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이 뽑히게 될까? 보편적인 답은 없다. 그러나 ‘적합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보다 ‘부적합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시각은 지원자에게도 중요하다.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만한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눈 밖에 나면,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류 채용 과정에서
생각보다 이 단계에서 실수하는 이들이 많다. 주의력 결핍 때문에 생기는 실수다. 조금만 신경 쓰면 저지르지 않을 실수인데 말이다. 일단 지원 의도가 뻔히 보인다. “돈 벌려고!” 그 의도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도를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1.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보내는 사람
일단 되는대로 많이 넣으면, 그중에 하나 되지 않겠어요?
누가 받는지도 모르고, 일단 제출하기에 바빴다. 결과적으로 실수가 난무한다. 회사 이름을 다르게 쓰거나, 관계없는 내용을 기입하거나, 과도하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경우의 수는 많다.
누가 받는지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렇게 기본적 에티켓을 무시하는 듯한 결과물을 보여줬을까? 문제는 “일단 하나만 걸려라”라는 심정이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부터 1차 탈락이다. 마치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처럼 말이다.
2. 서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
일하면서 익혀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무슨 배짱인지 알 수 없다. 분명 채용 공고에 ‘필수 자격 요건’을 기입하고 이를 가진 이들을 채용한다고 써놨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이라면, 과연 이러한 무모한 시도를 할지 의구심이 든다.
이들 역시 탈락자로 골라내기 가장 쉬운 타입이다. 조건에 맞는 서류가 없는데 왜 면접 볼 기회를 줘야 하는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가차 없이 탈락이다.
3. 서류에 오타가 잔뜩 있는 사람
내용만 전달되면 되지, 형태가 뭐 중요한가요?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카톡 대화 상대가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스타일이다. 마치 자신이 세종대왕인 것처럼 맞춤법, 띄어쓰기 모두 무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타가 심하면 회사에서도 싫어한다. 회사에서 처음 제출하는 서류가 오타투성이라면? 볼 것도 없다.
※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 본다. 웬만한 오타는 금방 잡아낼 수 있다. 자신의 얼굴 같은 서류를 들이밀기 위해서는 그 정도 세심함이 필요하다.
4. 지원 동기에 논리가 없는 사람
돈 벌기 위해 일하지, 다른 논리가 필요한가요?
맞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택한 장소가 해당 직장과 직무여야 하는 이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꼭 이 일과 이 직장, 이 직무여야만 하는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결국 돈만 벌려고 하는 일이 된다.
이들의 지원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원 동기에 하나의 주장만 실린 게 아니라, 여러 주장이나 일관성이나 관계, 맥락들이 뒤섞여 있다. 어디서 좋아 보이는 말들을 짜깁기한 뉘앙스다.
면접에서
면접을 보는 이유는 단순히 얼굴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다. 직접 대면하여 갖고 있는 역량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면접자의 현재 실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의외로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다.
5. 지각하는 사람
죄송합니다. 차가 좀 막혀서 늦었습니다.
면접 시간과 장소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긴 말이 필요한가. 바로 탈락이다. 물론 어디든 불가항력이란 존재한다. 그러나 너무 뻔한 변명이라면, 설사 진실이라 해도 불성실함을 가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면접 기회라도 주고 싶다면, 줘도 된다. 하지만 지각한 사실을 알고도 보통의 면접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중하게 돌려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 모른다.
6. 용모가 단정하지 못한 사람
잘생길 필요 없다. 못생겨도 상관없다. 하지만 용모는 깔끔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용모는 ‘얼굴 容, 모양 貌’다. 쉽게 말해 불결하지 않으면 된다. 보는 눈이 사람마다 달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아니다. 잘 씻고, 머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면 된다. 여기서 받는 인상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할 것이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들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겉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있더라도 적절히 드러내지 못한다. 구별하려면 ‘끝’을 보면 된다. 소매 끝, 깃의 끝, 바지 끝. 지저분하다면, 생각 좀 해봐야 한다.
7. 횡설수설하는 사람
(이 말… 저말… 또 다른 말…)
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게속 삼천포로 빠진다. 답을 듣다 보면 질문한 이도 혼란이 올 정도로 복잡하다. 질문 자체를 잊게 만들 수 도 있을 정도다. 이런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을 못 하는 게 그대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을 조리 있게 못 하는 것과,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노력하면 바뀌지만, 후자는 바뀌기 쉽지 않다. 그런 사람과 어떻게 함께 일하겠는가.
