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F 데스티니 권황명운~ ① 벨트스크롤로 돌아온, 제대로 된 모바일 KOF」에서 이어집니다.
0. 도탑전기류의 최신 진화형이 오다
지난번에 2개 포스트에 걸쳐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수집형 게임인 도탑전기류 게임이 실은 가챠를 통한 캐릭터 수집에 중점을 두는 수집형 게임이라기보다는 제한된 캐릭터 풀 내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강조하는 수직 성장형 게임으로 분류되어야 함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수직 성장이 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엔 구조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음도 설명 드린 바 있죠. 넷이즈가 음양사나 영원한 7일의 도시, 반역성 밀리언 아서 등 도탑전기류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하는 것 또한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약점을 피해보다 운영에 유리한 수집형 게임을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도탑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는 텐센트 역시 기존의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반복하지는 않습니다. KOF98UM부터 나루토 화영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등 새로운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계속해서 BM과 게임 디자인을 바꿔가면서 도탑전기의 핵심 재미인 수직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약점인 수집의 재미를 강조하는 방법을 탐구해왔습니다.
KOF 데스티니 권황명운(拳皇命运)이 바로 그런 텐센트 도탑전기의 최첨단 디자인을 도입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의 디자인과 BM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썼습니다. 혹시 잘 모르시겠다면 이전 포스트를 한 번 읽고 와주세요.
- 콘트라 리턴의 과금 시스템 정리
- 2016년 중국 모바일 RPG의 성장 시스템 비교 분석
- 중국 RPG들의 가차 판매 디자인에 관한 고찰
-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1
-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 2
1. 텐센트가 개척한 액션 중심의 도탑전기류 BM의 진화 흐름
텐센트는 KOF98UM, 나루토 화영 닌자, 드래곤볼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 이렇게 4가지의 도탑전기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만 이들은 크게 턴제 RPG(KOF98UM, 용주격투)와 ARPG(화영닌자, 콘트라 리턴)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했습니다만, 이는 단순히 전투의 형식의 차이는 아닙니다. 기본적인 BM의 구성에서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인 KOF98UM과 용주격투는 성장의 중심이 캐릭터에 있습니다. 조각을 모아 올라가는 성급 성장 외에 스테이지에서 파밍되는 재료를 사용하는 등급(녹+1 등), 고난도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각성 등의 성장콘텐츠들이 캐릭터에 묶였고 당장 사용하는 덱에 올라온 6개 캐릭터의 전투력이 핵심이 됩니다.
이렇게 캐릭터 단위의 깊은 성장은 신캐를 획득해도 기존에 전력으로 쓰던 캐릭터만큼 키우기는 많은 시간이 들거나 아예 신캐 조각을 모으는 동안 기존 캐 조각이 더 모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가장 직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신캐의 효용이 떨어지고, 성장의 깊이가 깊기 때문에 유저를 잃기는 쉬워도 새로 얻기는 힘듭니다.
화영닌자는 스테이지 파밍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캐릭터가 아닌 계정 귀속으로 돌림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새 캐릭터를 얻기만 하면 바로 이전까지의 성장이 적용되어 특별히 해당 신캐를 키울 필요 없이 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캐릭터 성급 성장은 여전히 캐릭터에 귀속됩니다만 S, A, B 등으로 캐릭터의 등급을 엄격하게 나누고 신캐를 고등급에 배치함으로써 이 신캐의 성급 페널티를 상쇄합니다. 성급은 아직 덜 키워서 낮지만 등급이 높기 때문에 고성능인 것이죠.
또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신캐가 주는 콘텐츠 변화가 상당히 크고, 따라서 신캐에 대한 매력이 높습니다. 플레이해서 점점 더 강해진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새 캐릭터를 갖고 노는 재미를 더합니다. 수직 성장을 중심으로 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수집의 재미를 구현할 수 있는 거죠.
이 구성은 슈팅 RPG인 콘트라 리턴에서 조금 변화합니다. 슈팅 게임이라는 특성상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장치는 총기류입니다만, 횡스크롤 슈터라는 형식이 총기 간의 성격 차이를 체감하기가 힘듭니다. 서든어택 같은 FPS 슈터들은 같은 돌격소총이라도 M16은 데미지가 적은 대신 반동이 적고 AK-47은 데미지가 크지만 반동이 크며 FAMAS는 연사가 빠르다는 등의 특징을 눈치채기 쉽습니다.
