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해난 사고 발생 시 기적의 구조율 96%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뭐, 그럴 만도 하죠. 섬나라니까 바다에 투자 많이 하는 게 당연합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안전짱짱국’이라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죠.
위 기사들을 보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정예 잠수요원으로 구성된 특수구난대가 하네다 공항에 24시간 상주하고 있다가 출동한다는 거에요. 이거 자체를 엄청 부러워하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데… 뭐, 좋은 장비가지고 있다는 거는 저도 부럽…
참고로 ‘특수구난대’는 흔히 이야기하는 ‘통칭’인 셈이고, 해당 기구의 정식명칭은 ‘제3관구 해상보안본부 하네다 특수 구난 기지’ 입니다.일부에선 ‘특수구조대’라고 번역하기도 하던데, 일본에서 ‘특수구조대’라고 하면 ‘경시청(경찰)특수구조대’를 말합니다. 이하에서는 그냥 ‘특수구난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본의 엘리트, “특수구난대”
일본 특수구난대는 아예 ‘전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 상주하는 이유가 제트기를 타고 사고현장에 가까운 공항으로 쓩~ 날아가고 거기서 다시 헬기를 타고 쓩~ 현장에 투입. 이런 식으로 사고에 신속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대단하죠. ‘우리도 이런 거 있음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6인 1조 편성의 총원 36명의 특수구난대는 매우 우수한 정예인력입니다. 이러한 정예 구조인력을 구성하기 위한 선발테스트는 물론 육성프로그램까지 탄탄합니다.
아베가 세월호 사고 관련해서 ‘지원의사’를 밝힌 적이 있죠. 그 얘기를 들은 한국국민들은 ‘해상자위대’를 보내겠다는 소리인줄 압니다만, 일본국민들은 ‘해상보안청 특수구난대’가 가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일본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널리 인식될정도로 믿고쓰는 구조대인셈이죠. 아베가 꺼낸 카드는 해상자위대, 해상보안청 모두 포함이기는 합니다만.
1. 중요한 건 엘리트가 아닌, “지역 단위의 기동구난대”
그럼 그 6인 1조의 특수구난대가 그렇게 잘났나? 총원 36명의 특수구난대가 일본 해역의 모든 구조임무를 맡고 있나. 그런 건 아닙니다.
지역단위로 ‘기동구난대’가 있고, 이들이 지역의 해상 구난 활동의 대부분을 책임집니다. 관구의 기동구난대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구난대에게 지원요청하고 출동하는 구조지요. 실질적으로 ‘구조율 96%’를 만드는데 기여한 것은 특수구난대가 아니라 지역 단위의 기동구난대로 보는 게 옳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특수구난대’로 대표되는 일본의 해난 사고 ‘구조율 96%’라는 게 참 대단해 보이긴 합니다만, 우리 실정과 비교해서 이야기할 땐 좀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일본하고 우리 사정은 좀 다릅니다. 지형적으로 일본은 열도로 구성된 섬나라이기 때문에 그만큼 해양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또 그래야 정상입니다.
우리나라도 반도라고는 하지만 북쪽이 막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면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주요 지방이 섬으로 떨어져 있는 편이 아니고, 도서 지역의 비중이 일본처럼 큰 편도 아닙니다. 일본도 거센 유속이 문제인 곳이 있습니다만, ‘서해’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는 크게 불리한 바다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조석간만의 차, 뻘밭, 시야확보가 안되는 탁한 바다까지.
반면 일본은 바다영역, 커버해야 할 영역이 엄청 넓습니다. 전용제트기를 두고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수월한 면도 있고 어려운 면도 있고, 서로 사정이 많이 다르죠.
근데 결정적으로 우리는 ‘예산’이 그렇게 많은 나라가 아니죠 -ㅠ-;
특수구난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6인 1조의 특수구난대. 이 사람들은 잠수해서 사람 구하는 일도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배가 침몰할 위험에서 승객들을 빨리 대피시키는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전문가들입니다.
통신으로 조타실에서 빌빌거리는 선장 다그치고, 얼른 선박 장악해서 선내방송 해서 탈출 유도하고, 주변에 모여든 어선, 헬기, 화물선 통제하라고 연락 넣으면, 그 배들은 VTS센터나 출동해경을 통해 전달받은 그 명령대로 승객들 구출하고, 미처 피신 못 한 승객들이 있다… 그러면 잠수해서 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자, 그런데… 이런 게 꼭 특수구난대 같은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선내상황 정보가 제대로 들어오고 VTS센터나 신고 받은 해경, 처음 현장 출동한 해경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그런 존재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했어야 하고요.
