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해양 안전체계에서 진짜로 배워야 할 점」에서 이어집니다.
일본의 구조율 기사들이 이야기하는 건 결국 ‘초동대응’입니다. 초동대응을 잘 하니까 기적의 구조율 96%가 나온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세월호 같은 사고처럼… 굉장히 있을 수 없는 그런 사고가…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이런 가정이 참 어려운 게… 선장부터 주요 승무원들이 그렇게 한마음한뜻으로 개판 칠 가능성이 굉장히 낮습니다. -_-; 일본에서 비슷한 전복 사고가 났다고 해도 이미 갑판 피신, 구명벌을 이용한 퇴선이 이루어졌을 일이고요. 이번 참사가 참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여기서 일본 특수구난대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일본 특수구난대 같은 존재가 세월호 사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요? 몇 가지 보겠습니다.
잠수부의 투입과 행동은 똑같았을 것
아래의 사진은 아직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의 모습이죠. 선수부 일부가 수상에 드러나 있었을 때입니다. 해경은 전복된 세월호 밑바닥을 두드리고 있죠.
일본 특수구난대가 ‘정예 잠수사 인력’이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는데… 이건 비교도 안되게 훨씬 작은 배이지만, 배가 전복된 상태에서 도착한 이상 배 밑바닥 두드리는 건 구조율 96%를 자랑하는 일본 애들이라고 다를 거 없습니다.
뭔 이야기냐 하면 초동대응을 그렇게 잘한다는 일본 애들도 현장에 도착하는 게 배가 전복한 시점인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이건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거죠. 배가 전복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 같은 것도 아닙니다. 악천우에 조류가 세다면 더더욱 접근하기 힘들고요.
배가 구조대 접근을 기다려서 침몰하지는 않습니다. 세월호같이 큰 배가 전복한 시점에 도착했다고 한다면, 그 때는 특수구난대 잠수사 할애비가 와도 똑같습니다. 세월호 수색에 나선 SSAT(해경특공대)도 그렇고, SSU도 그렇고 UDT도 그렇고,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전문 잠수 인력들이 이상하게 까였던 것 중 하나가 ‘공기통’ 메고 들어가서 작업한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일본도 똑같은 스쿠버 다이빙입니다. 공기통 메고 들어가서 얼마 잠수 못 한다고 참으로 이상하게 까였던 바로 그 방식으로 잠수하려고 엄청나게 훈련하고 투입됩니다. 우리 해경, 해군이나 기적의 구조율 96%를 자랑하는 특수구난대나 잠수할 때 공기통 메고 들어갑니다.
왜냐면 이게 ‘인명 구조’에 맞는 거니까요. 현장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려면 그게 맞아요.
언론보도에서 ‘공기통’은 허접이고, ‘머구리’는 효과적이라는 식으로 떠들어댔는데, 그건 <표면공급식 잠수>입니다. 머구리로 통칭해 버릴 게 아니에요. 그리고 표면공급식으로 들어가려면 수상에서 제대로 셋팅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강조하는 ‘신속’대응 절대 못해요.
신속대응에는 스쿠버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쿠버로 훈련을 하지 표면공급식으로 훈련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표면공급식 잠수도 할 수 있도록 훈련하지만, ‘인명구조’와는 다른 임무를 할 때 필요한 거에요.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서 표면공급식 잠수가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이미 ‘신속’하게 잠수할 시기가 아니란 이야기가 됩니다.
하네다공항에 24시간 대기하고 있던 특수구난대가 긴급사고 현장에 투입되었다? 마찬가지로 잠수할 거 같으면 공기통 메고 들어갑니다. 만약 공기통 안 메고 들어간다고 하면 더 신속하게 들어가려고 숨 참고 잠깐 동안 잠영하는 거죠. 맹골수도, 시야, 물살, 수온… 이런 이야기는 안 할게요.
그리고 잠수능력? 잠수능력은 우리 SSU, UDT들이 훨씬 더 높습니다. 잠수 심도나 시간 경력에서 비교도 안되죠. 그리고 그 SSU, UDT 출신들이 전역 후 해경 잠수요원으로 취직합니다.