하지만 횡스크롤 슈터에선 샷건과 돌격소총, 머신건 등 유형별 차이는 느낄 수 있어도 M16과 AK-47의 차이는 느끼기 힘들죠. 또한 총기는 도구일 뿐이라 캐릭터처럼 수집 대상으로써의 욕구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해도 플레이 경험이 총구에 너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콘트라 리턴은 게임의 토큰을 총과 캐릭터로 구분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여러 총기 중 2개를 들고 게임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가챠나 플레이를 통해 구입하고 획득할 수 있는 토큰은 총입니다.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등급을 B, A, S, SS 등으로 강하게 구분합니다(등급을 올릴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기의 유형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결정되고 태생 등급에 의해 성능이 결정됩니다. 각 총들은 다른 도탑전기류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스테이지에서 드랍되는 재료들과 드물게 공급되는 조각을 통해 등급과 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총이 주는 플레이 경험이 뚜렷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당장 선호하는 총기만 수집하고 육성하는 식으로 콘텐츠가 선별적으로 소진될 우려가 있습니다. 당장 서든 어택만 하더라도 돌격 소총만 쓰는 사람은 돌격 소총만 쓰고 샷건 쓰는 사람은 샷건만 쓰죠.
콘트라 리턴은 콘텐츠에서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을 활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지정한 단 한 가지 종류의 총만 사용할 수 있는 일일 던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장 장착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종류별로 가장 좋은 총 1개씩을 슬롯에 배치해 능력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원치 않는 총의 성장에 대해서도 보너스를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이 ‘덱’은 게임에 들고 들어가는 토큰이 수량이 제한된 구조에서 더 좋은 새 토큰(화영닌자의 경우는 캐릭터, 콘트라는 총)을 얻었을 때 기존에 키워뒀던 토큰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단점도 보완해줍니다. 당장 들고 쓰지 않더라도 저 덱에 배치함으로써 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요.
총기가 성장의 축이라면 캐릭터는 주기적인 수집의 대상으로 게임에 꾸준히 추가됩니다. A급 캐릭터는 몇만 원 상당의 젬으로 고정가에 살 수 있고 S급 캐릭터는 전용의 기간 한정 가챠로 판매되는데 대략 15만 원 정도면 획득이 보장됩니다. 비싸게 만든 콘텐츠를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게임 경험을 다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함으로써 장기 운영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획득은 15만 원 선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버당 1명에게만 최고 성급으로 초월할 조각을 주기 때문에 수익성도 일부 보존됩니다. 또한 캐릭터의 특정 스킬을 해금하기 위해선 특정 등급의 특정 총기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이 걸려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라도 희귀한 총기를 얻고, 나쁜 총기도 육성하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콘트라 리턴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PVP가 매우 중시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루토 화영닌자 또한 실시간 동기식 PVP가 강점이었습니다만 콘트라 리턴은 단순 데스매치가 아닌 전략적인 3:3을 강조합니다. 좌우에서 각 팀의 멤버들이 스폰되어 가운데의 지점을 일정 시간 점령하면 승리하는 방식의 모드입니다.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팀웍과 지형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는 전략이 중요하죠. 일반적인 게임의 PVP 모드라기보다는 e스포츠를 노린 게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입니다.
콘트라 리턴의 이러한 게임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도탑전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한정된 캐릭터를 계속해서 높이 높이 쌓아 올리면서 성장을 느끼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라면 콘트라 리턴은 여러 캐릭터를 모아서 이들을 갖고 놀면서 각각 캐릭터가 주는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수집형 게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이라고 치기엔 매출 면에서나 그 콘텐츠의 차별성 면에서 캐릭터의 비중이 다소 낮습니다만, 그 차이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실시간 PVP라는 환경을 통해 증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e스포츠화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장기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KOF98UM이나 드래곤볼 용주격투의 경우는 아주 정석적인 도탑전기류의 BM과 게임 디자인을 답습합니다. 소탕을 자동화시켜준다거나 각성석 가챠로 상품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은 진행되었습니다만 깊은 수직 성장 때문에 수집에 의한 수평 성장에 제한되고, 신캐의 상품성이 떨어지며 장기 운영에서 불리해지는 본질적인 약점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화영닌자와 콘트라 리턴은 수직 성장을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도 수집을 강조해 장기적으로 신캐를 판매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왔습니다. 권황명운의 BM과 게임디자인 역시 이러한 화영닌자 – 콘트라 리턴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3. 캐릭터 단위로 키우고 계정 단위로 누적되는 독특한 성장 구조
일단 권황명운의 캐릭터의 기본 육성 화면은 화영닌자보다는 기존의 KOF98UM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각 캐릭터별로 능력치가 있고, 캐릭터별로 육성할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6개의 재료 슬롯이 있고 각각의 등급에서 특정한 재료를 일정 개수 이상 요구하며 이 조건을 모두 채우면 등급이 올라가며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 능력치가 적용되는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더해주는 보너스 능력치를 키우는 방식이거든요.
