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그간 참 많은 일을 벌였습니다. 솔로대첩도 하고, ‘유태형 팝니다’도 하고요. ‘#itwasoursky’도 했습니다. 이쯤이면 나와 당신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죠? 직접 만나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이미 한 번쯤은 만났다고 생각해요.
책에는 그렇게까지 거창한 것을 적지 않았어요. 딱 두 가지 적었습니다.
- 내가 왜 이것을 했는지,
- 내가 어떻게 이것을 했는지.
나에게 책이란 마냥 어려운 존재였어요. 그래서 작가도 어려웠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바로 그 존재가 되었습니다. 출판일 기준 4일 만에 자기 계발서 베스트 순위 85위. 신예 작가치고 그리 나쁘지 않잖아요?
멋진 옷, 어려운 말들, 엄숙한 분위기. 작가 유태형의 출판 기념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환상을 깨는 사람 유태형답게, 유태형다운 출판 기념회에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바로 2019년 1월 31일, 메이플스토리 노바서버 25채널 사우스페리 항구 앞에서 출판기념회를 벌인 거죠.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오셨고, 출판기념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의미 있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Q1. 메이플스토리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유자까(유태형): 책에 대한 이상한 믿음이 있어요. 책은 맞다, 책은 진리다, 그러니 작가는 진리를 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대화와 책이 다른 점은 딱 하나예요. 대화는 음성으로 하는 정보 전달이고 책은 글로 하는 정보 전달이라는 점. 저는 책이라는 고귀한 존재에 쉽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가장 어려운 존재를 가장 쉬운 공간에서 펼쳐보자, 그래서 메이플스토리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자는 생각이 들었죠.
2월까지는 책 마케팅 활동을 계속할 거예요. 마케팅 콘셉트는 ‘쉬운 작가’입니다. 독자를 굳이 괴롭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기준에서 좋은 글을 적었어요. 책 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물리학, 심리학, 생물학, 뇌과학 등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를 다뤘지만 쉽게 읽히죠. 전문 용어를 하나도 안 썼거든요. 용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치환해서 썼어요. 학계에서는 욕할지도 몰라요. 전공도 안 한 놈이 마음대로 설명한다면서.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그냥 쉬운 작가가 되기로 했어요. 권위 있고 품격 있는 작가보다, 언제든지 만나서 물어볼 수 있는 작가.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작가. 이번 출판기념회는 ‘쉬운 작가’ 캠페인의 시즌 1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2. 솔로대첩을 기획하기 전 다른 창의적인 활동을 한 적이 있나요?
유자까(유태형): 원래 저는 음악을 했어요.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했어요. 하지만 전공은 경영이었죠. 그래서 아무리 해도 실용음악과 학생들만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을 가지고 창업을 했어요. 스물네 살 때였을 거예요. 실력 있는 사람을 뽑고, 결혼식장이나 관공서 같은 곳에서 공연 영업을 해서 연주자를 보내줬어요. 그때는 앱도 만들고 홍보 외주도 하고, 별의별 걸 다 했던 것 같아요. 정말로 즐거워서 일했죠. 새벽같이 카페로 출근해서 일하고, 해 지면 돌아오고…
질문자: 솔로대첩 이후에는요?
유: 솔로대첩 이후에는 참 괴로웠어요. 절 보는 시선이 너무 많았거든요. 사람들은 언제나 솔로대첩 그 이상을 바라는데, 나는 그만큼 못 하니까 스스로가 죽도록 밉더라고요. 그렇게 괴롭게 살다 보니 가지고 싶은 걸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 처절하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이고요.
Q3. 가지고 싶은 걸 가지면 정말로 행복한가요?
유자까(유태형): 안 그래도 어제 책을 본 한 친구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책을 읽고 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고. 참 무서운 내용이어서, 이 책을 써줘서 고맙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고요.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책을 제대로 봤군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사람이 도구를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 풀뿌리를 손으로 뽑고 동물을 손으로 때려잡다가, 어느 순간 돌로 내리치게 되었죠. 그때 깨달은 게 무엇일까요? 바로 ‘불편함’이었겠죠. 편한 것을 알아버리는 순간, 동시에 불편함도 알아버리는 거예요.