특수구난대는 어디까지나 “컨트롤타워”
그럼 기적의 구조율 96% 특수구난대는 허당인가? 아니죠. 얘네들의 진면목은 ‘잠수’에 있는 게 아닙니다. 출동하는 인력이 ‘정예잠수사’들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박사고에 대한 전문교육훈련을 받은 ‘선박사고전문가’라는 게 중요한 거에요. 특수구조대가 기지에서 쓩~발진했다면, 이동하는 동안 ‘잠수’할 준비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날아가는 동안 사고 선박의 특징과 사고형태를 파악하고, 사람이 몇 명이나 타고 있는지 그런걸 숙지합니다. 그러면서 현장에 도착하죠. 그리고 이미 출동해 있는 지역 관구 해상보안청 순시선이나 기동구난대의 ‘현장지휘’를 합니다. 현장인력이 안되겠으니까 특수구난대 부른 거잖아요?
특수구난대는 우리가 어떻게 어떻게 구조할 테니까, 너네는 우리 지시대로 어떻게 어떻게 해라… 이렇게 현장을 지휘합니다. 이동하면서 사고 현장을 파악하고 현장인력을 장악해 구조지휘를 맡습니다. 좀 다른 개념이지만 그 말 많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거죠.
‘잠수’, ‘수영’은 바다에서 사람을 구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입니다. ‘바다’에서의 사고니까 ‘잠수’를 당연히 익히는 것이죠. 지역단위 기동구난대도 잠수는 기본으로 해요. 사고가 어선이나 여객선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고, 화물선, 유조선, 가스선 이런 대형선박에서도 납니다. 그런 선박의 특징을 알아야 사람도 신속히 대피시키고, 2차 사고를 예방하고 그러는 거죠.
특수구난대는 인명구조를 넘어 “선박 사고”를 종합 관리
해상보안청 특수구난대가 창설된 것은 무슨 대형 여객선 참사가 일어나서 그 후속대책으로 나온 게 아닙니다. 1974년 11월에 LPG선하고 대형화물선이 서로 들이받으면서 큰 사고가 났답니다. 사람도 33명인가 죽는 대형사고였는데, 인명피해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배가 문제였습니다.
강재를 싣고 있던 화물선은 별 문제가 아니었습지만 나프타가 해수면에 흘러나오고 불이 옮겨붙으면서 자연스럽게 도쿄만이 불바다가 되버려서 항로가 완전 마비, 국가경제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했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치워버리려고 해상자위대까지 출동해 함포 쏴제끼고 어뢰까지 쏴대서 격침 시키려고까지 했는데, 그것마저도 잘 안 되었답니다. (어뢰 4발 쐈는데, 2발 맞춤 -_-;)
1970년대 일본이면 제법 잘나갈 시대인데도, 당시 해상보안청이 보유한 함정으로는 불도 못 끄고 예인도 못해서, 결국 예인도 민간기업체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바다 가지고 먹고 사는 섬나라인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가지고 만들었다… 이거거든요. (그 시점에 예산도 확보했던 것이고..;)
그러니까 사람만 구하는 게 아니라 ‘배’로 인한 사고라면 종합적으로 막으려고 창설된 집단입니다. 배에 불 나면 불 끄고, 가스 누출되면 가스 밸브 막고… 유조선, 가스선 전문지식이 있어야 막을 수 있습니다.
얘네들이 세월호 같은 사고에서 활약을 한다고 가정하면… 날아가는 순간부터 세월호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도착 후에는 세월호에 올라타서 승객들 대피 시키고, 주변에 몰려든 선박, 헬기들을 지휘통제 해서 구조작업을 벌입니다. 얘네가 무슨 ‘잠수의 신’이라서 어떤 현장에서건 물 속에 쑥쑥 들어가서 사람 건져내는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사고를 파악해 현장을 지휘하는 해상사고전문가집단입니다. 잠수는 어디까지나 그냥 기본기입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는 분명한 문제
해경의 초동 대처는 분명 문제가 많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보면요… 첫 출동한 해경 123경비정이 세월호 선내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세월호가 어떤 배인지, 내부구조가 몇 층이고 통로는 어떻게 되어 있는 배인지, 탑승객은 몇 명인지, 탑승객들이 어떻게 탈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원받을 수 있는 인접 선박은 얼마나 되는지, 헬기는 몇 대가 오고 어떻게 구조섹터를 배분할지, 선장과의 교신 확인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런 정보를 파악하면서 가면 좋은데,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눈에 보이는 대로 선장 이하 선박직 승무원을 구조하느라 바빠서 선내방송을 통해 탈출을 유도할 기회를 놓쳤죠. 헬기로 도착한 해경도 마찬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 끌어올리느라 바빴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수구난대 할애비가 와도 똑같습니다.
