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당신의 네이밍은 ‘돈을 버는’ 네이밍인가요?」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기업과 온라인 쇼핑몰의 생존은 돈 버는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가졌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돈 버는 콘텐츠가 없다면 당연히 광고도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브런치를 통해 돈 버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체류 시간이 차이를 만든다: 체류 시간을 보장하는 머니 콘텐츠
칸투칸이란 업체가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칸투칸은 2007년에 부산에서 작은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연 매출 638억 원(2017년 기준 칸투칸 자체 발표)이 넘는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600억이 넘는 쇼핑몰은 국내에서도 매우 드문 데다 아웃도어 시장의 주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에 소극적인 40대 남자들이라고 가정할 때 칸투칸의 온라인 매출 비중 75%라는 수치는 기적 같은 수치입니다.
칸투칸의 경쟁자들은 막강합니다.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콜롬비아 등등 TV와 백화점과 길거리를 점령한 엄청난 공룡들이 칸투칸의 경쟁사입니다. 그러나 칸투칸은 TV광고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으며 되려 자사의 사이트에 ‘칸투칸의 패딩이 TV광고에 안 나오는 이유는 8만 9,900원이기 때문’이라며 당당하게 밝힙니다.
또한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메인, 클릭을 부르는 자극적인 문구들, 유독 길고 친절한 상세 페이지, 화면 가득을 꽉 채워서 보여주는 사진, 페이지 하단은 물론이고 비회원 주문서까지 고객의 시선 곳곳에 보이는 마케팅 메시지 등 다른 브랜드들의 쇼핑몰들이 1층 휴게소라면 칸투칸은 141층 초고층 부르즈 할리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끝도 없는 콘텐츠들의 탑을 이룹니다.
한 번 클릭하면 떠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 쇼핑몰은 마케팅의 핵심인 체류 시간의 힘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긴 체류 시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고객들이 내 쇼핑몰에 더 머물고 더 머물다 보니 구매를 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경쟁업체보다 체류 시간이 더 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곧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객들은 (비슷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더 듣고, 더 머문 곳에서 구입합니다. 온라인 마케팅에서 체류 시간은 고객들이 내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특히 생전 처음 들어오는 온라인 쇼핑몰 고객들에게 체류 시간의 힘은 매우 강합니다. 노스페이스, K2, 콜롬비아와 같은 이름값, 즉 ‘브랜드’라는 개념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시간이 매우 부족합니다. 즉 노출률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때문에 아웃도어 제품을 검색한 고객들에게 그들은 모두 오늘 나타난 누군가입니다. 실제로는 1년 차부터 20년 차까지 수십 개의 쇼핑몰들이 있겠지만 오늘 검색한 고객들에게 모든 쇼핑몰은 1일 차일뿐입니다.
연 매출이 638억이 넘는 칸투칸 같은 공룡 쇼핑몰에 들어와도 내 쇼핑몰이 많은 사랑을 받는지, 시장에서 유명하다고 직접 고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상 (그래서 칸투칸은 친절하게 매출을 메인에서 알려줍니다) 어떤 쇼핑몰이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지, 또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객들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끝없이 의심하고 끝없이 다른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며 비교를 반복합니다.
사고는 싶지만 불안해서 이리저리 비교만 하는 고객들,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바로 체류 시간입니다. 이것이 칸투칸 최상단에 언제나 있는 ‘칸투칸의 정신’이라는 약 17만 6,300픽셀(2018년 9월 기준)인 압도적인 길이의 콘텐츠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칸투칸의 정신’은 한 번 클릭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몇 초, 몇 분 단위가 아닌 몇십 분 단위로 올려버립니다.
독자들은 칸투칸에서 파는 제품을 의심하지 못하게 되며,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가격 거품만 있는 악성 제품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웹 콘텐츠 기획자의 시각에서 볼 때 칸투칸 쇼핑몰은 모든 콘텐츠가 머니 콘텐츠이며 쇼핑몰의 처음부터 끝까지, 메인 화면부터 주문서 페이지까지 100% 판매에 집중한 완벽한 마케팅 쇼핑몰입니다.
