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 국가대표로 깐느에 간 사나이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채훈(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를 맡은 20년 차 광고인 이채훈입니다.
리: 제일기획 다니면서 아이패드를 왜?
이채훈: …… 메모가 습관이라 핸드폰은 갤럭시 노트를 씁니다. 곧 노트10도 구매 예정입니다.
리: 아트 디렉터(AD)를 거쳐 CD가 됐는데, 어느 쪽이 더 재밌나요?
이채훈: CD가 훨씬 재밌죠. 제 컬러를 뿜어낼 수 있는 위치니까요. 물론 책임감만큼 정신적 고통도 큽니다. 제가 AD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CD님한테 계속 반박하니까 “그렇게 꼬우면 니가 CD를 하든가?” 그러더라고요. 운 좋게 다음 해 CD가 돼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리: 신입사원 때 이미 깐느에 진출한 슈퍼스타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이채훈: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에서 “모두 살색입니다”로 대상을 받았어요.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차별을 받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디자인을 전공한지라 머릿속에 ‘살색’ 물감과 크레파스가 떠올랐어요. 생각해보면 백인 입장에서는 흰색이 그들의 살색이고, 흑인 입장에서는 검은색이 그들의 살색이잖아요. 되게 인종차별주의적인 워딩이더라고요.
리: 오….
이채훈: 그래서 심플하게 크레파스를 3개 두고 “모두 살색입니다”라는 워딩을 썼어요.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우리가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많이 받잖아요. 근데 우리도 똑같은 걸 했던 거죠. 그런 이야기를 좀 심플하고 임팩트 있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리: 깐느는 어쩌다 간 거죠?
이채훈: 그 상 덕택에 깐느의 ‘영 라이언즈’라는 좀 어린 연차의 아트디렉터 한국 대표로 참여했어요. 전 세계에서 온 젊은 크리에이터들과 하루 동안 물 부족 국가 구호 광고를 만드는 거였어요.
리: 어떤 걸 만드셨어요?
이채훈: 우리가 흔히 먹는 생수병, 빨대를 꽂은 생수병을 거꾸로 돌려봤어요. 그러니 링거(수액)처럼 보이더라고요. 우리에겐 한 병의 물이지만 물이 부족한 나라에 있어서는 목숨이 오가는 생명수다, 생존의 문제다, 이런 메시지를 생수병 하나 뒤집은 거로 보여준 거죠. 덕택에 탑4에 들 수 있었습니다.
리: 깐 영라이언즈에서 탑4에 들고 기분이 어땠나요?
이채훈: 아쉬웠죠. 세계에는 젊은 친구들 중에도 실력자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마 스웨덴 친구들이 만든 거였을 텐데, 애기 젖병 안에 오줌물이 들어있었어요. 아이들이 이런 물을 먹는다는 걸, 저보다 훨씬 심플하게 표현한 거죠.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광고는 번뜩임이 아닌 끝없는 노력과 체화다
리: 님 개쩌는 천재인 듯하네여… 당시 미대는 남자 많지 않았는데, 어쩌다 디자인을…
이채훈: 이번에 책의 표지를 그려주신 일러스트 작가님이 저희 친형이에요. 형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도 잘 그리고 공부도 잘해서, 바로 서울대 미대를 갔어요. 저도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어서 서울대 준비를 했는데, 형을 보면서 너무 부러운 거예요. 나도 형처럼 그림을 그려보자,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부모님께 미대를 가겠다 했어요.
리: 너무 늦은 선택 아니었나요?
이채훈: 늦었죠. 형처럼 서울대 미대를 가려고 준비했는데 떨어졌죠. 그림이란 게 짧은 시간으로 늘 수가 없더라고요. 재수하며 공부보다 영화에 빠졌어요. 순수미술보다는 디자인에 관심이 끌렸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죠. 형만큼 드로잉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비즈니스를 할 때 디자인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리: 앞서 깐느도 그렇고, 아이디어가 정말 대단하신 듯합니다. 그런데 정작 책에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잘 짜낼 수 있을까, 이런 내용은 없더라고요.
이채훈: “샤워하다가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런 얘기 많이들 하잖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도 전구에 불 들어오는 걸 그리고요. 그래서 아이디어라는 게 그냥 갑작스럽게 생기는 거로 많이 착각하는데, 훨씬 오랜 시간 인풋이 쌓여야 한다는 거죠.
리: 크리에이티브는 천재성이 아니다?