8. 수시로 말을 바꾸는 사람
저는 A1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후) 저는 A1-1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설득되었다면, 자신의 주장이 바뀌었음을 밝혀야 한다. 합의는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합의는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한다면 사실을 확인함과 도시에 의견을 좁혀서 함께 일할 수 있을지를 견준다.
그러나 말을 할 때마다 주장의 내용이 바뀐다면,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할 수 없어진다. 이를 판단하고 싶다면, 같지만 다른 질문을 해보면 된다. 사람의 역량은 질문의 진위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자신의 일관성을 일관성 있게 밝히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
9. 일을 하는 의미와 가치가 없는 사람
일을 시작할 때부터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는 사람과 뭘 믿고 함께 일할 수 있을까요?
일을 시작할 때는 그만의 동기(Motiv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록 회사가 시킨 일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마음으로부터 좋은 태도가 나오고, 적절한 경험과 과정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결론적으로 좋은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Why)에 대한 질문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YES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해봐야 한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이들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 주도적으로 어떤 일을 이끌어 본 적이 없는 사람
앞에서 끌거나, 뒤에서 미는 것보다 중간에 있는 것이 편안하잖아요.
뭔가를 주도적으로 이끌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이것들이 점차 쌓여 실력을 만든다. 하지만 삶을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응하지 않는다면 이런 ‘맛’을 모른다. 그 맛을 모르니, 그 맛을 낼 수도 없다.
이들은 뭐든 소극적이고, 답을 피한다. 답을 내는 것에 두려워한다. 하다못해 일상적 질문에도 “아무거나” 식의 답변을 한다. 이들은 결정적 순간에도 답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이다.
11. 자신이 한 일의 가치를 과신하는 사람
라떼는 말이야.…
일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맞다. 하지만 부풀려서 말하는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성격 자체가 허세로 가득 차 있다. 이들과 함께 하면 시작은 창대하겠지만, 끝은 미약할 것이다.
12. 자신이 한 일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
이 정도 가지고… 별거 아닙니다.
겸손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겸손의 표현인지, 자신의 일을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건지 쉽지 않다. 그래서 말의 뉘앙스를 잘 읽어봐야 한다.
그가 과거의 일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여 지금의 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열심히 하여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게 없다.
13. 이전 직장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
전 직장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전 여자 친구를 현 여자 친구와 비교하는 짓은 금기다. 판도라의 상자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일은 다르다. 이전 직장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으며, 이로 인해 조직의 어느 부분을 담당하게 됐는지 가감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를 감춘다는 것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가 아닐까.
면접 시에 이전 직장의 경험을 물어보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그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이전 직장’이 바로 이 직장이 되어서,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습 과정에서
무사히 입사를 마쳤다. 이제 수습 기간이 되었다. 본격적인 계약 전에 합이 맞는지 맞춰보는 기간이다. 이때 지원자는 면접에서 말했던 자신의 현재, 미래 가치를 적절히 드러내어 정식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몇몇 지원자는 그 적절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모인다.
14. 그저 잘 보이려고만 하는 사람
잘 부탁드립니다.
때로 우리는 일 평가와 사람 평가를 혼용한다. 이 점을 잘 아는 이들은 짧은 시간에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평가가 곧 계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일을 평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수습 기간 동안 어떤 과정과 경험을 함께 나눌 것인지, 이를 어떤 기준으로 리뷰할 것인지 생각해 둬야 한다.
15.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
저는 회사에 일만 하러 왔습니다. 친목을 쌓는 게 아니라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이다. 목적과 목표에 공감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해야 할 일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친근함은 필수적으로 담보된다.
그러나 이를 과도하게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 정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선으로 인해 일에 방해가 된다면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16. 조직과 대표의 이해가 없는 사람
대표는 대표고,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잖아요.
대표와 조직, 나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오래가지도 못할 주인의식을 고취시킬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조직이 어떤 이유 때문에 만들어졌고 어떤 성장을 거쳐 왔으며, 어떤 목표로 나아갈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조직의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없는데, 자신이 일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뻔하다. 이들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인재를 뽑고 싶은 대표님들께
‘(우리 회사에 걸맞은) 좋은 인재’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만약 없다면, 이것부터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기왕이면 또렷하게 직무별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는 별도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기준들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일 뿐입니다.
취업 또는 이직을 하고 싶은 분들께
조금 더 세심하게 준비해 주세요. 이 회사와 왜 함께하고 싶은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진심이라면, 정말 함께 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세요. 그렇게 준비한다면, 노력은 반드시 드러날 것입니다.
원문: 김영학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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