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개각에 대한 단상 2: 다음 총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차차기나 가능할 것이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어디까지나 사견에 의한 독단적인 판단이므로, 예상이 맞았을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되 빗나갔을 경우에는 아무런 제재도 비난도 없어야 한다는 게 SNS의 국제적 공통룰임을 밝혀둔다. 이름 뒤 괄호 안의 숫자는 나이를 뜻한다.
아베(64) 개각 분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난번에 포스트 아베로 ○○○를, 그리고 아베가 후임으로 내심 낙점한 사람이 ×××이 아닐까 언급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는 스가 요시히데(70) 관방장관이고, ×××는 기시다 후미오(62)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긴 고노 다로(56) 전 외무상도 한국과의 지소미아 문제 해결과 동북아 질서에 일본의 프레젠스를 높이는 혁혁한(?) 공을 세운다면 충분히 ×××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본인 또한 포스트 아베로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국민적 인기에서 고이즈미 신지로(38)에 상대가 되지 않음으로 고이즈미의 본격적인 등장 이전이 최대의 찬스라는 점을 충분히 자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고노 다로는 한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한층 더 높이면서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것이 예상된다. 외무상일 때 한국에 외교적 무례까지 범하면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 게 결국 일본 우익의 지지를 끌어냈고, 이를 국민 여론이라 착각하는 아베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던 차이기에 아베의 주구가 되어 한국을 더 물어뜯으려 덤벼들 것으로 예상된다.
왜 ‘포스트 아베’로 스가 요시히데를 꼽았는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12년 12월 민주당으로부터 아베가 정권을 탈환한 제2차 아베 내각부터 지금까지 안방마님으로 내각을 이끌어 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내각의 수반은 총리이므로 총리가 최고 권력자지만, 총리가 대외적인 얼굴마담의 역할을 한다면 관방장관은 집안 살림을 총괄하는 안방마님의 역할을 한다.
아베와 스가는 총리와 관방장관으로 역대 최장수 기록을 달성하며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2007년 아베가 1년 만에 정권에서 물러나 일개 의원으로 전락해 좌절의 시기를 보낼 때, 꾸준하게 아베를 설득하며 재기를 위한 준비에 가장 힘썼던 인물이 스가 관방장관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이는 아베보다 여섯 살 많지만 통상 맹우라 일컬어지는 연유다.
스가는 또한 아베와는 철저하게 다른 성장 과정을 거친 정치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아베가 여타 도련님 정치가와 같은 금수저 세습의원인 것에 비해, 스가는 지방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자수성가한 흙수저 출신의 정치가이다. 스가는 아키타현 농가의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자랐다. 고교 졸업과 함께 청운의 꿈을 품고 도쿄로 진출해 당시 학비가 제일 싸다는 이유로 호세이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했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 공장에서 알바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알려진다.
정치에 꿈을 갖고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시작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후 10여 년에 이르는 비서관의 경험을 쌓고, 요코하마시 의회 의원으로서 정치를 시작해 관방장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정치판에서 다져진 인물이다. 비록 눈에 띄는 스타일의 정치가는 아니지만, 주군을 모시며 튀지도 나서지도 않고 실수도 하지 않는 이인자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관방장관의 역할이 그러하듯 보스인 총리를 보좌하는 안방마님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며 당연히 주위의 신임도 얻으면서 차곡차곡 자민당의 이인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혀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고이즈미의 입각도 사실은 스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아마도 스가는 포스트 아베로 고이즈미를 염두에 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빨리 국정 경험을 쌓게 하려는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이즈미가 대신이 된 후에 한 발언이 구설에 오르는 것을 보면 아직 애송이 티를 벗지 못한 약점이 노정된다. 따라서 아베가 2년 후에 자민당 총재 4선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기존 아베의 노선을 이어서 총리의 자리에 올라야 할 적임자는 스가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다.
스가는 올해 연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뀌는 발표를 함으로써 국민적 호감도도 급상승했다. 또한 지금껏 아베 정권의 이인자로서 뒤치닥거리 역할만 해왔던 스가이지만, 애초에 정치에 뜻이 있어 정치학과에 진학하고 민간기업에 취직한 후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때려치우고 정치가의 비서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그로부터 40년 이상의 긴 세월을 정치판에서 구르며 다져진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정치가로서 최고봉인 총리에 대한 욕심이 없겠는가? 전혀 아닐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이런 입지전적인 인물이 정치적 욕망과 야욕은 금수저 도련님 정치가보다 더 강렬하고 뿌리 깊다고 생각한다. 비록 실패를 맛보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다시 털고 일어나 재기해 목적을 달성하는 잡초 같은 생명력과 좌절을 모르는 불굴의 정신승리 감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에도 그런 인물이 있지 않았던가? 망가진 불도저에 바이러스 감염된 컴퓨터를 달았다고 자화자찬하며 “내가 왕년에 해봐서 아는데…”를 입에 달고 다니던 인물…. 다만 스가는 지금까지의 스타일로 볼 때, 확실히 자기 손아귀에 정권을 움켜쥘 때까지 그런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을 규합해 어느 날 갑자기 자민당 총재가 되어 총리로 등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스가가 아베의 뒤를 이어 총리로 정권을 잡으면 아베보다도 더 매파의 노선을 걸을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정책 노선도 오히려 더 강공 드라이브를 걸 인물이라 생각된다. 주의를 요하는 인물이다. 이미지로만 정치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나는 이런저런 정황 판단으로 포스트 아베로 스가에 500엔을 건다. 스가가 아닌 다른 자에게 배팅하고 싶은 사람은 나하고 술 내기를 걸어주길 바란다.