뻔하고 예측 가능한 머니 콘텐츠의 특성
비츠조명은 ‘칸투칸의 정신’을 벤치마킹하기로 결심합니다. 압도적인 길이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회사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적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개인적인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이 글을 볼 사람을 정확히 겨냥해서 쓰는 글들입니다. 즉, 고객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나 제품에 관련된 이야기만 씁니다.
예를 들어 배송을 철저히 한다는 젊은이들을 보여주고, 생각보다 직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행복하게 웃으면서 창고 정리를 하거나 매장이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고객센터 직원들이 명함을 들고 언제든 문의하면 친절히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모든 주제는 조명과 관련되어 있으며 청중은 오직 고객뿐입니다. 창의적이거나 신기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직 조명회사에서 일어나는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약 93개의 에피소드(2018년 9월 기준, 계속 증가 중)로 계속 이어집니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긴 글을 읽을까요?” “고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요?” 예, 맞습니다. 길거리에서 우리 고객들은 이런 긴 글을 읽지 않습니다. 편하게 쉬면서 TV나 스마트폰으로 놀 때도 93개나 되는 비츠 조명의 마음을 읽을 고객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선택으로 최소 몇 년 동안의 집 분위기를 책임질 조명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스스로 내 매장에 찾아와서 수백만 원의 돈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고객들은 의심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사이트의 한 글자까지 읽습니다. 가격이 비쌀수록 혹은 내 몸에 먹거나 닿는 것이거나 여행에 관련된 것일수록 사진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비츠조명의 마음은 사이트의 평균 체류 시간을 5분 12초에서 13분 21초(2018년 9월 기준)로 올려버렸습니다. 평균 7분 8초를 더 머무는 고객들이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구매였습니다.
이 글이 온라인 편인 이유는 온라인 마케팅이 쉽기 때문
저는 부산대학교 국악학과를 졸업하기 3년 전쯤 마케팅에 흥미를 느끼고 독학으로 마케팅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공연기획사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는데 그곳에서 고객 한 명을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죠.
찰리 브라운이라는 뮤지컬을 론칭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공연 포스터를 200장씩 들고 다니며 경찰과 구청 직원들을 피해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붙이고 다니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제가 인턴이라서 이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위로는 공연 책임자부터 10년 차가 넘었다는 공연 매니저까지 부산 각지로 흩어져 매일처럼 포스터를 붙였고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포스터 붙이는 양이 더 많았습니다.
사무실에는 매일같이 구청과 담벼락 주인들의 민원전화가 빗발쳤지만 우리의 포스터 붙이기 작업이 멈추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것만큼 저렴하고 확실한 홍보 방법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산 시내 모든 버스정류장에, 공사 중인 벽에, 동네 전봇대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은 고객들이 찰리 브라운이란 공연을 궁금하게 해 줄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불법이지만 끊을 수 없었습니다. 고객들은 부산 시내에 찰리 브라운 포스터를 도배하지 않으면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찰리 브라운’이란 이름을 검색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항상 포스터를 붙인 다음 날이면 경쟁 공연기획사가 포스터 위에 또 다른 공연 포스터가 붙여 놓았고 그 위에 다시 또 우리 포스터를 붙이는 게 하루의 일과였습니다. 이 수모는 세계적인 팝스타라고 해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유명한 팝스타 위에 저는 찰리 브라운 포스터를 덧붙여야 했고 그다음 날이면 찰리 브라운 위에 팝스타 얼굴이 다시 미소 지었습니다.
이게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고객의 주목을 끌게 하고 흥미를 끄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 중에는 ADIMA(Attention Interest Desire Memory Action)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미국의 클렌드 홀이 만든 법칙으로 광고업자들에겐 기초 상식 같은 이론입니다.