위 스크린숏에서 랄프의 스킬 공격력 1014, 방어 120, 공격 80, 생명 694 + 격투가 전력 10462라는 수치는 랄프라는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가 아니라 현재 랄프가 계정에 더해주는 능력치입니다. 랄프를 쓰든 안 쓰든 랄프는 계정에 저만큼의 수치를 더해주고, 등급을 올리면 보너스가 각기 1144, 139, 95, 809로 늘어납니다. 이렇게 현재 얻은 전투력이 40만이라면 오랫동안 키운 6성 SR 58레벨 랄프를 전투에 끌고 가든, 방금 얻은 전투력 100짜리 1성 R 유리를 전투에 끌고 가든 동일한 스펙을 적용받습니다.
권황명운은 화영닌자나 콘트라 리턴과 마찬가지로 희귀도를 엄격하게 나누는 게임입니다. R, SR, SSR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되고 희귀도를 올릴 방법은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 SSR과 SR은 해당 캐릭터의 성능을 갈라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희귀도가 높으면 동일 레벨 동일 등급에서 더 많은 능력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 상승을 위해선 희귀한 캐릭터가 많은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성능은 전체 전투력에 영향을 받을 뿐, 희귀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캐릭터라는 콘텐츠의 활용에서 3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지닙니다. 첫째로 조작에 의한 체험을 중시하는 액션 RPG라는 장르에서 희귀도와 조작 캐릭터의 선호도를 나눌 수 있습니다. 희귀도가 성능과 직접 연결된 화영닌자의 경우 록리의 전투 스킬을 좋아하지만 희귀도 때문에 성능이 낮아서 사용을 꺼린다거나, 마이트 가이의 조작은 싫어하지만 희귀도가 높아 성능이 좋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R이든 SSR이든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냥 쓰면 됩니다. 가챠 판매를 위해 희귀도를 쪼개면서도 이게 플레이를 제한하지 않아요.
둘째로 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 없이 곧바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캐릭터에 귀속되는 도탑전기는 얻은 신캐를 키워야만 전력으로 쓸 수 있지만 권황명운은 방금 얻은 무성장 1레벨 신캐를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차이가 게임 플레이 성향을 크게 좌우하는 액션 RPG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페널티 없음은 핵과금러가 아닌 일반 저과금 사용자들에게도 기간 한정 가챠를 팔 수 있게 해줍니다. KOF98UM같은 경우는 6성으로 키워야 쓸 수 있는데 획득하기도 어렵거니와 6성으로 키우기는 더 어려워서 핵과금자가 아닌 이상 루갈 같은 캐릭터는 거르거나 그냥 가지는 데만 의미를 부여했죠.
셋째는 캐릭터 추가로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영닌자 또한 성장이 계정에 귀속되기 때문에 얻은 캐릭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콘텐츠 소모도 극심했습니다. 하지만 권황명운은 새로 캐릭터를 얻으면 해당 캐릭터를 다시 흰색부터 녹색, 청색, 황색 등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기존 스테이지들을 재방문하며 구 스테이지에서 행동력을 소진하게 됩니다.
물론 신캐를 키우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키우면 전체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미 정체에 접어든 기존 캐릭터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전투력을 높이기 때문에 신캐를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희귀도가 높은 캐릭터를 얻으면 더더욱 그렇죠.
복수 캐릭터를 병렬로 키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대사군이라는 덱 시스템입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100%의 능력치를 계정 전투력에 더해주지만 대사군에 올라온 캐릭터들은 추가 반영률이 적용됩니다. 위 스크린숏의 경우는 대사군 레벨이 ‘관통II’라서 덱에 등록된 캐릭터는 100%가 아닌 155%를 더해주는 것이죠. 대사군 레벨은 이 보너스 율 외에 원호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와 원호 공격의 쿨타임도 줄여주기 때문에 성장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군 슬롯은 처음엔 잠겨 있다가 보유한 캐릭터의 개수와 전투력, 전체 등급 레벨의 합계 등에 의해 슬롯이 추가로 개방되며, 개방된 슬롯과 전투력, 레벨 등의 조건에 의해 대사군 레벨이 오르는 구성입니다. 사용할 캐릭터만 콕 집어 키워서 좋을 것도 없지만, 최고의 효율을 위해선 가능한 대사군을 꽉 채워서 병렬로 성장시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4. 캐릭터 귀속의 성급/스킬 성장
파밍 재료를 사용한 등급 성장은 계정 공통의 전투력으로 합산되지만, 캐릭터 귀속의 콘텐츠도 존재합니다. 바로 성급과 스킬 성장인데요, 기본적인 구성은 도탑전기류의 성급 성장과 동일합니다. 1성부터 6성까지가 있고 조각을 일정 개수 모으면 성급을 올릴 수 있으며 성급이 오를수록 조각 개수는 늘어납니다.
