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reative Director)님 설마… 이 아이디어를 진짜 가져가실 건 아니죠?
회의 시간에 기획팀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 말을 저렴하게 바꾸면 이렇게 된다.
유 헤드 빙빙?
‘수많은 광고와 확실히 차별되는 광고를 만들자.’ 이것이 우리 팀이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의 기본이다. 이미 있는 광고와 비슷하게 접근한 광고를 만들기는 죽기보다 싫다. 실제로 그런 광고는 효과도 미미할 게 뻔하다.
그래서 아이디어 회의 시간에 는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생각을 더 멀리 보내려고 노력한다.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팀원들이 자유롭게 ‘약 빤’ 생각을 쏟아낼 수 있게끔 유도한다. 당시에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그 생각이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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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치약 광고를 담당했을 때다. 내가 기존에 본 치약 광고들은 대체로 유명한 모델이 나와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치약의 장점을 어필했다. 하지만 우리 팀이 광고해야 할 품목은 일반적인 치약이 아니었다. 시린 이에 특화된 치약, 시린메드였다.
일단 기존 광고의 틀에 맞춰 콘티를 짠다고 가정해봤다. 낯익은 모델이 나와서 갑자기 이가 시린 척을 하며 고통받는 장면이 보인다. 그러다 시린메드로 이를 닦고 이가 편안해 진 것을 증명하듯 얼음이 가득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웃으며 “이가 시릴 땐 시린메드!”라고 말한다. 그 위로 시린메드 로고가 뜨면서 마무리.
그런데 아무리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가 나온다 해도 이가 시린 척만 한다면 소비자가 쉽게 공감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 다. 기본 구조를 벗어나는 발칙한 생각을 찾아야 했다. 고민을 이어가던 중, 차가운 얼음이 내 치아와 만나는 그 찌릿한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려보았다. 양철 주전자의 뚜껑으로 칠판 위를 긁을 때와 비슷한 불쾌함이 생각났다.
그래, 차가운 물체가 내 이를 때릴 때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자.
물체끼리 부딪히는 신(scene)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매년 마지막 날이면 종각 일대를 장악하는 새해맞이 타종 행사 장면이 그려졌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서 콘티를 구성했다.
먼저 치아는 거대한 종처럼 보이게, 얼음덩어리는 종을 치는 도구인 당목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얼음덩어리가 커다란 치아를 타종하듯이 힘차게 밀어 친다. 그순간 “시린~ 시린~”이란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면서 이가 시린 고통이 청각으로 연결된다.
카메라가 훅 빠지면 시린 치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델의 표정이 보인다. 이어 시린메드의 효능에 관한 영상이 이어지고 모델이 기분 좋게 “시린 이에 시달릴 땐 시린메드!”라 는 카피를 읽어주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그렇게 치약 광고에서는 보기 힘든 엉뚱한 광고가 만들어졌다. 상황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시린사’라는 디테일한 장소 설정도 담았다.
광고가 공개된 후 “그동안 본 치약 광고와는 확연히 다르고 독특해서 시선이 간다”, “내 이가 다 시리네”와 같이 신선하다는 반응과 확 공감이 된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광고 아래 달린 댓글 중에 가장 인상적인 한마디는 “시린메드 대박 났음 좋겠어요”였다. 그 댓글을 보고 시린메드는 한 명의 팬을 확보했다는 확신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발칙한 발상 하나가 제품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 내주기도 한다. 그 발칙함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은 아니고 생각을 지구 밖으로 멀리 보낼 때 한 번쯤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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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밭에서 곡괭이질을 한다. 그러다 잘 익은 감자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어라, 감자가 불 쌍한 표정을 지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자기를 튀기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분명 뜨거운 기름 속으로 내동댕이쳐져 프렌치프 라이가 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것 같다.
이어 감자는 ‘예감’이 되고 싶다며 서인국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한다. 감자의 말에 마 음이 움직인 서인국은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서인국이 “구워줄게!”라고 말하자마자 감자는 “예감된다~ 예감된다~”라고 노래하면서 자신의 바뀐 운명을 진심으로 기뻐 한다.
‘튀기지 않은 감자칩, 예감’ 광고는 철저히 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만들었다. ‘감자는 튀겨질 때와 구워질 때 어떤 마음일까’에서 시작된 고민이 ‘감자의 속마음을 제품의 장점으로 연결해 위트 있게 보여주자’로 이어졌다. 이쯤 되면 마치 원자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는 괴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엉뚱함과 견줄 만하지 않은가?
광고 마지막에 서인국은 “안 튀길게!”를 외치며 양손에 예감 을 쥐고 높이 들어 올린다. 감자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또다시 맹세하며 ‘튀기지 않은 감자’ 제품임을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마치며
단순히 기발함만 있다면 광고는 금방 휘발되고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철저한 노림수를 가지고 크리에이티브라는 무대 위에서 미치광이처럼 놀아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어차피 머리 써서 만드는 광고인데 이왕이면 “유 헤드 빙빙?”이라는 소리 정도는 들어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을까? 나는 제대로 약 빨고 만든 광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보낸다.