근데 ‘특수구난대’가 출동하면 갑자기 안되던 상황판단이 막 파바박 처리되고, 유기적으로 찌지직 협력되고 그런 겁니까? 아닙니다. 평소에 그런 구조를 위한 대비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무슨 인천공항에서 24시간 대기하던 특수구조단이 출동해봐야 헛방입니다.
승객을 구출할 수 있었던 찬스는 9시 27분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에 있었습니다. 123경비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서 VTS센터에서나 다른 곳에서 정보를 받아서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의 숫자’정도만 알고 갔어도, 현장상황이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정도는 바로 알았을 겁니다.
통상적인 해난 사고 전개라면 승객들이 구명조끼입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바다 위는커녕 배 위에도 안 보이는 요상한 상황. 해경 경비정 자체는 신고전화시간 소요로 인해 출동지시 자체가 늦었을지는 몰라도, 출동 지시를 받고 출동하는 시간은 절대 지체되지 않았습니다. 배 타고 30분 도착이면 정말 빨리간 거죠. 빨리 갔습니다.
근데 선내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빨리만 간 겁니다. 현장상황을 모르는 상태로 배가 기울어가는 현장에 도착했고, 불행하게도 123경비정의 구조 역량(보유장비, 상황판단수준 등)을 초과해 버렸죠.
이런 조건에서는 제트기에 태운 특수구난대를 아무리 끼얹어봐야 사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상황에서 특수구난대를 대입했을 때, 딱 하나 도움이 될만한 부분은 ‘잠수인력이 좀더 빨리 도착할 수 는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고현장에 목포해경 122구조대 잠수사가 도착한게 11시 15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배가 침몰하고 1시간 정도 지나서 도착한 겁니다. 이것도 왜 이렇게 늦었느냐 하면, ‘차’타고 다시 ‘배’타고 가느라 갔답니다. 당연히 늦죠; 이런 인력을 투입할 헬기같은 빠른 수단이 편성이 되지 않은 겁니다. 장관님, 지사님 같은 높으신 분들이 이용할 헬기는 있겠지만 구조대는 아니란다.
2. 진짜 중요한 건 넓은 영역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예산”
일본 특수구난대만큼은 아니지만 해경에도 정예잠수인력으로 구성된 ‘특수구조단’이란 게 있습니다. 2012년에 창설되었는데, 관할청이 해경 본청이 아니라 남해해경입니다. ‘울산 – 부산 – 통영 – 창원 – 여수’쪽 항만교통량이 많으니까 두게 된 겁니다. 그래서 부산 다대포에 있어요.
다대포 -> 진해공항 -> 목포공항 -> 사고현장… 이렇게 가다 보니 도착한 게 13시 42분. 당연한 거고, 저 정도면 빨리 도착한 거 맞습니다. 왜? 애초부터 ‘진도해상’은 염두해 두지 않은 구조단이기 때문에, 저렇게 늦은 게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관할구역을 떠나 단독투입이 가능한 해군 잠수인력 도착시각도 비슷합니다. SSU는 12시 4분에 최초 도착, UDT는 14시 9분에 최초 도착했죠.
해군 쪽 타임테이블을 보면 전달체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동지시를 받은 시점(9시 35분 전후)차제가, 이미 해경경비정이 도착(9시 27분) 이후의 일입니다. 상황공유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경이 전담하고 해군에게 ‘요청’하는 체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해군 중 가장 빨리 도착한 SSU가 진해에서 진도로 헬기를 통해 ‘이동하는 데만’ 소요된 시간이 1시간 14분입니다. 신고가 들어온 최초시점에 전화 받고 그 즉시 출동했다고 해도, 배가 완전히 침몰한 10시 17분 이후에 도착하게 됩니다. 헬기 정도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죠.
어라? 그래도 도착시각 12시 4분에서 1시간 14분 빼면 10시 50분에 헬기 타고 출동한 건데… 출동지시 받은 9시 35분 이후에 1시간 넘게 그 동안 뭘 했나? 장비 챙기며 ‘포항’에서 ‘진해’로 헬기가 날아오는 것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출동 가능한 헬기가 진해에 있었어도 SSU가 헬기포트까지 5km 이동해야 하는 게 현재 사정이고요. 긴급구조출동을 위한 대기편성을 한다면, 잠수인력만 대기하는 게 아니라 헬기전력도 함께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면 또 나올이야기는 한 가지뿐. 예산.