그에 따르면 고객이 구매를 하게 되는 데에는 5가지 단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이 구매에 이르기까지 주목(attention) → 흥미(interest) → 욕망 (desire) → 기억(memory) → 행동(action) 순으로 진행되며 광고는 고객을 주목하게 하고 (반복된 노출로) 흥미를 느끼게 하고 흥미가 계속되면 욕망하게 되며 결국 강렬한 기억을 남겨 구매(행동)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저의 포스터 작업은 주목과 흥미를 맡았습니다. 포스터를 붙이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빌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찰리 브라운 부산을 검색하길’ 말이죠. 찰리 브라운을 알게 된 고객들은 순순히 공연장을 찾아올까요? 아닙니다. 이제 저는 공연 커뮤니티 등에 긍정적인 후기들을 남겨 줄 고객들을 찾아야 합니다. 공연 체험단들을 모집하고 그들만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약간의 선물을 건네며 한 줄이라도 더 긍정적인 이야기를 적어 달라며 부탁합니다.
공연은 딱 2달만 했기 때문에 시간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자칫 후기를 적는 시간이 늦어지면 이 모든 일이 허사가 될 수 있기에 공연 체험단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긍정적인 공연 후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것을 체크합니다. 그래도 이 모든 일들이 무용지물이 될 때가 있습니다. 대형 가수의 콘서트나 유명한 뮤지컬이 론칭하게 되면 수천 명 이상의 후기들에 물 믿듯이 공연 커뮤니티들을 장악하고 제가 공들인 후기들은 소수의견이 되어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과정들이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제는 고객 문의를 구매로 만드는 서비스 과정이 필요합니다. 고객 예상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더 비싼 좌석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상담 매뉴얼도 만듭니다. 그리고 관객석이 꽉 채워지도록 유료 표와 무료 고객들, 그리고 할인 표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공연이 재미있더라도 공연장이 비어 있다는 소문처럼 공연에 치명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제가 담당한 찰리 브라운이란 뮤지컬은 공연기획사에서 규모가 작은 편이라 저는 공연하는 내내 도어맨, 티켓맨, 심지어 핀 조명 대타 역할까지 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공연이 끝날 때쯤엔 찰리 브라운의 모든 배우의 대사와 노래까지 다 외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2달의 공연이 끝난 후 모든 것은 제로가 되었습니다. 마치 찰리 브라운이란 공연이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공연장에는 다른 공연이 올라가고 그다음 날부터 저는 다른 공연을 위해 포스터 200장을 손에 쥐고 다시 부산 시내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이것은 제게 오프라인 마케팅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처음 알게 된 쓰라린 경험이었습니다. ‘지나가는 버스 한 대라도 찰리 브라운이 붙어있었다면, 내가 타는 지하철 안 작은 광고판에 찰리 브라운이 붙어 있었다면 얼마나 더 수월했을까?’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지만 버스 한 대당 월 50–60만 원의 광고 비용은 소극장 하루 매출과 비슷했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한 칸당 월 700만 원의 돈을 성공할지도 말지도 모르는 작은 뮤지컬에 투자할 공연 기획사는 없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이 쉬운 이유: 구구절절한 수많은 과정이 생략된다
첫 번째로 온라인 마케팅은 고객의 주목과 흥미를 끌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 검색하는 고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고객은 스스로 검색하고 들어옵니다. 심지어 욕망까지 있습니다. 사고 싶어서 내 쇼핑몰을 들어왔습니다. 고객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눈과 귀를 집중해서 내 쇼핑몰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내 고객들은 구매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행여 사이트 한 글자라도 놓쳤을까 봐 아침 밤낮으로 몇 번씩 내 쇼핑몰에 들어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자기소개하고 상품 소개를 잘해주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10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상품을 만지지도 보지도 못하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의심을 걷어내고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사진은 많이 보여주고 수다를 떨어보면 되는 게 아닐까요? 어차피 내 쇼핑몰에 생애 처음 들어온 고객들입니다. 이게 온라인 마케팅이 쉬운 이유입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콘텐츠의 힘이 왜 압도적으로 중요한지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머니 콘텐츠는 생애 처음 들어온 내 고객들에게 쇼핑의 여정을 멈추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콘텐츠들입니다. 머니 콘텐츠는 고객들을 어린아이처럼 놀라게 만들어서 사이트에 머무르게 하고, 그들이 사고 싶어 하는 제품들을 경쟁업체보다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금 사면 주는 혜택이나 감격한 고객 후기들을 사이트 곳곳에 도배해서 고객으로 하여금 마치 내 쇼핑몰에서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래서 온라인 마케팅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머니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결정됩니다. 쇼핑몰로 들어오는 방문객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검색광고에 들어가면 친절하게 어떤 단어가 몇 번이나 조회되며 그중에 몇 명이 광고를 클릭하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실제 같은 검색광고를 진행하는 쇼핑몰들의 경우 내 쇼핑몰의 들어오는 방문자가 경쟁업체의 방문자들과 거의 비슷한 경우도 많습니다. 