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KOF가 또다시 돌아오다
얼마 전 일-중 수집형 RPG의 캐릭터 판매를 둘러싼 BM과 게임 디자인 비교 1편과 2편을 통해 중국의 수집형 RPG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1편에선 도탑전기류 게임이 갖는 장단점, 2편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실험들을 소개했죠.
해당 포스트를 쓴 결정적 계기였던 영원한 7일의 도시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되기도 했고 포스트를 쓰는 과정이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쉬고 싶었으나, 최근 또다시 흥미로운 게임이 출시되어 소개합니다. 텐센트의 KOF 데스티니 拳皇命运(이하 권황명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도탑전기 위에 벨트스크롤 액션을 올린 게임입니다만 게임플레이 디자인뿐 아니라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에서도 화영닌자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 글에선 먼저 게임 플레이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고, BM과 메타 게임 디자인은 2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모드별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로 올려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1.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돌아온 KOF
원래 1:1 격투 게임인데도 벨트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된 것은 벨트스크롤이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존 KOF의 대전 격투 형식에선 상대 캐릭터를 갈아치우는 것 외엔 플레이 경험에 다변화를 줄 방법이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운영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에선 굉장히 치명적이죠.
반면 벨트스크롤 형식은 콘텐츠를 구성할 폭이 넓어집니다. PVE만 하더라도 일반 RPG와 마찬가지로 몹의 구성과 배치 등을 통해 다양한 스테이지를 구성할 수 있고, 벨트스크롤이라도 1:1 구성을 취하면 대전 격투와 마찬가지의 1:1 전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도 일반 벨트스크롤 스테이지와 1:1 형식을 섞어가며 스테이지들을 구성하지요.
이런 콘텐츠의 유연성은 이 게임의 백미인 멀티 플레이 콘텐츠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기존 KOF의 1:1 전투로는 1명이 1캐릭을 맡아 질 때 마다 교대하는 5판 3승제나 라운드별로 1명씩 참여하는 3판 2승 외의 콘텐츠를 꾸릴 수 없습니다. 자기 턴 아니면 손가락 빠는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벨트스크롤 형식에선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코옵, 레이드, 양 팀이 동시에 부딪혀 싸우는 팀 대항 PVP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2. 기본 전투 조작
기본적으로는 2년 전의 나루토 화영닌자와 유사합니다만 KOF IP에 기인한 기믹이 몇 가지 추가되어있습니다. 일단 3인 1조라는 KOF의 특성을 이어받아 기본적으로 각 세션은 2~3명의 캐릭터로 팀을 짜 플레이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험 스테이지는 아래 스크린숏에서 보는 것과 같습니다.
교대해가며 조작할 수 있는 2명의 조작 캐릭터와 소환수처럼 호출하면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다시 돌아가는 원호 공격 캐릭터 1명으로 구성됩니다. 모드에 따라선 원호 공격 캐릭터 없이 조작 캐릭터만 3명 투입되기도 하고, 캐릭터를 자유롭게 교대할 수 없고 조작 캐릭터가 죽어야만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는 모드도 있습니다.
전투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출/회피’에 관한 것입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초필살기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스킬을 맞추면 ‘기’가 1개 쌓이고, 탈출은 기를 1개 소모합니다. 그리고 기는 최대 4칸까지 쌓이고 초필살기는 4개의 기를 모두 소모합니다. 상당히 직관적인 규칙이긴 합니다만, 이 규칙이 PVP에서의 공방을 상당히 제한했습니다.
일단 스킬을 맞춰야만 기가 쌓인다는 점이 극단적으로 공격자를 유리하게 합니다. 스킬 콤보를 때리는 쪽은 기를 계속 쭉쭉 채우는 반면 정작 얻어맞는 쪽은 기를 채울 수 없어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게 되지요. 맞는 쪽이 탈출을 써서 반격에 나서려고 하면 상대도 탈출해서 역공이 들어오는데 이땐 쿨타임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아야 합니다.