3. 무조건 일본을 따라할 게 아니라 한국 현실에 맞는 재편이 필요
이처럼 진도해역에 ‘신속’히 도착할 수 있는 잠수 인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현 시점에 또 세월호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나더라도 ‘잠수’능력을 갖춘 구조단이 도착하는 것은 비슷하게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해역에 출동하기 좋은 여건을 가진 구조단 편성이 없습니다.
우리가 일본의 특수구난대 편성을 보고 받아들일거 받아들인다고 하면, 인천공항에 특수구조단 하나 정도 두자는 식으로 되겠죠? 그런데 그보다는 지역방면 특수구조단 편성해서 헬기로 바로바로 출동하는 체제로 가는 게 더 빠릅니다.
지형상 그렇게 하는게 우리는 더 유리하죠. 하네다공항은 도쿄도 항만이고 위치가 일본 열도 중간정도 됩니다. 그럼 역시 가운데 정도되는 ‘대전’에다가 특수구조단을 놔둬야 중앙신속대응이 되도 뭐가 되는데, ‘내륙’ 한복판에 ‘해경’ 특수구조단을 두자고요? 인천에서 부산이나 진도나 서로 끝에서 끝입니다.
일본의 특수구조대만 띄우는 경향이 강한데… 해상보안청의 구조 능력이 대단한 점은 특수구조대가 아니라 지역 단위의 잠수사 편성입니다. 이쪽이 먼저 접근하면서 특수구조대를 부르는 거에요. 신고 들어왔다고 바로 특수구조대가 가는 게 아니라, 해상보안청 지역대가 나가면서 지원요청하는 것입니다.
특수구조대 능력 대단하지만 지역 단위 기동구난대도 대단한 겁니다. 이들 기동구난대에서 우수한 인력을 뽑아서 특수구조대를 만드는 거구요. 해상보안청 전체 잠수전문인력이 229명인데, 특수구난대는 그 중에서 선발한 36명인겁니다.
방법론적으로는 일단 남해 해경에 특수구조단이 있으니까 서해, 동해 만드는 수순으로 해도 되고, 서북, 동북, 서남, 동남, 제주… 5개권역 체제로 특수구조단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인접 관할서별 통합 구조단을 편성하는 체제로 해도 될 겁니다. 122구조대는 이미 편성되어 있으니까요.
잠수전문인력규모자체는 전체 252명 정도로 일본(229명)보다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것은 ‘헬기’ 등 구조장비와 시뮬레이션훈련이죠. 현재 가용자산이 부족하니 임시적으로 해군, 해경의 잠수인력이 5분대기조 형태로 돌아가면서 월 단위로 임무를 맡을 수 도 있을 겁니다. 작전스케줄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분담하는 형태로요. 예… 이거는 예산 생각 안하고 말로 막 떠드는겁니다.
그리고 또다시 결론은 ‘예산’이 되겠습니다.
정리: 지역단위, 예산, 한국형 시스템
지금 같은 체제하에서 좀더 인명구조에 많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인천공항에 상주하고 있다가 출동하는 일본식 엘리트 특수구조대의 신설’이라기보다는, 지역단위의 구조대 육성 강화이고 근본적으로 해경 ‘구조’파트의 강화입니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특수구난대도 지역관구의 기동구난대가 있어서 제 몫을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높은 구조율을 부러워한다면 우리가 할 과제는 지역단위의 122구조대를 더욱 육성하는게 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밀어주지 않으니 장비 안 되고, 훈련 안 되니 구조능력, 판단능력이 떨어지는겁니다. 해경은 ‘육상근무를 해야 승진한다’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는 자체가 문제인거죠.
근데 대한민국 해경이 그렇게 문제였다고 하면 지금까지 날로 먹고 있었다는 이야긴걸까요? 해경이 그렇게 문제덩어리라는데 이웃 일본에서는 구조율이 96%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동적으로 “역시 일본 대단하네. 우린 저렇게 못할 텐데…” 뭐 이런 말이 나오겠죠?
그러면 “일본이 구조율 96%를 달성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은 어떻게 해서 구조율 96%을 달성할 수 있었는가? 그걸 보고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정작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무슨 특수구난대가 제트기 타고 날아와서 잠수하면 다 구조할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들 있는데, 그런 일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다음 글 “세월호 참사, 일본이었다면 달랐을까?“로 이어집니다.
원문: 기침 가래엔 용. 각.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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