내 쇼핑몰을 방문하고 곧바로 다른 경쟁업체를 방문하는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답은 고객들을 구매로 한 번에 이끄는 머니 콘텐츠뿐입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글자라도, 하나의 사진도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 콘텐츠가 되는지 마치 10살짜리 아이가 설명하듯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10살 아이가 되어 당신의 고객들에게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랍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대부분 고객의 지갑은 쉽게 열리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내 쇼핑몰이 작은 시골의 아무도 없는 시장 가판대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어마어마한 큰 쇼핑센터의 모습으로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고객에서 당신의 쇼핑몰이 강아지 하네스를 여러 가지 제품과 함께 진열만 해놓은 그저 그런 평범한 쇼핑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머니 콘텐츠 하나로 강아지 하네스만을 취급하고 강아지 하네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넘쳐나는 최고의 전문가로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쇼핑몰에 사람의 흔적이라곤 보이지 않는 썰렁한 쇼핑몰로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열성적인 팬이 가득하고 만족스러운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 쇼핑몰로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온라인 마케팅은 보이는 게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가장 효과적인 1968년 마케팅?
역사는 반복된다, 유행도 반복된다, 마케팅도 반복된다? 여기 전설적인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광고가 있습니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제일 큰 소음은 시계 소리이다’라는 주제를 가진 이 신문 광고는 광고 이후 롤스로이스를 품절시키며 최고의 자동차 광고라는 평*을 들은 광고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광고를 보여드립니다. 이건 저희가 제작한 2017년 선크림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전단으로도 제작되었고 이 내용 그대로 사이트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데이비브 오길비는 광고 불변의 법칙이란 책에서 ‘길면 무조건 팔린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광고란 물건을 팔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상품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알려주는 광고일수록 좋은 광고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는 고객들이 단 한 장의 신문광고를 고객들이 최대한 많이 읽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칙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자면 모든 사진에는 캡션(자막)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나치지 않는다.라는 법칙부터 사소하고 구체적인 이야기일수록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법칙들입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제일 큰 소움은 시계 소리이다'라는 주제로 시작한 장문의 신문광고 속에서는 데이비드 오길비가 직접 60마일을 운전하며 발견한 사소한 이야기들과 구체적인 장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롤스로이스가 그 어떤 차들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광고는 1960년대 최고의 광고였지만 지금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1960년대를 상상해볼까요? 당시 고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크게 3가지밖에 없었습니다. TV, 라디오 그리고 신문(잡지)밖에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매체만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신문의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나 손에 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신문광고는 지금과 다르게 무척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TV, 라디오, 신문 같은 기존 매체들이 수백 개의 채널이 생길 만큼 많아졌습니다. 또한 길거리엔 지하철 광고, 전광판 광고, 버스 광고, 택시 광고, 버스정류장 광고 등등 광고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또한 인터넷 언론, 온라인 포털, 각종 커뮤니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1인 미디어까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데이비드 오길비식의 긴 신문광고를 볼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매체는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위해 더 자극적이고 간결한 한 문장의 광고를 보여주거나 아예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선만 끄는 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일단 주목을 끄는 게 지상과제이자 광고의 전부가 된 세상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1960년대 신문과 같이 효과적인 광고매체가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마케팅입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자발적으로 고객들이 검색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광고를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고객만 상대로 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대 쓰였던 마케팅 법칙들을 그대로 온라인 마케팅에 적용하면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 예가 바로 제나벨 선크림의 사례입니다. 당시 제나벨 선크림은 유명한 여자 연예인이 모델인 브랜드 선크림과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을 섭외할 돈은 고사하고 경쟁 선크림의 강점인 높은 SPF지수를 맞추기도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화장품 시장은 워낙 과열되어 있어 튀지 않으면 생존도 힘든 상황입니다.