이채훈: 사람들이 ‘논리적인 접근’은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크리에이티브’는 직관적이고 튀는 아이디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크리에이티브 안에 논리가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노림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분명 재밌었는데 한 번 보고 기억이 안 나면 그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에요. 그냥 휘발되고 마는 뭔가인 거죠. “따봉” 광고 엄청 흥했는데, 사람들은 델몬트인지 썬키스트인지 몰라요. 크리에이티브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논리가 필요합니다.
이거 기억하면 아재(…)
이채훈: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는 천재성보다 꾸준한 지구력이 습관으로 이어질 때 비범함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저는 광고인들의 천재성은 잘 믿지 않아요.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축적된 자료들이 어느 순간에 머릿속에서 발아되는 거죠.
광고, 항상 반대로 생각해야 길이 열린다
리: 젊은 후배들이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른다 이러면 뭐라고 조언해주세요?
이채훈: 반대로 생각해라, 무조건. 예로 제품 브랜드를 만드는 수업을 했어요. 쌀의 브랜드를 뭐로 할 거냐, rice를 거꾸로 하니까 에시르(ecir)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되게 심플하잖아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훈련이 안 되어 있으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를 잘 활용한 게 나이키예요.
리: 나이키는 어떻게 써먹은 거죠.
이채훈: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대회 공식 스폰서가 아디다스였어요. 아디다스는 이미 주요 우승 후보자들을 스폰했죠. 나이키는 반대로 우승확률이 가장 낮은 최고령 70대 할아버지를 모델로 삼았어요. 실제 경기가 일어나기 전에 베를린 시내에 그 할아버지 포스터와 음악이 덮였어요. 누가 1등 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이 할아버지가 완주하느냐에 관심이 쏠렸죠. 방송사들도 이 할아버지가 어디서 뛰는지 계속 비췄고, 그때마다 나이키가 노출됐죠.
리: 직접 작업하셨던 것 중에 반대로 해서 성과를 얻었던 건 어떤 게 있나요?
이채훈: ‘워너원’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는 그룹이에요. 이 친구들을 모델로 G마켓 브랜드 광고를 할 때, 이 역동적인 친구들을 저는 아주 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했어요. 다른 브랜드 광고로 이미 워너원의 역동적인 이미지는 다 소비됐다고 생각한 거죠. 반대로 이 친구들이 보여주지 않은 면을 보여주자, 그래서 정적이고 세련된 광고가 나온 거죠.
이채훈: 네. 저의 광고만 보지 않아요. 광고 뒤의 프로그램들, 앞뒤로 붙는 광고들이 어떤지도 항상 체크해요. 광고는 반드시 눈에 띄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시끌벅적한 광고들이 많이 나올 때는 조용한 광고가 돋보여요. 반대로 잔잔한 광고들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는 병맛스러운 요소를 담은 광고가 튀지요. 수많은 광고 중에 우리 광고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는 늘 유념해야 해요.
절대로, 절대로 광고의 본질을 잃지 마라
리: 그러면 광고의 본질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이채훈: 제품이나 브랜드가 가진 속성을, 핵심을 잃지 않고 심플하게 전달한다. 이게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음식 광고를 봤으면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게 만들어야죠. 놀이동산 광고를 보면 즐거움이 느껴지고 가보고 싶어야 하고요. 요즘은 튀려다 보니, 본질을 흐리게 하는 광고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항상 조심하려고 하죠.
리: 본인이 만든 광고 중 본질을 꿰뚫은 광고 예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채훈: 제가 버거킹 광고만 5년 정도 했는데, 제일 첫 번째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모델로 이정재 씨가 나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버거킹의 와퍼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먹는 장면만 보여 줍니다. 그리고 카피 한 줄이 떠요. “말이 필요 없다”고요. “콰트로 치즈 와퍼, 꽉 들어찼어”라는 말장난으로 제품명도 알리죠. 이게 엄청나게 매출로 연결됐어요.
이채훈: 네. 이것도 광고의 본질과 관계가 있어요. “반하나 안 반하나”도 바나나라는 제품의 코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잖아요. 제가 이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최근 6–7년간 히트 친 광고의 거의 절반이 언어유희를 활용한 광고였어요. 심지어 고관여 제품에서도 잘 활용됩니다. 저희 팀 막내가 아이디어를 낸 통새우와퍼도 진지한 상황에서 언어유희로 비튼 거죠. 그때 아예 제품 조기 소진까지 일어나서 매장마다 사과문 포스터도 붙였어요.