해경 잘못 많습니다. 초동대처 잘못했죠. 선장통제 하든가 선내진입 하든가 등등… 이게 결과론적인 비판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당시 해경이 상황판단 잘못한 건 잘못한 거죠.
근데 또 이게 그 상황판단 잘못하게 원인 제공한 인간들이 누구냐? …선장 이하 선박직 승무원들이 진짜 나쁜 놈들인 겁니다. 이 인간들이 조금만이라도 뱃사람같은 행동을 했으면 이런 대참사로 연결되었겠느냐고요. 이런 거 제쳐두고 지금 그냥 ‘해경’의 대응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분명한 문제입니다.
승객 대피시킬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는 그런 인간들이 장악하고 있는 배에 날고 긴다는 특수구난대가 아무 정보도 없이 현장 도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백 명이 나와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야 정상인데 조금 밖에 안 보이는 그 현장에;
심지어 긴급연락 받고 어선 끌고 간 인근 어민들의 경우는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내려 조류에 휩쓸렸을 가능성까지 염두해 두고, 일부러 조류를 거슬러가며 현장에 접근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비상식적인 사고였던 거죠.
‘일반’적인 해난사고에서 특수구난대가 투입되었다… 라고 하면, 이미 지역 해상보안청 순시선이나 기동구난대가 현장투입 돼서 현장 ‘파악’이 어느 정도 된 상태인 겁니다. 근데 그게 안 됐습니다.
그럼에도 해경만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좋지 못했던 상황
VTS센터도 그렇고, 출동한 해경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 6인1조의 특수구난대가 투입되어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정예잠수인력으로 구성되어 24시간대기 중이던 특수구난대가 세월호 현장에 신고받고 도착했다고 칩시다. 6인 1조 팀이 ‘잠수’해서 300명을 구한다고요? 그런 일은 있을 수 가 없습니다.
일본 해상보안청 특수구난대에서도 세월호 사고에 관심가지고 연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는데요. 구조전문가인만큼 당연히 저같은 놈보다야 더 효과적인 방법을 내놓겠지만, 걔네들이 일일이 ‘잠수’를 해서 인명을 구조하는 방법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최근 보도되고 있는 일본 6인 1조의 특수구난대. 이 사람들은 잠수해서 사람 구하는 것도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배가 침몰할 위험에서 승객들을 빨리 대피시키는 일을 하도록 훈련 받은 전문가들입니다.
통신으로 조타실에서 빌빌거리는 선장 다그치고, 얼른 선박 장악해서 선내방송해서 탈출 유도하고, 주변에 모여든 어선, 헬기, 화물선 통제하라고 연락 넣으면, 그 배들은 VTS센터나 출동해경을 통해 전달받은 그 명령대로 승객들 구출하고, 미처 피신 못 한 승객들이 있다… 그러면 잠수해서 구하는 시나리오를 총지휘하죠.
우리나라가 그렇게 안전후진국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정말 그렇게 개판치고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설봉호 화재 사고때는 승무원, 승객들의 침착한 대처와 해경의 신속한 출동으로 전원 구조되었거든요. 그 ‘초동대처’를 잘해서 모두 구조했습니다. 언제? 안전을 내팽개쳤다는 그 이명박정부시절에;
세월호는 사고자체가 너무나 비정상적인 사고였습니다. 사고원인도 그렇지만, 선장 이하 선박직 승무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사고를 엄청나게 키웠죠. 물론 해경이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여러가지 이상한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많은 기사들에서 이야기하는 ‘골든타임’이니 하는 이야기들… 대체로 맞는 이야기죠. 초동대처…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한국 해경만을 크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본이라고 해도 승무원들이 세월호처럼 행동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사고였으니까요.
다음 글 “한국 해경은 정말로 무능한가?“로 이어집니다.
원문: 기침 가래엔 용. 각.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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