여기에 용주격투와 마찬가지로 각 성급의 단계를 10단계로 쪼개놓아서 한 번에 100~200개씩을 모았다가 한 번에 밀어 넣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밀어 넣으며 그 중간 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성급이 성장은 전투력 상승 외에 캐릭터에 귀속되는 성능에 영향을 줍니다. 캐릭터별로 몇 개의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이 있는데 이들은 성급에 의해 차례로 개방됩니다. 초필살기는 3성에서부터 쓸 수 있고 기 터트리기는 4성부터 가능한 형식이죠. 그리고 스킬이 개방되고 나면 골드 혹은 스킬책 아이템을 사용해 스킬의 성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해당 캐릭터에게만 적용됩니다만, 이러한 스킬 성장은 전투력으로 환산되어 계정 보너스로도 전이됩니다. 전투력이 보존되기 때문에 신캐를 무조건 키울 필요는 없지만 신캐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성급과 스킬 레벨을 올릴 필요는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의 종류에 관한 것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은 기본적으로 특정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면 해당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고, 또다시 그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서 성급을 성장시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구성은 가챠에 신캐를 추가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신캐 획득 난이도와 육성 난이도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신캐나 빨리 키우라고 해당 캐릭터 조각을 많이 주면 너무 저렴한 가격에 획득해버리고, 조각을 적게 주면 획득 후에 육성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또한 다른 캐릭터의 조각도 함께 획득되기 때문에 신캐 키우려고 가챠를 돌렸는데 오히려 기존 캐가 더 강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곤 하죠.
권황명운 오픈 초기의 스펙에선 캐릭터 조각이 존재하긴 했습니다만 조각 모음에 의한 캐릭터 획득을 차단했습니다. 위 스크린숏을 보시면 조각 위에 ‘승성’ 이라고 쓰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승성 조각은 오직 성급 성장에만 관여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획득하는 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인 가챠의 매력을 증대시키면서도 승성 조각의 공급을 통해 성급 성장의 난이도는 별개로 취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있었던 첫 번째 업데이트에선 캐릭터별 조각을 폐지하고 캐릭터들을 그룹으로 묶어 공통 조각 체계로 이행합니다. 위 스크린숏을 예로 들자면 베니마루, 마이, 고로, 킹, 레오나, 료, 아테나는 ‘SR열문’ 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SR열문’ 조각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수량이 적은 R과 SSR은 각기 단일 그룹으로 묶이고 SR만 열문, 경전, 지명 이렇게 3개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SR 등급 내의 3그룹은 서로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시인성이 굉장히 낮다는 결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
이러한 조각 그룹화는 조각 때문에 신캐를 얻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도탑전기의 핵심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해결해줍니다. 캐릭터 성급 성장이 6성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잉여 조각이 축적되고 신캐를 얻기만 하면 기존에 있던 동일 그룹의 조각으로 금방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잉여가 없어도 가챠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육성 난이도가 떨어집니다. 성급 성장에 필요한 조각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한 방향입니다만, 여기에 등급별·유형별 구분이 들어감으로써 조금 더 가챠 판매에 유리한 구성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각 입수 난이도 때문에 소수의 핵과금러들에게만 어필하던 SSR의 접근성을 크게 낮춰보다 많은 사용자에게 특정 SSR 캐릭터 한정 가챠를 판매하게 된 점이 아주 훌륭합니다. 오픈 초기엔 폭주 이오리 스페셜 가챠가 판매되었습니다만 이때 대다수 중과금 유저는 이를 스킵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운 좋아서 폭주 이오리를 3성이나 4성으로 얻는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는 조각을 끌어올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죠. 오직 나올 때까지 뽑는 핵과금러들의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SSR급의 조각을 공통화하면서 들어온 폭주 레오나 한정 가챠부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이 아닌 다음 SSR 스페셜 가챠에서도 조각을 얻어서 키울 수 있게 된 이상 이번의 기간 한정 스페셜 가챠를 스킵하기보다는 일단 2성이든 3성이든 캐릭터 하나는 뽑아서 손해 볼 것은 없어진 거죠. 물론 조각을 공통으로 쓸 수 있다고 해도 6성까지 키우려면 SSR 조각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스페셜 가챠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긴 합니다. 쓸 사람은 여전히 쓴다는 소리죠.
5. 수집을 통한 수평 성장을 강조하는 콘텐츠들
전통적인 도탑전기류 게임들보다 캐릭터를 수집하고 갖고 노는 재미에 조금 더 집중해있는 만큼, 복수 캐릭터 수집에 대한 콘텐츠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특정 캐릭터 조합을 보유할 때 보너스를 받는 건 KOF98UM때부터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었고, 용주격투에선 이를 획득 이후에도 육성으로까지 확장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진영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가졌습니다. 각 캐릭터를 ‘세계수호’ ‘무도연맹’ 극악군단’ ‘천국신족’이라는 4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해당 부류의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을 성장 콘텐츠로 삼습니다. 간단하게는 일정량의 스탯 보너스가 쌓이지만, 각 카테고리의 캐릭터 수집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각 카테고리에 대응하는 신기라는 성장 콘텐츠가 별도로 열리기도 합니다.