리: 그밖에 광고에 활용하는 부분은 무엇이 있나요?
이채훈: 공감입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려 해요. 삼성화재 광고에서는 “삼성화재=모바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는데, 이를 회사 안에서의 세대 갈등으로 표현했어요. 팀장 입장에서는 회의 중에 신입사원이 스마트론 하면 화나잖아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자료를 찾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팀장이 “모봐~”라고 혼낼 때, 신입사원이 “모봐~일로 바로”라고 삼성화재로 연결한 거죠.
광고, 심플하게 하나의 메시지만 가져가야 한다
리: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광고로는 무엇이 있나요?
이채훈: 최근에 만든 거로는 1,000만 뷰를 넘은 ‘G마켓 반려견 쇼핑 금지’ 캠페인이 있어요. 반려견을 집으로 받아들여 죽을 때까지 키우는 집이 12%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반려견을 인형이나 물건 사듯이 집으로 데려오는데, 경각심을 주려고 만든 캠페인이에요. 이것도 거꾸로 뒤집은 거죠. 쇼핑 사이트에서 “반려견을 쇼핑하지 마라, 반려견을 위한 쇼핑을 해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니 임팩트가 컸죠.
이채훈: 역시 1,000만 뷰를 기록한 스마일택배 도시락 캠페인도 비슷했어요. 그 당시에 갑질 이슈들이 뉴스가 많이 됐어요. 그래서 반대로 을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던져보자고 한 거죠. 항상 빠른 택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더운 여름날 택배 서비스를 해주시는 기사님들 입장을 던진 거죠. 너무 바빠서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택배기사님들께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면, 스마일 박스가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드실 수 있도록 한 캠페인이에요.
이채훈: 저는 광고는 딱 두 가지 같아요. 웃기든지 울리든지. 뭔가 위트로 사람들을 정말 시원하게 웃게 만들거나, 아니면 눈물 찔끔 나게 하면서 울림을 주든지. 선을 정확히 타야 해요. 애매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광고가 되면서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해요.
리: 광고는 하나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모든 장치다?
이채훈: 그렇죠, 하나만 남겨야 해요. 15초라는 시간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면 안 돼요. 이것도 이야기하고 저것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 이런 답이 오기 마련이거든요. 제가 최근에 깐느를 갔다 왔는데 애플에서 했던 말이 되게 기억이 남아요. Simple is hard.
아주 세상을 뒤엎은 애플의 홈팟 광고.
이채훈: 심플하게 만드는 게 엄청나게 어렵지만(hard), 또 그것만큼 단단한(hard) 것도 없단 거죠. 저는 크리에이티브도 심플과 같다고 봐요.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건 심플하단 거예요. 소비자와 광고주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를 다 버리고 광고로 나가는 거죠. 이게 참 어렵지만, 이만큼 직관적인 것도 없습니다.
리: 그렇게 생각하니 다 죽었다는 TV CF의 효용이 분명하군요. 하나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채훈: 네, 그래서 제가 자주 찾는 곳이 서점이에요. 책 제목이 광고의 헤드라인이랑 똑같잖아요? 표지만 보고도 사람들이 궁금해서 책을 펼쳐보게 만드는 ‘한 마디’를 밖으로 빼놓은 거죠. 서점에는 정말 좋은 카피가 널려 있어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딱 후킹이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책은 안 사봐도, 광고인이라면 서점에 자주 가보길 권합니다. 한눈에 그 좋은 문장을 접하는 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좋은 광고를 위해서는 메모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리: 이왕 조언을 준 김에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조언이 있다면?
이채훈: 뭐든 메모해야죠. 제가 삼성 직원이라 갤노트를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글로 옮겨 놓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더라고요. 지나고 나서 ‘그게 뭐였더라’, 이런 순간들이 너무 많잖아요? 진짜 급할 때는 녹음도 합니다.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거나 그럴 때죠. 내가 생각지 못했던 메모가, 나중에 맡게 된 브랜드의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리: 그 밖에도 다른 습관이 있나요?
이채훈: 관찰이 중요해요. 제가 잠이 좀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영화를 봐요. 되도록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죠. 그리고 회사 가서 이제 남들 안 보는 신문도 보자, 이 두 가지는 10년 이상 지켜요. 신문 제목은 편집부에서 신경 써서 뽑은 거라, 이게 광고 카피 짜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리: 습관이 아니라 체화 수준이군요.
