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 수치가 높은 주변 지역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됩니다.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야생 동식물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야생 동물에게 더 무서운 존재는 방사능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조지아 대학의 제임스 베슬리(James Beasle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06개의 무인 카메라를 후쿠시마에 설치했습니다. 설치된 지역은 방사선 수치가 높아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금지 구역, 사람이 들어갈 수 있으나 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지역, 그리고 사람이 사는 경계 지역 3군데였습니다.
120일에 걸쳐 총 4만 6,000장의 사진을 얻었으며 2만 6000장은 금지 구역, 1만 3000장은 제한 구역, 7000장은 사람이 사는 구역입니다. 여기서 야생 마카크 원숭이, 멧돼지, 너구리, 산양 등 여러 동물이 서식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서 높은 빈도로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일본산양(Japanese serow)은 사람이 사는 경계 지대에서 높게 분포했습니다. 연구팀은 출입 금지 구역에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멧돼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야생 동물의 천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개체 수가 많아지면 밀려나는 동물도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이번 연구는 개체 수와 동물 종만 분석한 것으로 이 동물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죽을 정도의 방사선 수치만 아니라면 인간 쪽이 훨씬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 지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야생 동물의 낙원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방사선 수치가 높은 지역에서 원숭이가 빠른 속도로 진화해서 일본판 혹성탈출을 찍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드네요.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Phillip C Lyons et al, Rewilding of Fukushima’s human evacuation zone,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2020). DOI: 10.1002/fee.2149
- 「Study shows animal life thriving around Fukushima」,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