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엄마 없니?
영화 <마더>의 엄마(김혜자 분)는 아들 대신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청년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는 가장 애타게 걱정해 주는 누군가를 상징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곧잘 서로를 ‘OO 엄마’라고 부른다. 자식 기르는 사람이 길에서 우는 아이를 지나치지 못하듯,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위험에 처한 동물을 나 대신 엄마처럼 돌봐 달라’는 뜻으로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엄마’의 마음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 케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가 급성장한 것은 이런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세태와 관련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약 4분의 1(23.7%)인 51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국세청은 주요 동물보호단체에 매년 수십억 원대 후원금이 모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거리의 생명에게도 자꾸 눈길이 가는 엄마의 마음이 그만큼 모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벌어진 케어의 안락사 스캔들은 그런 마음들에 큰 상처를 냈다. 개도살장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 구조활동을 벌이기로 유명했던 케어는 그만큼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구조한 동물들을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수백 마리나 안락사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단체의 박소연(47) 대표는 해명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될까봐 사실을 숨겼지만 ‘인도적인’ 안락사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뭐라고 변명해도 수의사 입회와 서류보고 등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안락사는 위법이다. 그는 대다수 직원들에게 사실을 숨긴 채 극소수 관계자와 비밀리에 동물들의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박 대표를 비난하는 것과 별개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유기동물의 현실’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몇 달 전 동물권행동 카라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 즉 동물을 잔뜩 모아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람에게서 고양이 30마리를 구해낸 일이 있다.
구조 당시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고양이들은 장염 등에 걸려 한 달 만에 절반 이상 죽었다. 병원비로 수백만 원이 들었다. 활동가들은 동물구조 활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걱정한다. 후원자들은 적극적인 구조활동에 환호하지만, 구해낸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은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소연에게 돌을 던지면 끝인가
박소연 대표 비난 여론에 편승해 ‘반려동물협회’라는 곳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을 이용해 앵벌이를 한다”고 비방했다. 그런데 이 협회는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개농장과 펫샵 주인들이 모인 곳이다.
현행법상 등록 없이 동물 번식과 판매를 하는 업체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지만, 등록업체 1000여개 외에 2000~5000여 곳이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추정한다.
이런 곳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개와 고양이를 생산하고 가격표를 붙여 판매한다. 팔려 간 동물 중 많은 수가 거리에 버려진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보호소는 길에서 데려온 후 열흘이 지나면 이들을 안락사시킨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를 장난감처럼 ‘만들고’ ‘사고파는’ 이 구조를 내버려 두어도 되는지를. 인간과 가족처럼 살아가는 생명체를 학대하고 내다 버리는 사람들을 방관해도 되는지를. 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유럽 선진국처럼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런 방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지를.
케어가 대규모 구조를 추진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요? 갈 데는 있나요?”라고 질문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구조된 동물의 ‘그 후’를 챙겼다면 어땠을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엄마’들이 남의 아이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으로 ‘동물권’을 외치고 제도 정비를 요구해야 또 다른 안락사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장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