한 번만 봐도 고객들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연예인을 모델로 쓰거나 페이스북에 몇십억을 쏟아부어서 광고 영상을 틀지 않으면 아예 미친 듯이 저렴해야 그제야 고객의 클릭을 한 번 이나마 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시작을 해봐야 고객들에게 외면받는 화장품 시장에서 제나벨 선크림이 택한 방법은 구구절절한 1968년의 마케팅 방법이었습니다.
제나벨 선크림은 ‘디타늄 디옥사이드를 적게 넣은 피부 레이저 전용선 크림’ 이란 구체적이고 긴 해드 카피를 가졌습니다. 여기서 티타늄 디옥사이드란 흔히 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들뜨는 백탁 현상을 유발하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선크림을 바르고도 티가 나질 않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티타늄 디옥사이드란 성분명을 기초상식처럼 아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제나벨 선크림은 해드 카피를 통해 백탁 현상을 예민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을 위한 제품이란 걸 시작부터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과 답변으로 논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상세 페이지는 티타늄 디옥사이드를 왜 적게 넣었는지, 피부 레이저의 원리는 무엇이고 제나벨 선크림이 왜 피부 레이저 전용인지, 자외선 차단계의 단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분기 없는 선크림을 찾는지, 자외선 A도 차단되는지 구구절절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긴 글 중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저 선크림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백탁 현상은 왜 일어나며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같은 화장품 관계자들이라면 모두 상식처럼 알던 이야기를 10살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Q&A식으로 구구절절하게 풀었을 뿐입니다.
유명한 모델도 나오지 않고 그저 제나벨 선크림을 만들고 사용했던 일반인들의 후기만 나왔습니다. 그런데 구구절절한 1960년대식의 광고는 당시 A병원 내에서 판매 1위를 달리던 유명 브랜드의 선크림을 압도적인 격차로 벌려버리고 단 3개월 만에 A병원 내 판매 1위를 달성합니다.
이 페이지의 기획자였던 저는 제나벨의 광고 및 사이트를 맡게 되었을 때 한 가지 모습을 떠올려봤습니다. 길거리의 화장품 가게나 병원 내에 붙어있는 수많은 화장품 광고들 사이에 매우 올드하고 구구절절한 1960년대식 신문광고가 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탑모델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고 ‘인생템’ ‘완얼템’ 등 온갖 신조어들 넘쳐나는 광고들 사이에 1960년식 제나벨 광고는 복잡함 그 자체로 고객에게 ‘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많은 고객과 선크림을 검색해볼 온라인 고객들에게 타제품의 10–15배 이상의 무지막지한 양의 콘텐츠는 이 선크림을 의심할 수 없게 할 것이고 곧 다른 제품의 효능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쇼핑몰들은 죄다 구구절절합니다. 우리는 클로드 홉킨스의 『과학적 광고』나 데이비드 오길비의 『광고 불변의 법칙』 같은 1960년대 광고 기법 책들을 손에서 놓질 않습니다. 카피라이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오 버넷(1891–1971)이 한 말도 있습니다.
길면 무조건 팔린다.
이처럼 올드하지만 명확한 광고 원칙들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고객들에게 외면당하던 콘텐츠들을 머니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돈 버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을 올리게 싶은가요? 그러면 페이스북 마케팅이나 인스타그램 마케팅 등 최신 마케팅 책은 지금 당장 책상에서 치워버리세요. 그리고 1960년대 광고 책을 펼쳐 보시길 바랍니다.
원문: 조얼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