권황명운의 진영 시스템이 KOF98UM이나 용주격투의 유사 콘텐츠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특성은 이 콘텐츠가 일종의 업적과도 연관된다는 부분입니다. 한 카테고리의 캐릭터들을 다시 소그룹으로 나눈 뒤 해당 소그룹 멤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션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위 스크린숏의 경우는 극악군단 내에 있는 여왕대인 마이, 킹, 치즈루에 관한 업적입니다. 1:1 PVP 80회, 1코인 클리어 모드 100회, 3인 코옵 던전 50회 등의 업적이 제시되고 이를 여왕대 캐릭터로 달성할 경우 지정된 스탯 보너스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적 달성에 따라 추가적인 스탯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한편 플레이 콘텐츠로는 순회도전이 횡적 성장을 유도합니다. 순회도전은 각기 3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5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스테이지를 해당 스테이지의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할 경우 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캐릭터 외의 캐릭터로 클리어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별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별 하나하나는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각 지역 단위로 해당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별을 모두 다 얻으면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데 그 양은 3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것과 유사한 양입니다. 즉, 모든 스테이지를 추천 캐릭터로 클리어하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숏의 스테이지는 일본대 캐릭터인 쿄, 고로, 베니마루가 추천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추천 캐릭터 중 일부가 없을 경우엔 소량의 다이아를 내고 대여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대여한 캐릭터는 순회도전 콘텐츠 내에서 그날 하루 동안 사망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이미 있으면 대여비를 아낄 수 있고, 캐릭터가 없어도 적은 돈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순회도전 콘텐츠는 세부 디자인은 굉장히 나쁩니다. 지역 단위로 별 보상을 받는다지만 스테이지는 3개인데 보상 기준은 별 4입니다. 별 1개는 이전 지역을 모두 별로 클리어했을 때 다음 지역으로 넘어오는 구성이라 중간에 단 한 번만 별 획득에 실패해도 전체 보상량이 팍 줄어듭니다. 특히 초반 지역에서 별을 놓치면 그날 하루 농사를 통으로 망치죠.
스테이지 개별 클리어 방식도 굉장히 해괴합니다.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면 새 캐릭터로 교대하면서 타이머가 1분으로 리셋되지만 타임 오버가 되면 플레이어 캐릭터 HP만 유지되고 스테이지가 리셋됩니다. 대다수 경우 죽어서 끝나기보단 시간 내에 딜을 다 넣지 못해 타임 오버로 끝나기 때문에 여러 번 트라이 하면서 계속해서 타임 오버를 경험하다가 결국은 적당히 팬 후에 죽어서 바톤 터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요.
굉장히 불쾌한 디자인인데 고쳐질 기미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도록 유도하고 또 여러 캐릭터를 직접 사용하게 한다는 큰 틀에선 굉장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6. 체험을 통한 수집 욕구 자극
하지만 이렇게 개별 캐릭터의 수직 성장 난이도를 낮추고 수평 성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콘텐츠가 존재하긴 하지만 권황명운이 본질적으로 수평 성장에 기반 둔 게임은 아닙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처럼 뚜렷한 속성 메타나 직업 메타 등이 기반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보유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죠.
순회도전가 유사하게 캐릭터 수집에 대한 보너스를 주지만 부수 콘텐츠로 그 효용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진영 콘텐츠 또한 수직 성장의 일부로만 동작할 뿐 그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여러 캐릭터가 있고 이를 팔아야 하지만 단순히 없는 캐릭터니까 갖고 싶다는 사용자의 1차적인 욕구 외엔 캐릭터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대신 권황명운은 플레이어가 각종 캐릭터를 직접 만져볼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입니다.
이전에 일본 게임의 이벤트는 외전 스토리 중심, 중국 게임의 이벤트는 추가 미션 중심이며 외전 스토리에 특수한 플레이 콘텐츠를 덧붙인 영원한 7일의 도시가 굉장히 특이한 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또한 영원한 7일의 도시와 유사하게 단편 단편적인 플레이 콘텐츠를 이벤트로 공급합니다.
