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른 기업 임원분을 만날 자리가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의 우여곡절을 경험해 본 분으로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이었죠.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주제를 던졌습니다.
내가 여러 기업들을 인수하러 다녀보았지만, 하나같이 인수되는 기업의 직원들은 전날까지도 몰랐다는 거야. 회사는 그런 걸 직원들에게 안 알려주더라고.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가 최소한의 태도를 내게 유지해 줄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기대하지만, 생각보다 사회는 냉엄하며 ‘진실의 순간’이 되어서야 민낯이 드러나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희망퇴직이나 갑질 발령, 최종합격 후 합격 취소 등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제’를 전제로 한 조직
회사에 가장 많이 실망하는 부분이 ‘소통’입니다. 개인의 발령이나 승진, 보상부터 기업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일이 닥칠 때에야 듣거나, 아예 외부 언론을 통해 듣게 되면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지요. 그 ‘진실의 순간’에 취한 태도는 이후에도 습관처럼 이어집니다. 회사와 내가 남이 되어버렸다고 느낀 순간부터 계약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리죠.
임원 중에는 여러 변수를 혼자 생각해서 소통을 미루거나 감추는 부류가 적지 않습니다. 미리 알려지면 소문이 나서 직원들이 미리 준비하거나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획 업무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서슴 없이 꺼내고 심지어 실무에 반영을 하는 임원들을 봤습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세상에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통제를 전제로 한 조직은 작은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조직이 대부분입니다. 접속과 공유를 토대로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조직은 설사 작은 실패를 맞이한다 해도 대부분 더 나은 결과를 맞게 됩니다.
실무를 위해 감출 정보는 없다
정보에 다다르는 장치가 많은 기업일수록, 직원을 동료가 아닌 ‘남’으로 보는 타자화가 심한 기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안이 약한 것이 좋은 기업의 모습은 아니지만, 실무를 하는데 복잡한 장치를 통해서만 정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 권한을 신청해야만 하거나, 보스를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이는 철저한 불신과 조직의 사일로(silo)나 하이어라키(hierachy)가 변화나 꼭 필요한 실패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고 볼 수 있죠. 이는 기업의 기술 비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개인의 처우, 혹은 업무에 대한 소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층층으로 나뉜 정보의 결계를 뚫고 힘 있는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정보를 홀로 알 수 있는 이 구조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미리 아는 게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마치 국토교통 계획을 미리 아는 부동산 투자자처럼 말이죠. 그래서 ‘자기 라인’의 사람들을 미리 요직에 꽂아 넣거나, 사적으로 친한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날 기회를 차단해 버리죠.
아무리 ‘회사 문화’를 중요 키워드로 올리고, 화려한 사무실과 이벤트를 나열해도 진실의 순간은 이럴 때 기업이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몇 년 전 미국 애플이 입사한 직원이 본인의 SNS에 이렇게 말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첫날부터 열람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서 당황했다고요.
실무를 위해 감출 정보는 없습니다. 감추는 것이 많을수록,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방증이 됩니다. 회사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시의성 있게 제공했는지 돌아본다면, 과거에 쓴 아래 아티클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원문: Peter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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