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들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게으른 생물이 멸종할 가능성이 낮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적자생존의 법칙(survival of the fittest)’에 빗대 survival of the laziest라고 표현했습니다. 의외의 결과는 아닌 게, 대사율이 낮은 동물의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캔자스 대학의 루크 스트로츠와 그 동료들은 조개 같은 이매패류와 달팽이 같은 복족류 299종이 500만 년 동안 멸종한 속도와 현생 근연종의 대사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대사율이 낮은 종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대사율이 높을수록 서식 범위가 좁을수록 멸종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반드시 역설적이지 않은 결과인 게,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물일수록 대사율이 높고 많이 먹어야 합니다. 따라서 먹이가 줄어드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취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초 대사율이 매우 낮고 구조가 단순한 해면이나 해파리가 한 번도 대량멸종에서 사라지지 않고 번영을 누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같은 연체동물이라도 대사율이 낮고 움직임이 느린 쪽이 멸종 가능성이 더 낮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현생 조개류나 달팽이류가 느릿느릿 움직이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그쪽이 생존에 유리한 것입니다. 물론 이 해석이 다른 부류의 생물에서 그대로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타와 그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이 진화적 군비 경쟁을 통해 매우 빨라진 건 그렇지 않으면 서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연구 결과인 점은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해석은 이 연구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대멸종에서 가장 취약한 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사율이 높고 서식지가 좁은 종이 가장 취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 Metabolic rates, climate and macroevolution: A case study using Neogene mollusc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rspb.royalsocietypublishing.or
-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