[이채훈] ‘생각 근육’을 길러주는 이채훈 CD의 습관형성 북토크
2시간 동안 20년 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듣는 ‘누구나 좋은 기획자, 마케터,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훈련방법’. 수많은 히트 광고를 제작한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책을 출간했습니다.
저자 이채훈은 광고 경력 20년 차로 ‘아재 개그’ 광고를 선보일 정도로 언어유희를 사랑해 회사에서는 ‘초딩’으로 불리며, 자신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모두 ‘재능’이 아닌 좋은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왜 이 강의를 만들었나?
“대충 살자.”
“열심히 살 뻔했다.”
이런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 ‘단련’이라는 말은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광고계에서 시시때때로 2루타 심심하면 홈런을 치는 크리에이터 이채훈은 단련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이 기획이든 콘셉트든 디자인이든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일이기에 매일이 막막하다. 막막함의 이유는 단 하나.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할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광고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까지 오직 이 고민에만 몰두했다. 15초였던 광고 시간이 6초로 줄어들고 예산마저 1억 원 이하로 줄어드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관한 고민과 그 밀도는 한결 높아졌다. 그는 최고의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는 대신 하루 한 장씩 흑백사진을 찍고, 세 줄씩 일기를 쓰고, 한 시간씩 달리는 습관으로 생각 근육을 단련했다.
오랜 시간 꾸준히 달리다 보면 러너스 하이라는 황홀경을 마주하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가 뿜어져 나오는 시기인 ‘크리에이티브 하이’도 계속된 생각의 뜀박질 중에 찾아온다. 생각이 달릴 수 있도록 ‘생각 근육’을 만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 근육을 온몸으로 단련하는 습관이 쌓이면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달릴 준비가 됐다면 속도를 얼마나 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딱 반걸음만 앞서 달리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그런 다음 사람들이 공감하는 선에서 살짝만 비틀면 홈런이다. 소위 대박 광고들이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대박’ 아웃풋은 정답을 만들기 위해 몸을 사리는 과정이 아니라 있는 힘껏 틀리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면 오히려 정답에 다가서는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 역시 실패가 두려워 돌다리만 여러 번 두드리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돌다리를 두드리면 깨지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위험한 돌다리를 두드리는 대신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로 했다.
물에 휩쓸리지 않는 돌을 하나씩 가져다 빽빽한 다리를 만들어가듯 작은 습관들을 단련하자. 그러다 보면 강 건너에서 반짝이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누구나 매일같이 만날 수 있다. 멈추지 않는 한 모든 걸음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저자 본인이 그 성공의 증거다.
연사님을 소개합니다
광고 경력 20년 차, 그가 자주 듣는 말이다. 아재개그 광고를 선보일 정도로 언어유희를 사랑해 회사에서는 ‘초딩’으로 통한다. 하지만 공중파에 태울 수 있을까 싶은 파격적인 광고는 우려와 달리 해마다 히트를 친다. 오늘도 1990년대생을 붙잡는 핵인싸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동 디자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입사원 시절 ‘모두 살색입니다’ 캠페인으로 대한민국공익광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수상자 자격으로 칸 국제 광고제 영 라이언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해 4강에 올랐다. 이후 번뜩이는 감각을 부단히 유지하며 아트 디렉터를 거쳐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다.
2018년 G마켓 스마일 도시락 캠페인이 유튜브 1,000만 뷰, 2019년 G마켓 반려견 쇼핑 금지 캠페인이 또다시 1,000만 뷰를 기록해 ‘2,000만 뷰의 남자’로 불린다. 버거킹 와퍼 시리즈,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캠페인, G마켓 하드캐리 캠페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애니메이션 캠페인, 삼성화재 다이렉트 ‘모바일로 바로’ 캠페인, 맥스웰하우스 콜롬비아나 마스터 캠페인 등을 제작해 세대 불문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칸 국제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원쇼 광고제 등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수상했다. 2018년 서울AP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광고인상, 대한민국광고대상 은상,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집행 광고가 광고인과 소비자의 지지를 얻어 국내 최대 광고 포털인 TVCF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누가 들으면 좋을까요?
-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기르고 싶은 분들
- 아이디어, 기획력 싸움을 해야 하는 분들
- 생활에서 사소한 변화를 꿈꾸는 분들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기획과 콘셉트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갑자기 샘솟지 않는다. 최고의 아웃풋은 평범한 인풋을 다듬는 것에서 시작된다!
커리큘럼
- 순수한 시각 기르기
- 관찰하는 눈
- 기록하는 손
- 편집하는 머리
- 단련하는 몸
딱 반걸음만 앞서 나가 공감대가 허락하는 맨 앞에 서라! 남들보다 반보만 앞서 나간다는 뜻의 영선반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않고 살짝만 비틀어주면 이런 반응이 나오거든요.
이거 대박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사람들이 공감하는 범위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얼마나 비틀지 판단하는 감각을 기르기 취해 저는 위의 다섯 가지를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강연 안내
- 날짜: 11월 12일(화)
- 시간: 저녁 7:30–9:30 (저녁 9시까지 북토크 + 30분 Q&A)
- 장소: 위워크 삼성역 2호점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518) 10층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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