이 중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이벤트가 자주 보입니다. 위는 용호의 권 이벤트 예시인데 유리, 료, 타쿠마, 킹 등 용호의 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진행하는 이벤트 스테이지입니다. 해당 캐릭터가 없더라도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1:1 PVP에서도 없는 캐릭터를 무료로 빌려 쓸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캐릭터를 적으로뿐 아니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져보도록 유도합니다. 1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모험 스테이지에서도 특정 캐릭터를 빌려주면서 해당 캐릭터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며 조금 전에 언급한 순회 도전에서도 약간의 다이아를 내면 없는 캐릭터를 빌려 쓸 수 있게 했지요.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직접 사용해도록 하는 것은 구매 욕구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자극할 방법입니다. 권황명운은 특히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액션 RPG이기 때문에 캐릭터로 인핸 게임 플레이의 변화를 더 직접적·효과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7. 행동력에 대한 강한 통제
이런 여러 요소로 캐릭터 수집을 자극합니다만, 이 중 성장체계의 변화가 도탑전기류 BM의 근간을 위협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조각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몰아줄 수 있으니 가챠보다 정예 던전 파밍이 더 유리해지기 쉽고, 드랍을 통한 성장이 모두 계정으로 귀속되니 행동력을 왕창 사서 잡캐들을 키우는 것이 갸차보다 더 유리해지기 쉬운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보상 밸런스에서 만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정예던전이 아닌 일부 던전에서만 조각이 나오게 하고 다른 정예 던전에선 등급 성장에 필요한 희귀 재료가 드랍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율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구조적으로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권황명운은 이를 행동력의 구매에 강한 제약을 걸어 행동력에 대한 착취(Exploit)를 차단합니다. 기타 도탑전기류 게임들은 횟수가 올라갈수록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질지언정 굉장히 여러 번 행동력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권황명운은 딱 세 번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못 박아둔 것이죠. 당연히 누진제가 걸려 있습니다만 90% 할인 – 70% 할인 – 20% 할인이라는 형식으로 포장합니다.
이렇게 구매 제한을 걸어두니 가치가 올라간 행동력은 유료 상품과 연계됩니다. 위 스크린숏은 주정액 월정액 카드인데요, 기존의 젬만 주던 정액제 서비스와 달리 성장 재료와 행동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소소하게 잔돈을 받는 서비스가 좋아서 가성비가 좋은 것이 도탑전기류 게임의 월정액 패키지입니다만, 권황명운의 경우 행동력까지 걸려있어 월정액 패키지는 거의 무조건 사야 하는 상품으로 포지셔닝 됩니다.
월정액 패키지와 행둥력 충전 이외에도 행동력을 추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대부분 다이아가 아닌 현금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위 스크린숏처럼 최소 170원 최대 2000원 정도의 저렴한 상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어쨌든 행동력을 사서 이득을 보려면 게임 내에서 공짜로 얻는 무료 다이아 대신 현금을 내라는 것이죠.
8. 유상 다이아와 무상 다이아의 엄격한 구분
다른 한편으론 유상 다이와와 무상 다이아를 엄격하게 구분 짓는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위 그림에서 녹색으로 테두리 친, 자물쇠가 표시된 것이 무상 다이아이며 자물쇠가 없는 다이아는 유상 다이아입니다. 유상 다이아는 구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게임 내에서 지급되는 보상들은 대게 무상 다이아입니다. 또한 구매하는 상품이라도 위의 주정액 월정액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지급함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라거나 가챠 구입 등 게임 내 대다수 상품은 무상 다이아를 기본 화폐로 사용합니다. 만일 무상 다이아가 부족할 경우엔 자동으로 유상 다이아에서 부족분을 끌어쓰는 구조로 되어 있죠. 하지만 위 스크린숏과 같이 일부 상품은 유상 다이아 만을 받습니다. 이런 경우엔 무상 다이아가 유상 다이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무상 다이아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의 존재가 무과금 사용자에 대한 가혹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실제 상품의 구성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력 구매, 가챠 구입, 일일 경험치/골드/강화석 던전 플레이 스킵, 길드 미션 즉시 완료 등 게임과 관련된 대다수 핵심 콘텐츠들은 무상 다이아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상 다이아만을 받는 상품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아까의 기간 한정 SSR 스페셜 가챠처럼 애초에 무과금으로는 덤비기 힘든 콘텐츠나 위 스크린숏의 캐릭터 스킨과 같은 장식 요소 정도가 유상 다이아 전용입니다.
예외적으로 매일 공짜로 제공되는 분량 이상으로 레이드를 플레이할 수 잇게 해주는 레이드 티켓은 유상젬을 받습니다. 이 티켓은 난도가 올라갈수록(보상이 좋아질수록) 소모량이 커지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보상량이 증가하는 구조에서 상위 사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너무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스노볼링을 제한합니다.