왜 ‘아베의 1픽’으로 기시다 후미오를 꼽았는가
×××로 예상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아베와 거의 동일체다. 나이도 비슷하고 정치가로서 성장한 과정도 매우 흡사한 세습 금수저 의원이다. 다만 아베가 다소 저돌적이고 가미카제처럼 무모한 면이 있는 것에 비해 이 자는 유화적인 이미지를 갖춘 인물이다.
자신의 파벌을 이끌면서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 아베와 경쟁해 총리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일찌감치 아베 지지를 천명해 아베에게 심적 부담을 안겨주며 포스트 아베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그런 점에서 아베는 기시다에 대한 마음의 빚을 지었으며, 그 보답으로 포스트 아베로 기시다를 낙점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이 둘은 태어난 환경과 성장 과정이 너무 흡사하기에 이런 동질류의 인물만이 공유할 수 있는 끼리끼리의 안심과 신뢰의 정도가 특별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기시다라는 인물이 강골의 ‘매파’ 가 아닌 유화적인 ‘비둘기파’ 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와 대한 정책, 대미 외교, 대북한 정책, 대중국 정책, 대러시아 정책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한 작금의 일본 정세로 볼 때, 기시다 대망론이 당내에서 나올 확률이 적다는 점이 함정이다. 따라서 이런 국제정세와 맞물려 앞서 언급한 고노 다로 또는 세코 히로시게(56) 같은 ‘강경파’ 이미지로 보수 우익의 지지를 받는 자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개각에 대한 일본 내의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지만, 개각 후 아베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보면 아베로서는 성공적인 개각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아베의 심복으로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56)가 문부과학대신으로 첫 입각을 한 점이다.
이 자는 수년 전 아베가 모리카케 학원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 그 학원과 깊은 관계를 맺었으며, 학원 스캔들의 중심에 있던 인물임에도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고 일본 교육을 총괄하는 문부과학성의 수장이 되었다. 당연한 걱정이지만 앞으로 일본 내의 역사교육 문제나 애국심 고취 교육 등으로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이나 중국과의 마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외 주목해야 할 개각의 포인트
다카이치 사나에(58)라는 여성 정치가의 총무성 대신 재등극이다. 이자 또한 아베의 최측근으로 행동대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인물이다. 총무성 업무 중의 하나가 방송을 비롯한 언론과 관련된 업무인데, 앞으로 아베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과 관여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언론 중에서도 텔레비전은 저질 그 자체인데, 앞으로 더 한국 때리기와 깎아내리기 방송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손타쿠(忖度: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기는) 행태가 더욱 노골적이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과거 방위 대신 시절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신에서 물러났던 최측근 행동대장인 이나다 토모미(60)를 자민당 간사장 대행으로 앉혀 하기우다의 뒤를 잇게 했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개헌 논의에서 자민당 내의 총의를 모으기 위한 역할을 기대하며 당내를 통솔하려는 인사라 보인다.
지금껏 자민당 내 유일무이한 아베의 라이벌로 자리매김해 왔던 이시바 시게루(62)가 멋지게 빅엿을 먹은 것도 특징이다. 이시바의 파벌에선 한 명도 입각하지 못하며 철저하게 배제되어 이시바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아베로서는 자신의 집권을 총결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하에 이시바를 아예 총재직에 접근도 못 하게 대못을 꽝 박아놓은 셈이다. 어쩌면 이시바는 자민당을 탈당해 야권과 연대하는 길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번 개각은 아베 집권의 집대성을 꾀하는 개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아베의 정치적 목표가 개헌임을 감안할 때, 당연히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 주변을 다진 개각이다.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최종목표인 개헌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세코 히로시게(56) 전 경제산업상을 참의원 간사장으로 이전시킨 게 좌천성 인사라기보다는 개헌 발의를 위해 필요한 참의원 ⅔의 찬성을 끌어내기 위한 개헌의 키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보이는 이유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정세에 따른 동북아 질서의 변화, 북한과의 관계개선, 대미 외교, 대중국, 대러시아 관계 등 산적한 외교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봉장으로 국제통으로 알려진 모테기 도시미츠(63) 외무상과 고노 다로 방위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삼각편대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한국과의 대립과 마찰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더 강경한 태도와 노선으로 일관할 것이다.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당장은 한국의 주장이 관철되면 대북한 수교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번 아베 개각의 결론은
지금 한일간에 벌어지는 충돌과 대립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연 어떤 신의 한 수가 있어 한일간의 마찰을 풀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 더욱 연구해봐야겠다. 어쨌든 일본은 제4차 아베 내각의 2차 개조 내각으로 새 진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장관 한 명 인사를 둘러싸고 나라가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려 내부 전쟁에 온통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내전을 치른다. 집안싸움을 할 때 하더라도 승냥이 같은 이웃들이 호시탐탐 담장을 기웃거리며 곳간을 노림을 자각하고, 이에 대비를 제대로 하고 싸우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원문: Hun-Mo Yi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