기를 모두 소모하는 초필살기 역시 상대가 탈출해버리면 역습을 그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투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탈출과 초필살기를 쓰지 않는 것이 유리한, 역설적인 상황이 옵니다.
권황명운은 회피/탈출 시스템을 가다듬어 위 문제를 해결합니다. 일단 초필살기는 기를 사용하고 탈출/회피는 전용의 회피 게이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초필살기와 회피 사용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회피 게이지는 스킬을 맞추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차오르게 해 방어자의 탈출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얻어맞는 상황에서의 ‘탈출’은 게이지 2칸을, 아직 맞지 않는 상황에서의 무적 이동 수단인 ‘회피’는 게이지 1칸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탈출/회피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게이지를 적게 쓰는 ‘회피’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루토 화영닌자에선 탈출과 관련해서 탈출 가능/불가(탈출 쿨타임이 안 끝났거나 기가 없어서 탈출할 수 없음) 2가지의 상황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상황의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을 때만 승부를 걸었고 탈출 게이지를 토하게 만드는 수싸움이 PVP의 핵심이었죠.
하지만 권황명운은 회피/탈출에 대해 보다 다양한 상황과 선택지를 부여합니다. 전반적으로는 화영닌자가 보여줬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KOF의 색채를 더했고, 여기에 PVP 플레이의 다변성을 제한했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더 재미있는 벨트스크롤 전투가 완성되었습니다.
3. 기본 모험 스테이지
기본적인 콘텐츠 구조는 도탑전기류의 구성을 그대로 따릅니다. 모험 모드는 일반 스테이지와 하드 스테이지로 나뉘고, 각 스테이지에선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재료가 드랍됩니다. 스테이지에 참여한 캐릭터에게 별도의 경험치를 주진 않고(예외적으로 해당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땐 경험치를 줍니다) 원하는 캐릭터에게 쓸 수 있는 경험치 재료를 준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필요한 재료를 탭하면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의 목록이 나타나며 KOF98UM처럼 해당 재료가 나오는 스테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저 화면에서 그대로 소탕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개 남았는지 계산할 필요 없이 50회 소탕(때로는 10회/30회 소탕) 버튼을 누르면 수량이 채워지거나 행동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자동으로 돌다가 알아서 멈춰줍니다.
4. 다양한 형식의 스테이지 구성
장르 고전인 더블드래곤이나 파이널파이트에서의 바닥에 떨어진 물건 주워 던지기가 아주 대표적인 기믹이 될 겁니다. 벨트스크롤 게임에선 이 주워 던지기가 게임의 기본 액션으로 콘텐츠 전반에 깔렸지만 권황명운은 이 기믹을 일부 스테이지에만 적용하되, 해당 기믹을 그 스테이지의 핵심 콘텐츠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위 영상 1분 5초부터 시작되는 스테이지는 아테나를 지키는 디펜스 모드로 구성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얼음 폭탄으로 멈추는 플레이를 강조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것에는 소탕이 전제된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소탕을 제한하거나 비싸게 팔아서 유저의 물리적인 시간을 소진시키는 것을 과금의 전제로 삼는 게임에선 콘텐츠의 보상을 책정할 때 플레이 타임 또한 비용으로 계산에 잡아야 합니다.
