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많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에 관여하고 과일을 씨앗과 함께 먹어 먼 거리까지 식물의 종자를 퍼트립니다. 또 모기처럼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해충을 잡아먹거나 농작물을 갉아먹는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여에도 최근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라는 사실 때문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다만 실제 어떤 경로를 통해 박쥐에서 왔는지, 그리고 진짜 박쥐에서 유래한 것이 맞는지를 포함해 많은 사실이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Chicago’s Field Museum)의 스티브 굿맨(Steve Goodman)과 인도양의 프랑스 영토인 레위니옹에 있는 레위니옹 대학 (Université de La Réunion)의 연구팀과 함께 아프리카 및 인도양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 36종, 1013마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채취했습니다. 이 가운데 8%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보통 만성 감염보다는 계절성으로 급성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할 때 비교적 높은 수치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동일성이 주로 속(genus) 단위 혹은 과(family) 단위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닌 집단이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는 이야기로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가 수백만 년 이상 공진화를 이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숙주에 잘 적응된 만큼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증식을 할 수 없는 만큼 바이러스도 적응된 숙주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넘어오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동굴처럼 좁은 환경에서 같이 서식하는 박쥐의 경우 종은 물론 속/과 단위에서 달라도 같은 균주의 바이러스를 보유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밀폐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종을 뛰어넘는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야생동물의 밀접 접촉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이유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인간에 감염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전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철저한 격리 및 감염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위험성에도 앞으로 우연 전파되는 바이러스 질환을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현황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63799-7
- 「Coronaviruses and bats have been evolving together for millions of years」,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