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단 하나만 즐길 수 있다면 1」에서 이어집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전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숙제는 하셨나요? 아직 이전 글을 읽으시지 않으셨다면 이전 글을 읽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여기는 심화 과정이라 기초반을 수강하지 않으시는 분은 쫓아오는 데 어려움을 느끼실 거 거든요. 하지만 숙제는 당연히 안 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아직도 배치고사에서 브론즈에 있는 거니까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지요.
이전 글에서 보았다시피 슬롯머신을 만드는 회사는 몇 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있던 소규모 회사는 보통 큰 회사에 합병이 되었죠. 그래서 스킨 혹은 몇 개 기능만 추가해서 새로운 게임이라고 내놓은 게임이 많습니다. 하나의 타이틀이 인기를 끌면 그 이름을 이용해서 부제만 바꾸고 조금 바꿔서 내놓고요. 타이틀이 다르더라도 효과음 같은 것들은 또 재탕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써 놓으면 잘 감이 안 올 거 같지만 여러분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입니다. D! L! C! 기본 타이틀로 기기를 내고, 그게 히트 치면 기능 몇 개 추가해서 내고, 많이 기능이 들어가면 묶어서 확장팩을 내고, 나중에 리마스터를 하거나 리스킨을 해서 또 다른 이름으로 내죠.
이 코너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즐겨보도록 회사별로 제품을 나눠보았습니다.
인터내셔널 게임 테크놀로지 International Game Technology
1975년도에 설립된 역사가 깊은 슬롯머신 회사입니다. 연도가 말해주듯 매우 많은 제품군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주력군은 비디오 게임 릴보다는 고전 릴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휠 오브 포춘(Wheel of Fortune)이 있지요. 이 제품은 라스베이거스 어떤 카지노를 가도 적어도 한 제품은 보았던 듯합니다. 고전 릴에 잭팟 휠이 붙은 형태에요.
이 회사의 제품군으로 특이한 것이 있는데, 바로 핀볼입니다. 흔히 보이는 게임은 아닌데 보너스 게임으로 핀볼을 넣은 형태에요. 대표적으로 클레오파트라 핀볼(Cleopatra Pinball)이 있습니다. 다만 크게 권장하지는 않는 게 반응성이 매우 떨어져요. 공이 핀에 올 때 맞춰서 누르면 한 1초 뒤에 핀이 까딱하고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예측을 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그냥 막 갈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저러나 하지 않는 게 상책이에요. 누군가 하고 있다면 뒤에서 핀볼 게임 하는 걸 구경하면서 욕하는 걸 들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면 되겠습니다.
인크레더블 테크놀로지 Incredible Technologies
이 회사 게임은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돈을 심벌로 사용하는 크레이지 머니(Crazy Money) 시리즈가 주로 보입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설레발이 있는데요, 릴이 돌다 보면 무언가 엄청나게 걸릴 것만 같은 효과음이 자주 나옵니다. 물론 보통은 별일이 없습니다만 그 횟수가 꽤 많은 만큼 종소리도 꽤 자주 울려요. 그렇게 종소리가 울리면 이제 큰 휠이 돌아가는데 이 휠이 꽤 짜서 심하면 방금 넣은 돈 만큼만 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종소리가 자주 들리는 만큼 짧게 즐길 거라면 이 게임만 한 게 없습니다.
어리스토크랫 레저 Aristocrat Leisure
무려 1953년에 설립되어 여태까지 활발하게 슬롯을 제작하는 호주의 회사입니다. 보통 웅장한 크고 아름다운 제품군은 대체로 여기서 나옵니다. 특징으로는 위의 이미지와 같이 유명한 드라마 혹은 영화와 제휴한 게임이 많다는 것이겠군요. 워킹 데드(Walking Dead), 빅뱅 이론(Big Bang Theory),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등이 있습니다.
