동안 잠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가, 월요일 아침부터 급발진 차량처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일의 주도권을 잃고 월요일을 힘들게 보내고 나면, 그 여파는 나머지 요일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때의 난 그저 빠르게 흘러가는 큰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떠다닐 뿐이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난 누구의 조언이라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효과를 거둔 세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 30분을 월요일 준비에 투자했다. 누군가는 ‘주말에 30분 회사 일을 했네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30분 투자로 주중의 불필요한 시간 소모와 감정 소모 두 가지 모두를 줄일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의 흐름이다.
어디 보자,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이번 주에 크게 어떤 업무들이 있지? 음, 일단 지난주까지 완료한 현업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역량 강화를 위한 가설을 수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구나. 월요일 오전 팀 미팅 이후 1시간 30분은 무조건 가설을 수립해서 다른 컨설턴트들에게 피드백을 받도록 해야겠네.
이미 파일럿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A 사업부 상황도 상무님께 중간보고를 해야 하는데, 중요하진 않지만 미뤄서 좋을 게 없으니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상무님 화요일 가능한 시간으로 보고를 잡아놓고, 오후에 바로 자료 준비해야겠다.
아, 주중에 가설 검증 작업을 해야 하니 관련 부서에 필요한 데이터도 미리 요청해놔야지.
둘, 월요일에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가령 본인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팀장에게 중간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인간의 심리는 대개 월요일부터 팀장님과 피곤하게 부딪히기보다 화요일 또는 수요일 정도에 보고하는 걸 선호한다. 그러면서 굳이 더 만질 필요도 없는 자료를 계속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나는 이런 보고는 가급적 월요일에 바로 하고자 했다. 팀장님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좋은데?’라고 말하면 바로 월요일부터 후속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음,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해봐’라고 피드백을 주면 월요일 오후 1시간가량 투자해서 보강한다. 그다음 보고는 대부분 통과하기 때문에, 화요일부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월요일에 해야 한다. 수요일 정도에 하게 되면 다들 경험해봤겠지만 그다음 주까지 업무가 늘어질 가능성이 99%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질문인 ‘진짜 월요일에 80%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답을 할 수 있다. 가능하다. 물리적으로 80%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도로 따졌을 때 80%만큼 일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조금 더 힘줘서 말한다면,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일은 월요일에 다 끝내는 것이다. 나머지 사흘 동안에는 그 후속 작업만 하면 된다.
셋, 어차피 에너지 소모가 심한 월요일이니 업무 일정을 더 촘촘하게 세운다. 심지어 당시에는 분 단위로 일정을 세웠다. 컨설팅 프로젝트 특성 때문이긴 했지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팁이기도 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A과장과 B과장의 예를 들어보자.
A과장은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했다. 그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오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 ~ 09:00: 팀 미팅 준비
- 09:00~10:00: 팀 미팅 (잡혀 있던 일정)
- 10:00~12:00: 지난주 진행한 현업 인터뷰 정리 및 분석
- 12:00~13:00: 마케팅팀 C과장과 점심 (잡혀 있던 일정)
- 13:30~16:00: 파일럿 프로젝트 중간보고 준비
- 16:00~17:00: 컨설팅 트레이닝 (잡혀 있던 일정)
- 17:00~18:00: 밀린 업무 마무리
B과장 역시 아침 일찍 출근했다. 다만 전날 30분을 투자해 오늘 할 일을 구상해서 아웃룻 캘린더에 다음과 같이 저장해놨다.
- 08:30~08:40: 상무님 화요일 가능 시간 확인 후 보고 일정 확정
- 08:40~08:50: 팀장님 피드백 보고 가능 시간 확정 후 일정 확정
- 08:50~09:00: 팀 미팅 준비
- 09:00~10:00: 팀 미팅 (잡혀 있던 일정)
- 10:00~11:40: 지난주 진행한 현업 인터뷰 정리, 분석, 가설 수립
- 11:40~12:00: 가설 팀 내 공유 및 피드백 수렴
- 12:00~13:00: 영업팀 D과장과 점심 (잡혀 있던 일정)
- 13:00~13:15: 관련 부서에 가설 검증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요청
- 13:15~13:30: 팀장님 피드백 보고 자료 준비
- 13:30~13:45: 팀장님 중간 피드백 보고
- 13:45~14:00: 피드백 반영 자료 팀 내 공유 및 담당자별 action item 전달
- 14:00~15:15: 화요일 상무님 보고 준비 후 팀장님께 공유해 피드백 받기
- 15:15~16:00: 수~목 예정된 매장 방문 인터뷰 질의지 준비하기
- 16:00~17:00: 컨설팅 트레이닝 (잡혀 있던 일정)
- 17:00~17:20: 컨설팅 트레이닝 추가 질의
- 17:20~18:00: 팀장님 피드백 반영한 상무님 보고 자료 완성 후 미리 보내 놓기
어떤가? 둘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둘의 차이를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꼭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B과장의 하루가 A과장보다 조금 더 힘들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남은 나흘 동안 B과장은 주도적으로 일을 끌고 나갈 것이고, A과장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 일을 쳐내며 지낼 것이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모두를 철저히 지키고 있진 않다. 포지션이 달라진 탓도 있다. 그래도 당시의 나처럼 30대 초반인 직장인들에게는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한 가지는 ‘월요일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원문: Mar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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