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다음은 마시즘 막내의 회고(?)다. 그녀는 음료를 잘 모른다고 말하며, 매일 코코넛워터만 마셨다. 이에 ‘지코(ZICO, 코코넛워터)창업주의 손자다’ 혹은 ‘잘못하여 대량으로 산 코코넛워터의 재고처리를 하고 있다’ 등의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은 코코넛워터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알바로 모은 돈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떠난 여행이었다. 7월의 스페인. 나는 침대에 누워 시간이 흘러가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빨간색 과일이 그려진 음료수. 나는 복숭아 음료인 줄 알고 맛을 보았다. 그것이 코코넛워터와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비타코코 피치망고맛’이다.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은 음료인 줄 알았다면 하루에 다섯 개는 먹을 걸. 하지만 한국에는 ‘지코(ZICO)’라는 코코넛워터가 있었다. 행주를 빨았냐며 (어둠의 무리로부터… 마시즘 포함) 온갖 모함을 받던 그 음료였다. 스페인에서 마셨던 코코넛워터는 맛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맛이 날지도 모르잖아.
지코를 좋아해 아무노래 말고, ‘코코넛워터’ 지코
지코의 첫 느낌은 난감한 맛이었다. 하지만 마셔보니 피치망고에서 느꼈던 미묘한 단맛이 이곳에도 있었다. 지코에는 사람 입맛을 당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탄산도 없는데 청량하고. 끈적한 뒷맛 없이 깔끔하고, 설탕도 없는데 기분 좋게 달달했다. 이거다. 나는 이후 지코 신봉자가 되었다.
코코넛워터 110% 마시는 법: 얼린다
3년 차 프로코코넛워터러의 음료 구매 방법은 하나다. 편의점에 있을까 없을까 하며 코코넛워터를 찾는 대신, 쿠팡에서 박스째로 사는 것. 그동안 지코와 팁코, 비타코코 등 여러 브랜드를 마셔보았고 최근에는 ‘말리’라는 코코넛워터로 정착했다. 달콤한 맛이 가장 두드러지고, 패키지에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느껴진다.
코코넛워터를 어떻게 마셔야 하냐고? 그것은 살얼음이 살짝 끼도록 가볍게 얼려 먹는 것이다. 마시기 2–3시간 전에 냉동실에 두었다가 꺼내 마시면, 코코넛워터의 살얼음에서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잘 쓰인 자소서, 아니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당긴 기획서의 맛이 난다. 쿰쿰함은 사라지고 단맛만이 혀 위에 사르르 내린다.
사실 술 마시려고 코코넛워터 마십니다
남들은 코코넛워터를 말할 때 건강을 말하지만, 나는 술 마시려고 코코넛워터를 산다. 코코넛워터는 언제 마셔도 좋지만 ‘술 마신 다음 날’이 좋다. 깊은 숙취로 몸에 가뭄이 온 아침에 코코넛워터를 꺼내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말이랄까. 거기에 아메리카노 뺨치는 이뇨작용까지, 몸에 독소를 배출시켜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코코넛워터를 마시면 술이 잘 깨고, 술이 잘 깨면 또 마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마시면 코코넛워터를 마시고(…)
물론 코코넛워터의 건강함도 무시할 수 없다. 코코넛워터를 만나고 전보다 소화도 잘된다. 나트륨 해독제라고 불리는 칼륨이 나트륨의 배출을 돕는다. 무슨 말이냐면 짠 음식을 먹어도 두렵지 않다. 코코넛워터가 해결해줄 거야! 또 부종을 완화하는 데도 좋은데…라고 말하면 무슨 만병통치약이냐고 하겠지. 물론 음료가 모든 건강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 적당히 즐길 만큼 마시는 걸 추천한다.
코코넛워터를 좋아하세요?
이 글을 보시고 코코넛워터가 궁금해 편의점에 들르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코코넛워터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확률은 반반(아니 그보다 낮을지도)이다. 코코넛워터를 좋아하는 길은 이토록 외로운 법이다.
부디 이 글이 수많은 사람에게 닿아 코코넛워터의 은총이 널리 널리 퍼져 한국에서도 다양한 맛과 브랜드의 코코넛워터를 즐기길 바란다. 이게 다 피치망고맛 비타코코 때문이다. 피치망고맛 비타코코가 어떨지 궁금하다고?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시라.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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