아,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지금까지 불편하게 산 거구나. 그 돌멩이가 없었으면 불편한 걸 몰랐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편한 것도 알 수 없었겠죠. 행복도 그런 것 같아요. 그때는 잠깐 행복하겠죠.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다른 것은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다시 불행해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 적 없다’라고. 가지는 것과 행복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착각입니다.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가지지 못해서 괴롭다면, 가져서 괴로움을 없앨 수는 있어요. 하지만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 곧 행복은 아니라는 거죠. 불행의 반대는 행복인가요? 아니면 행복이 없는 것이 불행인가요? 덜 행복한 것은 불행인가요?
결국 알 수 없습니다. 행복은 개인의 정의에 따라 달라져요. 가질 수는 있지만, 행복해질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어요. 저는 그 감정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Q4. 유자까님 책을 아직 앞부분밖에 보지 못했는데요, 우리가 의지를 가지기 전 뇌는 판단을 내린다는 말이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유자까(유태형): 아, 제가 그 부분을 적으면서 얼마나 많이 찾아봤는지 몰라요. 조사하면서 알게 된 실험 중 그런 게 있었어요. 뇌에 직접 전극을 연결해서 자극을 주면, 피험자는 오른손을 올린다는 거죠. 그런데 막상 피험자는 그 전극이 오른손을 올리게 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실험이 끝나고 “왜 손을 올렸어요?”라고 물으면 “그냥 어깨가 뻐근했어요”라든지, “그냥 올리고 싶었어요. 왜요?”라고 대답했다고 하더라고요. 대표적으로 행동을 한 뒤 이유를 만든 거죠.
솔직히 모르겠어요. 자유의지라는 게 존재할까요? 제가 생각할 때에는 자유의지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만드는 것 같아요. 사회는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실험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니까요. 그래서 내 의지로 행동했는지, 내 의지로 행동하지 않았는지 상관없으면 속상할 일도 없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유의지와 별개로 어떤 상황에 처해서 내가 감정을 느끼거나 반응했을 때, “왜 내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자세. 자유의지의 존재 유무보다 이 자세가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Q5. 예전에는 본능에 따르자며 별 고민 없이 살았거든요. 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해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성과가 없으니, 저의 본능은 그저 편하게 살기 위한 방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자까(유태형): 제 생각은 반대인 것 같아요. 편하게 살기 위해 본능이 있는 게 아니라, 본능은 그냥 편하게 살고 싶어해요. 불안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고 싶고, 따뜻하게 자고 싶고, 또 성과를 가지고도 싶은 겁니다. 책을 쓰고 싶은 욕구와 똥을 싸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달라 보이지만, 사실 몸속에서는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행동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 이것을 ‘욕구를 해소한다’고 하죠.
흥스라잎 님은 편하고 싶은 욕구는 해소했지만, 성취에 대한 욕구는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씁쓸한 것 같아요. 하지만 편하게 사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감히 말씀드리는데, 그건 원래 그런 거예요.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고, 마찬가지로 님도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Q6. 예전에 ‘이 정도면 사람들이 울겠지?’ 싶은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청중들이 진짜 울어서 무서웠던 적이 있어요. 사람을 조종하는 느낌이어서요.
유자까(유태형): 음… 여러분, 메이플에서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했을 때 어땠나요?
힛엔눈크: 유태형 같다.
건강얌얌: ㅋㅋㅋㅋㅋ넘 웃겨여
흥스라잎: 웃겨서 바로 단톡방에 공유햇어여
날유잼: 재미있었어욤 ㅋㅋㅋㅋㅋ
유자까(유태형): 게임에 대한 편견이 많은 사람은 아마 더 웃었을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사람은 게임에 편견이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여러분이 다들 웃었지만, 그 웃김의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각자의 경험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니까.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할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우리는 상대방의 미세한 차이를 다 알 수 없거든요. 100만 년 정도 경험을 쌓은 알파고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거죠. 요는 웃게 만드는 정도로는 조종할 수 있지만, 얼마만큼 웃게 만드는지는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마무리하며
xXzㅣ존코딩Xx: 미남작가유작가@@파이팅@@
힛엔눈크: 우윳빛깔 유태형 흥해라~~~~~~
날유잼: 고생들 하셨어욤~~ㅎㅎㅎ
이렇게 단체 사진도 찍으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와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더 자세한 목소리를 듣고 싶으시면 ㅍㅍㅅㅅ의 유태형 인터뷰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