이 회사 제품의 특징이라면 곡면 형태의 기다란 게임 화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네요. 그리고 피처가 발동되거나 보너스 게임이 뜨면 영화 클립이 재생됩니다. 그 게임 테마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반가울 수 있겠네요. 그리고 보너스 게임의 종류도 많아서 모두 접해볼 수 없는 특징이 있네요. 물론 지갑이 두툼한 분들은 근성으로 다 해보실 수 있겠지만 너님은 아니시잖아요.
코나미 Konami
네. 맞습니다. 거기 리듬덕후 여러분.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그 코나미 맞습니다. 이미지는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게임을 특별히 가져왔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게임인데 구글 이미지 검색해서 가져왔습니다. 맞죠? 여러분이 즐겨하는 그것. 저는 잘 모르지만요.
세가(SEGA), 코에이(KOEI) 모두 파친코 업계에는 진출했지만 오직 573만이 카지노에 입성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깔아주는 기계를 정ㅋ벅ㅋ했네요. 카지노에는 물론 크고 훌륭한 슬롯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만 실제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작은 기계들입니다. 빽빽하게 보여야 하거든요. 그리고 보면 보통 코나미 거예요. 아주 틈새시장을 잘 노렸습니다. 아마 번들로 묶어 팔 것만 같네요. 예전에 소울칼리버 4를 사러 갔더니 남코가 끼워팔기 때문에 싸게 넘길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요.
그래서 코나미 기기는 효과음이 같은 건 물론이고 심벌, 이미지도 비슷한 게 허다합니다. 심지어 폰트까지요. 낯선 슬롯에게서 무언가의 향기를 느꼈다면 십중팔구는 코나미 겁니다. 사골의 위력이죠.
사이언티픽 게임즈 Scientific Games
이곳은 동심을 팔아먹는 곳이군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폐업 마켓팅으로 무려 지분을 넘기는 희대의 가챠를 아이들에게 팔아먹더니 그렇게 데려온 아이들을 인체실험에 쓴 것으로도 모자라 결국 슬롯업계에 투신했네요. 제가 해봐서 아는데 거의 5분 넘게 화려한 이펙트로 사람을 정신 혼미하게 만들더니 최종적으로 4달러를 줬습니다. 야, 이 웡카노무 새X야! 너희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지금 전차 몰고 가서 네놈들 공장 다 날려버리겠어!
흠흠. 다시 돌아와서, 여기는 모두 세로로 군비경쟁을 벌이는 사이에 가로본능을 들고 나왔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가로로 모니터 세 개를 붙여놨죠. 평소에 좌우 모니터는 안 쓰다가 보너스 게임에 들어가면 모두 릴로 바뀝니다. 근데 과학력이 부족한지 세로 곡면을 쓴 어리스토크랫 레저와 달리 여기는 베젤이 확연히 보이는 모니터 세 개를 씁니다. 그래도 쩍벌남 모니터 덕택에 의자도 크고 넓은 게 장점입니다. 이성친구와 함께 왔다면 같이 앉아서 즐기기에 제격이죠. 아, 없으시다고요? 에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 등신대 쿠션과 함께 오셨잖아요. 같이 앉으세요.
2부 끝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여러분은 슬롯의 알뜰하고 쓸모없고 신박하고 잡스러운 상식을 절반 이상 익혔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소개팅 자리에서 여기서 얻은 지식을 자랑하면 상대방은 당신의 열정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당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해줄 거예요.
좋은 사람 만나세요.
놀랍게도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아무리 가치 있고 잡스러운 지식을 습득했어도 써먹지 못하면 말짱 황이죠. 당연히 쓸모 있는 정보는 최대한 묵혀두었다 나중에 방출하는 법입니다. 물론 그 정보가 정말로 쓸모 있는지는 지켜봐야 알겠죠.
하지만 여기까지 오느라 허비한 시간과 휠을 돌리는 데 사용한 손가락 힘이 아깝다면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공유를 눌러서 다른 사람도 이런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죠. 아주 그럴싸한 낚시 제목과 함께요. 뭐 “충격, 라스베이거스에서 발견한 숨 막히는 뒤태” 정도 말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충격적인 그렇고 그런 정보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당신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단 하나만 즐길 수 있다면 3」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