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는 알아서 하는 부사수를 원합니다. 반대로 부사수는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수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더라고요. 각자 부족한 부분들을 상대방에게서 채우려는 바람이 컸던 탓일까요.
사람들은 좋은 사수, 부사수의 조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다 각자 좋은 사수, 부사수가 되기 위해 하는 것들을 물어보면 숙연해집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질문은 아무래도 어색하니까요.
그래서 이 글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변화는 불편함을 인식하는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의 글은 짧은 편입니다. 잠깐만 짬을 내어 읽어볼까요. 사수와의 관계가 불편하다면, 당신이 불편한 부사수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사수가 불편했던 상황이 있었는데요. 그때 자주 들었던 3가지 요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세요
덤벙대는 성격일수록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숫자를 다루는 업무일수록 이런 케이스가 허다합니다. ‘다음에는 실수하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다음날 또 틀립니다. 내일모레도 틀릴 예정입니다. ‘왜 틀려요?’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누군들 틀리고 싶어서 틀렸겠어요. 혼내는 사람도 이해를 못 합니다. 어쩌겠어요. 몇 년 혹은 입사 전까지도 덤벙이로 살아왔는걸요.
덤벙이라는 알맹이를 바꾸기보단, 이중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강제로 만드세요. 지시 업무에 대한 메모 여부, 자신만의 업무별 체크리스트 만들기 같은 프로세스. 스스로의 업무 개선에 도움이 됩디다.
2. 묻기 전에 미리 말해주세요
‘이거 했어요?’라고 물으면 ‘하려고 했는데…’라는 대답은 자주 하지 마세요. 그게 반복되면 사수의 AI 알고리즘은 ‘하려고 했는데…’를 나의 핑계 패턴으로 인식하고 선입견을 생성합니다.
불편한 관계는 개선해야겠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메시지를 보내세요. ‘오늘 제가 할 업무는 이것저것으로 총 31개이며, 우선순위는 이런 순입니다’ 구두로 한 번 더 말해주세요. 사수에게 내가 오늘 무엇을 할지, 얼마나 바쁠지 알려 줄 수 있어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요. “우선순위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듯”, “이건 시간이 걸리니 내가 할게요” 같은 것들 말이죠.
사수도 업무를 맡길 때, 난이도를 고려해서 소요 시간을 예상합니다. 사수랑 썸 탈 것도 아니잖아요. 밀당하지 마시고 먼저 말해주세요.
3. 어렵다고 느끼는 업무는 알려줘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맡겼는데, 의외로 쩔쩔매곤 하죠. 사수라면 ‘내가 했던 걸 옆에서 봤을 텐데 왜 못해?’라고 생각할 텐데, 감정적으로 표현하지는 말아주세요. 주어진 업무가 어렵다고 느끼는데, 겁이 나니 일단 해봐야지 하면서 어정쩡하게 시작합니다. 불안함에서 시작되니, 속도는 느려지고 결과는 안 좋게 되죠. 그리고 혼나죠.
일단 사수는 부사수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세요. “어려운 업무는 말해줘요. 그래야 상의할 수 있어요.” 같은 멘트로요. 부사수가 “이 업무는 좀 어렵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이죠. 구두로 말하기보단 메일, 메신저같이 감정 색이 없는 대화 수단이 오히려 좋습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감이 없더라고요. 전 그랬어요.
마무리
누구나 상대방에게 좋은 사수, 부사수가 되고 싶지만 그거참 쉽지 않아요. 마음은 잘해주고 싶지만 일이랑 인간관계는 다르잖아요. 상대방을 치켜세워주고 케어해주면서, 필요할 땐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충고까지 해주는 사람. 그런 퍼펙트한 사람을 찾기보단 스스로가 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우리, 어렵더라도 한 발짝 다가가 봅시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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