9. 맞춤형 패키지 상품
현금 패키지 상품을 다루는 방법 또한 남다릅니다. 게임을 처음 깐 순간부터 수십 가지 패키지를 사라고 광고하는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과 일본에선 패키지 상품의 비중이 낮습니다. 사실 패키지를 중시하는 한국식 BM은 부분 유료화와 가격 차별화의 관점에선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입니다.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할인 상품으로 가격을 낮추더라도 그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 가격 X 수요 = 매출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판매 방식입니다. 하지만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액 패키지는 사실 이미 가격에 덜 민감한 중/고 과금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안겨주기 때문에 매출 시책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고액 패키지의 할인율이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고과금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재화를 획득해 유저간 양극화를 더 부추겨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고과금자의 공략엔 다이아로 구매하는 가챠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패키지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낮은 가격에 구성이 알찬 상품을 구성해 많은 사용자에게 넓고 얇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기 때문에 저과금자는 물론 이제까지 과금하지 않은 무과금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그 결과 줄어든 가격보다 수요가 커져 할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구매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일수록 할인 효과가 줄어드는 가격 극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특판 상품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특판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는 식의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월 1회 미만으로, 부정기적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 게임의 패키지들은 대부분 패키지 상품이라기보다는 이벤트 상품의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권황명운의 경우 이런 일반적인 중국 게임의 이벤트 상품 외에도 1~5만 원 상당의 중가형 패키지를 운영합니다. 단 한국 게임처럼 패키지 판다고 화면 덮어놓고 쥐똥만 한 X 버튼 이외의 곳을 누르면 강제로 납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화면 구석에 비정기적으로 ‘행운상품’ 같은 형식으로 부정기적으로 출현하도록 합니다. 쿠폰 모으기나 핫딜처럼 꼼꼼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더 나은 상품을 ‘사냥’하는 게임을 재미를 주면서도 할인 판매의 대상을 제한하는 테크닉이죠.
이러한 ‘행운상품’은 높은 할인 폭, 구매 횟수 제한, 시간 한정 판매 등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도입되어 있습니다만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포인트는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핀포인트로 상품을 구성해주는 맞춤형 패키지입니다.
위 스크린숏에서는 사카자키 료 6성 패키지를 328위안에 판매하는데 5성 료를 6성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료 조각(이 패키지를 찍을 당시엔 캐릭터별 조각이 유지될 때였습니다), 일부 스킬 성장에 필요한 스킬책, 레벨업 용 경험치 등을 줍니다. 이 상품은 이전까진 보이지 않다가 료를 5성으로 끌어올리자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4성 료를 획득했을 때도 유사한 료 5성 패키지가 공급되었죠.
오렌지+1등급에서 정체된 캐릭터가 있을 땐 일반적으로 정체되기 마련인 오렌지+2등급 업 패키지가 나타나는 등 아주 지능적으로 살만한 상품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한국 게임에서 패키지 광고를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죠.
10. 다소 아쉬운 밸런싱과 부족한 콘텐츠에 발목 잡히다
게임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고 메타 게임에서도 도탑전기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캐릭터를 꾸준히 판매할, 참신한 디자인을 채택한 갓갓갓게임의 스멜이 납니다만 아쉽게도 게임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텐센트에서 출시한 도탑전기류 게임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그래도 블소 모바일보단 느렸지만) 빨리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가챠 갱신이 없을 땐 50위권 정도로 주저앉아있지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각 수집에 대한 성급 성장이 너무 쉽다는 문제입니다. 공용 조각으로 전환되기 전의 오픈 스펙에선 4→5성에 조각 100개가 할당되었고 3개 콘텐츠(기스탑, 순회전투, 길드)에 대해선 각기 1종씩의 캐릭터의 조각을 하루 10개 정도 얻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고과금자는 돈을 펑펑 써서 가챠로 앞서나가고, 중과금자 이하는 몇 달을 들여야 6성을 볼 수 있지만 3마리 정도는 일간 콘텐츠만 성실히 플레이하면 끌고 올라갈 수 있는, 도탑전기의 표준적인 디자인과 밸런싱이었죠.
하지만 첫 업데이트에서 조각을 공통으로 쓰게 하면서 이 경제 밸런싱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캐릭터에 사용할 조각을 입수하는 난이도가 떨어지고 수급량은 사실상 몇 배로 늘었는데, 조각의 소모량은 이전 기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죠.
