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대화는 ‘자신의 경력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이’와의 상담 도중에 나눈 대화를 압축하였습니다.
Q. 제가 가진 경력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A.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지금의 업무 경험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해본 일이 있나요? 그동안 해왔던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거라든지 말이죠.
Q. 경력 기술서는 써 봤죠. 근무 회사, 기간,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 등을 적어봤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일을 했던가?! 하는 의구심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A. 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헷갈려하시는 것은…
첫째, ‘경력과 이력’의 정확한 개념을 구분하지 못해 나타나는 오류입니다. 경력은 지금까지 겪거나 거쳐 온 직업이나 학력 따위의 일입니다. 따라서 결과론적으로 나열하는 것이죠. 반면에 이력은 “어떤 이가 살아오면서 이룩한 학업이나 종사했던 직업 따위의 발자취”를 말합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욱 중요하시 하여 성장의 추이를 정리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지금 이력을 말하고 싶은데, 경력을 정리하는 중이신 겁니다.
둘째, 경력은 사회, 경제적 지표에 의해 비교할 수 있지만, 이력은 비교 불가합니다. 경력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야 하니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죠. 그가 이룬 결과와 과정까지 모두 알아야 합리적 수준의 비교가 가능할 텐데, 우리는 타인의 일의 세세한 과정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하듯 비교하면서 무언가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죠.
셋째, 누구든지 자뻑이나 관종이 아닌 이상, 자신의 경력이나 업무 경험에 대하여 겸손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그러면 겸손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려고 시도하세요. 있는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말이죠. 아무리 포장해도 바닥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마련이니, 이걸 억지로 포장한다고 해도 알 사람들은 다 알게 됩니다.
Q. 그런데, 누구나 자신의 경험, 경력에 대한 MSG 정도는 치잖아요. 저도 약간만 포장하면 안 될까요?
A. 맞습니다. 해도 됩니다. 그런데 한다고 해도 분명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MSG만 쳐야 해요. 그리고 그건 의지나 희망적 미래를 표현하는 데 사용해야 해요. 과거의 이력을 과포장하는 데 쓰게 되면,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기로 느껴질 것입니다. 사기를 치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사람은 없죠.
‘화려한 경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력이 화려한 사람 A가 있습니다. 유수의 대학과 기업을 거치며, 소위 좋은 스펙으로 삶을 일궈왔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존경하고 싶나요? 또는 닮고 싶나요?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어떨지,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푸념 섞인 질투심에 가깝나요?
그가 어떤 사람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이죠. 화려한 경력은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좋은 실력이 있다고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그 기대치를 채워가면 갈수록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성장 과정에서 때로는 좌절도 맛보고, 무리를 하며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커리어이며, 인생인 것이죠.
인간은 ‘성공이 연속된 삶’을 살지 못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화려해만 보이던 A도 어두운 면이 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노력을 했기 때문에 놀라운 경력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 심지어 그 노력을 루틴으로 갖고 있어,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 직장인에게 A와 같은 화려한 경력이 필요할까요?
- 나에게도 그런 경력을 만들 만큼의 실력과 잠재력이 있을까요?
- 혹시 그동안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도 안됐나요?
- 아님 내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드나요?
- 혹은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을까요?
이런 자문자답의 과정에서 A와 내가 어떤 점이 다른지 수십 가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 ‘경력’만을 비교한다면, 그 결론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일까요? 설령 그렇다 해도 우리는 올바른 비교를 하고 있을까요?
커리어를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은, 화려한 경력보다는 진정성 있는 이력이다
그렇다면 이력의 진정성이란 무엇일까요?
- 그동안 해왔던 일에 진실된 마음으로 임했으며
- 업무 실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 그 결과로 지금의 경력을 얻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덧붙여,
- 어떤 직장과 직무를 선택하고 꾸준히 실행함에 있어,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내가 지금의 일을 하는 이유가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업무상 해봤던 깊이 있고, 다양한 경험 모두 나의 이력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 및 직무마다 이력의 폭은 제한적이지만,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임의로 확장될 수도 있습다. 그 ‘노력’은 결국 의지의 표현이며, 개인과 조직의 성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의 일부죠. 이는 때로 전체 뉘앙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따라서, 경력만을 내세우는 것은 전문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 보다는 업무상 이력, 즉 세부적인 과정과 개인의 입장에서 통제 가능한 결과물의 화학적 결합을 내세우세요. 내가 가진 실현 가능한 업무 범위 및 내용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논리적·합리적으로 주장하는 겁니다.
아리스토렐레스는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파토스(Phatos)라는 세 가지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에토스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고, 로고스는 ‘논리’이며, 파토스는 ‘상대방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공감’입니다. 이것들을 내가 지향하는 커리어에 맞춰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내세우기 위한 화려한 경력보다는, 떳떳한 이력이 종합된 논리로 중무장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어떤 것을 잘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깨달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다양한 이력으로 종합된 경력상의 최종 결과물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진 ‘일의 진정성’을 어떤 논리를 바탕으로, 어떤 형태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왜 그런 내용의 업무 경험을 갖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어갈 커리어 방향에 맞는 주변인들의 지지와 응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떳떳한 이력을 쌓는 과정의 노력이 결국 탄탄한 경력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커리어가 생길 겁니다. 지속력을 만드는 게 조건이나 스펙이 아닌 이유입니다.
원문: 김영학의 브런치
이직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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