이채훈: 김연아 씨 인터뷰 중 되게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었어요.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란 질문에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냥”이라는 말이 되게 와닿았어요. 제가 감히 김연아 선수에 비할 사람은 아니지만, 저도 그냥 사물을 다르게 보려고 해요. 그렇게 관찰하고 메모하고, 아이디어에 활용하죠.
리: 사물을 볼 때 우리가 가진 선입견을 제거한다는 게 굉장히 힘들잖아요.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해야 하나요?
이채훈: 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W라는 영어 단어를 읽으라 하면, 0.1초 만에 “더블유”라고 하죠. 그런데 어린 조카들 보여주면 “더블브이”라는 대답을 해요. 우리는 어떤 대상이든 너무 잘 알고 익숙하다는 착각을 하고 살아가요. 근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훈련도 했어요. 100m라는 정해진 구간을 두고 몇 시간 동안 산책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짧은 길 속에서, 아까 봤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리: 너무 빡센데요(…)
이채훈: 그냥 저는 즐겼으면 좋겠어요. 몸에 좀 배면 말이 훈련이지, 그냥 재미있는 놀이 같거든요. 메모도 제가 억지로 하는 건 아니에요. 나중에 재밌는 광고를 만들 때 써먹을 소재라는 기대감에 신나서 하는 거죠.
광고 회사, 이제는 콘텐츠 회사로 진화할 것
리: 광고 꿈나무가 많은데 광고 회사가 일하기도 힘들지만, 이젠 들어가기도 힘들잖아요. 조언할만한 이야기가 있을지.
이채훈: 광고업은 실력만 인정받으면,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옮길 기회가 엄청나게 많아요. 물론 예전 저희 때보다 힘든 시기니,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죠. 막연하게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멈추지 않고, 제가 말씀드렸던 과정을 실천하면 될 거라고 봐요.
리: 광고도 엄청 변하잖아요. TV와 신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데, 광고 회사는 어떨 것 같아요?
이채훈: 이미 엄청 많이 변했어요. 경계가 없어졌죠. 광고 회사 있던 친구들이 카카오, 네이버, SKT, 게임 회사, 구글, 페북 등으로 많이 이직합니다. 결국은 광고가 아닌 콘텐츠의 싸움이란 거죠. 같거든요. 이번에 깐느 갔을 때 되게 인상적이었던 게, 뉴욕타임스는 경쟁자를 워싱턴포스트가 아닌 넷플릭스로 보더라고요. 결국 같은 콘텐츠란 거죠. 뉴욕타임스가 놀라운 게 유료 온라인 구독자가 360만 명이에요.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 퀄리티 있는 기사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거죠.
리: 광고 회사가 콘텐츠 회사가 된다?
이채훈: 감히 제가 회사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죠. 물론 광고 회사는 크리에이티브라는 명확한 강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크리에이티브하지 않나? 그렇지 않거든요. 더 무서운 건 광고주들도 빨라져서, 이제 그분들이 크리에이터를 먼저 찾아갑니다.
리: 제일기획 정도면 크리에이티브도 있지만, 메시지 전략 컨설팅 회사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이채훈: 그렇죠. 그래서 광고주들이 저희를 믿고 일을 맡겨주는 거겠죠. 동서식품은 저희랑 30년 이상 일했습니다. KT, 버거킹, G마켓도 오래됐죠. 광고시장이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끊임없이 크리에이티브와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파트너십이 이어진다 생각해요.
리: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채훈: 책에 여러 이야기를 담았는데, 굳이 광고인이 아니라도 질문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왜 카메라는 다 일제일까, 왜 지하철 좌석은 마주 볼까, 이런 좀 뜬금없는, 하지만 완전 뜬금없는 질문들은 아니거든요. 그런 질문들을 계속하다 보면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말장난 광고 좋아하는데, why에서 way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걸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도 책을 쓰며 가장 큰 경험은, 혼자 오롯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거였어요.
리: 어쨌든 이 힘든 상황 속에, 지금 꿈나무들이 광고 회사 오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나요?
이채훈: 네. 감히 말씀드리면 광고는 재밌습니다. 너무 재밌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광고주를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면서도 내 색깔을 내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광고를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느꼈을 때 오는 쾌감이 있거든요. 그게 중독성이 있어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20년이 흘렀고요.
※ 해당 기사는 더퀘스트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