난이도 대비 적절하다고 해도 시간이 턱없이 짧은 스테이지가 있다면 해당 스테이지가 Exploit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애초에 모든 스테이지가 1회 클리어 후 소탕된다고 하면 Exploit 걱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5. 다양한 부속 콘텐츠
계속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스테이지들을 깨고 올라가는 시험의 탑 콘텐츠인 ‘기스탑’ 또한 정석 그대로를 따릅니다. 매일 이전에 깼던 층까지는 다시 깨지 않아도 매일 자동으로 보상을 받는 점은 동일합니다만, 이전과 달리 보상을 수거하는데 걸리는 시간 없이 보상이 바로 들어옵니다. 단 181~190층까지는 오토로 깨지 못하고 190층을 다 깨면 추가 보상을 줌으로써 콘텐츠를 소진한 상위 유저도 계속해서 시험의 탑에 도전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 이어 할 수는 없어요. 매주 획득한 점수로 고정 누적 보상이 있는데 9스테이지 올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선 이틀이면 달성할 수 있어 매일 플레이해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각 참가자가 그 주에 기록한 베스트 기록으로 랭킹을 매겨 추가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원한다면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낼 공략이 필요합니다.
6. PVE 멀티 콘텐츠
성적에 따른 보상 차등이 없기 때문에 오토를 걸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2인 코옵은 하루 3회밖에 플레이할 수 없는 대신 친구와 수동 파티를 맺거나 소량의 다이아를 내면 2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친구 수동파티의 경우엔 총 3배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하루 3판 플레이할 수 있지만 원한다면 티켓을 구입해 추가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티켓 1장의 가격은 고정이지만 난도가 올라갈수록 1판에 소모되는 티켓 수가 늘어납니다. 고난도에서 좋은 보상이 나오기 때문에 고스펙 사용자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 3인 코옵 던전에서 많은 보상을 긁어가는 것을 통제합니다.
이 두 가지 멀티플레이 PVE모드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친구를 초대해 수동 파티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빠른 실행’을 누르면 자동으로 파티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빠른 실행은 대기 방에 입장한 뒤에 시작하는 절차 없이 매칭 후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데 매칭이 굉장히 빠릅니다. 2인 코옵은 빠른 시작을 누르자마자 게임이 시작되고 3인 코옵은 15초 안에 무조건 파티가 맺어집니다. 봇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멀티 플레이어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함께 플레이할 다른 유저와 파티를 맺지 못하면 해당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매칭 문제는 동시접속자 수와 연관됩니다만, 수직 성장과 콘텐츠의 난이도 분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직 성장이 깊은 게임이 이 수직 성장 정도에 따라 여러 난이도로 콘텐츠를 쪼갤수록 각각의 난이도를 함께 플레이할 사용자의 수는 줄어들죠. 특히 운영한 지 시간이 지나 유저들의 스펙이 올라간 상태에선 신규 유저가 복귀 유저가 들어와도 함께 할 인원이 없어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봇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 문제를 일부 해소할 방법은 있습니다. 코옵 플레이를 할 시간대를 좁혀 밀도를 높이거나, 난이도에 따른 콘텐츠를 줄여 같이 플레이할 유저의 수를 늘리거나, 초반부는 1인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등이죠.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은 유저를 불편하게 하거나, 성장해서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수직 성장의 재미를 일부 해치거나, 여럿이 협력하는 모드가 핵심 재미인 콘텐츠에서 협력하는 재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수반됩니다. 영원한 7일의 도시와 권황명운은 봇을 사용함으로써 수직 성장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멀티플레이어에서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회피합니다.
7. PVP 멀티 콘텐츠
100등이 90등에 도전해서 이기면 90등이 되고 91등부터 99등까지는 한 칸씩 내려가는 식이죠. 하루에 5번 플레이할 수 있고 다이아를 내면 추가 플레이가 가능하며 매일 오후 9시의 순위를 기준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합니다.
비동기 대전은 상하 폭이 좁아 1:1 대결에 최적화된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며 오리지널 KOF와 마찬가지로 3인 파티 중 한 명씩이 차례로 나와 싸우다 체력이 다하면 다음 캐릭터로 넘어가고 3명 모두를 쓰러트리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다만 위 영상 50초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 명을 쓰러트린 뒤 라운드를 종료하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5판 3승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캐릭터가 교대되며 타임아웃이 발생하면 무조건 도전자의 패배로 처리됩니다.