드래곤볼 용주격투도 시작하자마자 VIP 12레벨을 찍었습니다만 6성 캐릭터를 보는 데엔 몇 달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 달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 대사군에 있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6성을 이미 달성했으며 그 뒤에도 조각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조각을 수급하기 위해 가챠를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등급 구분 없이 조각을 모든 캐릭터에 사용할 수 있는 영원한 7일의 도시에서 6개월간 수백만 원을 쏟아부어 현존하는 가챠 캐릭터가 모두 있음에도 조각이 부족해 2군급 캐릭터 육성에 허덕이는 상황과 비교하자면 조각 소모량에 대한 밸런싱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콘텐츠의 분량입니다. 저에게 조각이 남아도는 이유는 조각을 대사군(덱)에 올린 캐릭터에 집중해서 사용했기 때문이고, 아직 성급을 올리지 않은 캐릭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펙이 부족해 깨지 못하는 콘텐츠가 제 도전 의욕을 돋운다면 나머지 캐릭터도 성급을 올리고 모자라는 조각을 가챠로 수급해 스펙을 올려보겠습니다만, 콘텐츠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한 달 정도 플레이했더니 59레벨이 되었는데 이미 현존하는 콘텐츠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7월에 신규 스테이지가 추가되고 레벨 상한이 뚫렸습니다만 이 역시 1주 만에 정복되었습니다.
이는 나루토나 용주격투, 콘트라 리턴에서도 서버 내 30등 언저리의 과금러였지만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제가 깨지 못한 콘텐츠가 남아있었고 이를 깨고 올라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권황명운은 단 한 달 만에 모든 콘텐츠가 소진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권장/최소 전투력에 발목이 붙잡혀 파밍에 시간을 쓰는 일이 제법 있었는데 권황명운에선 계속해서 레벨 제한에 걸려 멈출 뿐 스펙에 발목을 잡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59레벨까지 깨고 나니 더 이상의 스테이지가 없는 상황을 맞이한 거죠. 모든 캐릭터의 성장이 누적으로 더해지는 구성에서 전투력이 더 쉽고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동력을 소탕으로 바로 태워버릴 수 있어 실질적으론 하루 3분 정도밖에 플레이하지 못하는 모험 스테이지를 메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요? 플레이 타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애매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투력을 꾸준히 올려나가는 것이 핵심 재미인 게임에서 모험 스테이지는 요구 전투력을 가장 촘촘하게 쪼개놓아서 그 성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선 메인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권황명운은 이 관점에서 메인 콘텐츠가 너무 빨리 소진되었습니다.
캐릭터 콘텐츠의 추가 템포도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신캐를 팔기 좋은 구조이고 생산성이 높은 2D라고는 합니다만, 캐릭터 수가 정해진 IP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과연 얼마나 자주 많이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듭니다. 당장 가장 큰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SSR 한정 가챠만 하더라도 2개월 동안 폭주 이오리와 폭주 레오나, 루갈, 기스를 모두 한 번씩 돌리더니 벌써 다시 폭주 이오리의 텀이 돌아왔습니다.
한정 판매가 이렇게 자주 복각되면 한정이 주는 매출 증진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저 SSR 캐릭터들을 일반 가챠에 혼입시켜 SSR의 종류를 늘리고 원하는 SSR을 뽑기 힘들게 만드는 쪽이 더 매출엔 도움 될 겁니다.
SR 신캐를 한정 가챠로만 돌리는 점도 매출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가챠 가격이 일반 가챠 대비 50% 비싸고 10회가 아닌 15회에 캐릭터를 보장하는 특별 가챠로 신캐를 파는 것은 나루토 화영닌자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캐릭터별 조각을 소모하는 나루토 화영닌자와 달리 권황명운은 공용 조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캐를 1회 획득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출 한계선이 되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조각 수급이 힘드니 일단 한시 가챠가 올라오면 최대한 뽑고 봐야 하는 나루토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죠. 게다가 고등급 신캐 외에 구캐도 섞인 나루토와 달리 권황명운은 캐릭터가 신캐 1개로 고정되어 있어 신캐 1종 획득에 드는 비용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11. 어쨌든 참고할만한 실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후 그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권황명운도 굉장히 실험적인 면이 많은 게임입니다. 도탑전기류 게임이 기본적으로 갖는 약점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해낸 화영닌자가 있음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수집형 도탑전기라는 새로운 틀을 개척하려 시도하고 재화의 종류를 달리해가며 유료화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던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싱과 상품 구성의 디테일에서 저지른 실수는 어쩌면 텐센트 자체 제작이 아닌 데서 오는 노하우 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씨가 만들었던 블소 모바일도 도탑전기류 게임의 일반적인 시스템은 다 잘 갖춰 5위로 차트에 진입하고도 게임 시작하자마자 부딪히는 스펙 장벽, 그에 비해 너무 느린 성장 속도 등 콘텐츠의 밸런스를 한국 기준으로 잡는 바람에 개복치 멘탈의 중화 유저들에게 불쾌감만 선사하고 광속으로 차트에서 이탈해버린 사례가 있지요.
게임 디자이너 입장에선 권황명운의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이 실패 사례들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게임은 재미있고, 디자이너로서 고민해야 할 것도 많은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원문: 잡상그룹부설게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