이러한 비동기 PVP는 동기식 PVP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도 플레이어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동기식 PVP는 필연적으로 1명의 승자와 1명의 패자를 발생시킵니다. 그 치열한 대결이 게임의 재미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치열하게 싸워 이기는 경험을 좋아하는 것이지 누구도 패배를 달가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동기 PVP는 랭킹 표에서 전력을 보고 내가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합니다. 못 이길만한 상대는 피하고 이길만한 상대를 골라 도전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체로 이기는 경험만 합니다. 하지만 비동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선 져서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여전히 경쟁은 발생합니다. 게다가 스펙을 높여 더 높은 순위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순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험은 도탑전기류 게임이 추구하는 끊임없는 성장과도 아주 잘 부합합니다.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비동기 PVP의 장점입니다. 게다가 수직 성장이 있는 게임의 동기식 PVP는 시스템적으로 대등하게 싸울만한 상대를 안정적으로 매칭시켜주기가 힘듭니다. 최상위의 핵과금 열성 사용자들이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다른 최상위와 대결을 펼치겠지만 그 아래에선 기본적으로 스펙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와 매칭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 뉴비들은 대결의 재미보다는 학살당하는 불쾌함만을 느낄 확률이 큽니다. 반면 비동기 PVP는 싸울 상대가 떨어질 우려가 없습니다. 접속해있든 접속해있지 않든, 심지어 이미 게임을 접은 지 1년이 지난 상대라도 기록이 남아서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어주죠.
이 동기식 PVP는 화영닌자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레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일정 구간까진 플레이어 스킬이나 스펙 둘 중 하나만으로도 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상위로 가기 위해선 둘 다 갖춰야 하는 것이죠. 월 단위로 레더 순위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고 리셋됩니다.
이미 모바일 MOBA 게임인 왕자영요를 e스포츠에 안착시킨 텐센트는 콘트라 리턴에서도 이 e스포츠로 연계할 수 있는, 더 전략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3:3 PVP를 콘트라 리턴의 킬러 콘텐츠로 탑재한 바 있습니다. 권황명운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에서 독특한 3:3 PVP를 탑재했지요. 일단 아래 영상을 보시죠.
특기할만한 점은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고 그 캐릭터들로 PVP를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PVP의 성능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BM과 게임디자인 편에서 따로 설명하겠습니다만, PVP에서 캐릭터의 성능은 개별 캐릭터의 육성이 아닌 플레이어가 그동안 키워온 캐릭터 전체의 성장 합계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전까지 쌓아둔 전투력이 40만이라면 게임 처음부터 키워온 SSR 6성 오렌지+4등급의 폭주 이오리로 플레이하건 방금 얻은 R 4성 녹색+1등급 야부키 신고로 플레이하건 동일하게 전투력 40만을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개별 캐릭터의 등급이나 성급, 육성 정도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쓰고 싶은 캐릭터로 PVP를 플레이하면 됩니다.
PVP 플레이를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특징입니다. PV, 특히 동기식 PVP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꺼리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PVP를 일퀘에 밀어 넣어 하기 싫어도 보상을 위해 플레이어가 억지로 몇 판은 PVP를 하도록 (그리고 강자들에게 썰리도록) 강요합니다. 의지의 마조히스트 전투민족 코리안에겐 이런 협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개복치 멘탈의 중화인들에겐 씨알도 안 먹힐 소리죠.
비동기 PVP, 1:1 PVP, 3:3 PVP 셋 다 플레이하면 보상을 받는 일퀘가 걸려있긴 합니다만 캐주얼한 비동기 PVP의 일퀘만 일퀘 올 클리어 미션에 묶여있습니다. 1:1과 3:3은 플레이하면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8. 길드 콘텐츠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어둠으로써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이 바닥의 상식입니다. 권황명운 역시 길드 출석, 길드 미션 등과 같은 길드 콘텐츠를 충실하게 갖추었습니다. 화면 하단의 6단 보상은 일간 길드 활동 보상입니다. 플레이어가 길드와 관련된 행위를 하면 점수가 쌓이고 점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길드라고 하면 리니지 혈맹처럼 공격적으로 경쟁하는 콘텐츠를 중시합니다만, 소소하게 제 할 일하면서 보상받는 초식형 길드도 사용자를 게임에 잡아두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길드 경쟁은 소수 엘리트 길드의 전유물임을 생각해보면 초식형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초식형 콘텐츠도 있지만 경쟁형 콘텐츠도 존재합니다. 길드 노력전은 길드전을 통해 각 서버당 존재하는 세 개의 거점을 점령하는 콘텐츠입니다. 한 길드는 1개의 거점만을 가질 수 있고, 해당 거점으로부터 매일 소량의 자원을 공급받습니다. 거점마다 정해진 요일일 정해진 시간에 길드전이 열려 거점의 주인을 가립니다.
거점을 현재 가진 수비 길드는 단일팀이지만 공격팀은 복수 길드로 구성됩니다. 공격팀 수비팀은 별도의 파티 없이 개개인이 매치 메이킹을 시도하면 1:1, 3:3, 1:3 모드 중 랜덤한 모드를 고르고 파티를 구성해줍니다.
1:3 모드에선 수비팀이 1명 공격팀이 3명으로 구성되는데 수비팀에는 데미지를 받아도 경직되지 않는 슈퍼아머가 적용되기 때문에 1:3으로도 밸런스가 대충 맞습니다. 개별 승패보다는 매 판 공격팀/수비팀의 플레이어들이 얻은 점수의 합으로 공격 성공/방어 성공을 가리는데, 사람이 부족하면 봇이 매칭되기도 합니다.
길드 노력전과 길드 토너먼트 둘 다 길드 기반의 PVP 콘텐츠입니다만 각 길드에서 선별한 소수의 최정예 멤버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길드원이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습니다. 만일 어느 한 길드의 인원이 부족해 매치메이킹이 힘들 경우는 봇을 투입해 많은 인원이 참가한 길드가 상대가 부족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아무래도 봇이 약하기 때문에 다소 전력이 약한 길드원이라도 일단 참여하는 것이 길드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별도의 파티 매칭 씬 없이 그냥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매치메이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 구성 등에서 오는 불필요한 불편이나 문제도 없습니다.
9. 화영닌자를 넘어서 – 청출어람 이청어람
사실 이미 작년엔 화영닌자의 시스템에 에반게리온 IP를 끼얹은 에반게리온 파효가 출시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화영닌자의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스킨만 에반게리온의 요소들로 갈아치웠던 파효와 달리 권황명운은 화영닌자의 이식에 그치지 않고 화영닌자를 베이스로 한 KOF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장기 운영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콘텐츠 생산에 유리한 벨트스크롤을 채택하긴 했으나 기 폭발, 구르기, 원호 공격 등 KOF의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해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벨트스크롤 KOF를 만들어낸 것이죠. 특히 개선된 탈출/회피 시스템은 KOF의 구르기 공방을 연상시키면서도 화영닌자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투를 연출해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협동 PVE, PVP 모드, 길드 콘텐츠 등이 추가되면서 권황명운은 화영닌자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화영닌자도 출시된 지 이미 2년이나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권황명운은 상당히 잘 만든 게임입니다. KOF 스킨을 씌운 화영닌자도 아니고, 그럭저럭할만한 IP 게임도 아닙니다. 정말 제대로 잘 만든 모바일 게임입니다. 기본 시스템 외에 BM과 메타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화영닌자보다 상당히 발전된 면을 다수 보입니다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2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원문: 잡상그룹부설게임연구소
※ 「~KOF 데스티니 권황명운~ ② 도탑전기에 수집을 강화한 BM과 게임 디자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