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③ 잠깐의 부주의가 저작권을 침해한다
위기 사례 연구
모 혁신창업센터에 입주한 T사의 대표이사 진철민(29)씨는 T사의 수석 개발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같이 일하는 친구 개발자를 포함해 총 2명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비전이 있는 그는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자신의 서비스를 보며 항상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서비스의 ‘익명판’에 꽤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좀 아깝단 말야. 그걸 가지고 공감 콘텐츠를 만들면 “바이럴”이 되지 않을까?
그간 참석한 센터 내 네트워킹과 마케팅, 멘토링, 강좌 덕분에 이것저것 알게 된 진씨는 자신의 서비스가 ‘공감’을 자극해야 함을 간파하고 홍보 자료를 만들어 다양한 채널에 확산하기로 결심한다.
DB 속 회원들의 글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중 괜찮은 것들을 추렸다. 심지어는 요즘 유행이라는 ‘비디오식 카드 뉴스’에 도전해 보기까지 했다.
나도여기 가입해서 가끔보는데 여기 진짜 이런 대박적인 글들 꽤올라오는듯 @이친구 @저친구 너네도 여기 봐봐
그간의 네트워킹과 공부가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그가 만든 공감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활성 회원도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상승세를 즐기려던 찰나, 평소에 잠잠하던 ‘고객센터’에 낯선 종류의 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몇 번을 되풀이 읽던 철민 씨는 결국,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역정을 냈다.
뭐? 우리 서비스에 올라온 글 우리가 쓰겠다는데 무슨 저작권 침해니, 고소를 하니 이러고 앉았어?
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았다. 문의 메일이 온 지 이틀 뒤에는 웬 법무법인에서 내용증명 서류가 발송되더니, 얼마 후에는 지금까지의 ‘불법 행위’를 불문에 부치는 대신 더 이상의 해당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합의 문서 양식이 도착했다.
마지못해 도장을 찍어 반송하면서도 진철민 씨는 황당하고 의아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어떤 불법도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의 홍보 콘텐츠 제작/유통 과정에서 정말로 어떤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다음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무엇일까?
- 글을 쓴 회원의 명예 훼손
- 글을 쓴 회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 홍보 콘텐츠에 사용한 비디오의 사용권 침해
- 홍보 콘텐츠에 사용한 폰트의 지적 재산권 침해
정답
② 회원의 글을 홍보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에서 원저작자의 저작권(2차적 저작물 작성권, 동일성 유지권 등) 침해
사례 해설
콘텐츠 생산을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소규모 스타트업은 제한된 여건 아래에서 고객 접촉 채널을 확장할 목적으로 직접 홍보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카드 뉴스”, “바이럴 동영상”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홍보 자료 역시 ‘콘텐츠’이며 엄연한 지적 재산으로서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규제를 받는다.
그 말인즉, 자기가 저작권자임을 인정받은 저작물에 대해서는 지적 재산권, 공표권(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보여주지 않을 권리), 성명표시권(누가 만든 것인지 알게 할 권리), 동일성 유지권(남들이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할 권리) 등을 행사할 수 있는 한편,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 지적 재산권을 양도받지 않는 한 그 권리자가 갖는 여러 권리들을 침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 45조가 규정하는 바, 2차적 저작물 작성 이용권(뭔가를 새로 만들 때 가져다 쓸 권리)은 별도 특약이 없는 한 저작권 양도 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2차 저작물 생산을 할 수 있다는 확약을 받지 않으면, 남이 만든 글이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만으로도 저작권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예방 가이드
진철민 씨의 경우를 포함하여, 스타트업의 홍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사례들을 살펴보자.
참고로 오늘은 좀 많다. 하지만 정말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이기 때문에 집중하면 정말 좋겠다.
하나. 외주를 주어 납품 받은 캐릭터 디자인을 우리 회사에서 직접 임의로 수정해 사용한다면?
발주처가 처음부터 캐릭터 원안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외주 업체가 예컨대 스캔 작업만 대행해 주었을 뿐이라면, 그 결과물이 발주처의 저작물로 인정되어 임의 수정이 허용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 이러한 경우는 드물고, 이런 일은 보통 외주 업체가 먼저 제시하는 시안들 중에서 발주처가 하나를 고르면 맞춤 제작해 최종 납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여기서 지적 재산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저작권 양도 과정에서 명시하지 않는 한 2차 저작물 작성권은 기본적으로 양도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므로, 그 캐릭터를 가져다가 별도의 새로운 것(변형된 캐릭터 등)을 만들 권리는 여전히 외주 업체에 귀속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외주 업체로부터 캐릭터 디자인의 최종본을 납고받고 거래를 끝낼 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지적 재산권 일체를 양도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캐릭터 디자인을 이후에 임의로 변경할 경우, 요컨대 “기껏 열심히 만들어준 캐릭터를 망쳐 놓는” 저작권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둘. 회원들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하는 홍보 자료를 만든다면?
‘전체공개’로 썼느냐 ‘친구공개’로 썼느냐, 익명으로 게시했느냐 등의 변수에 관계 없이, 회원이 쓴 글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회원에게 있다.
따라서 그것을 인용한 2차적 저작물인 홍보 자료를 만드는 것 또한 저작권자인 해당 회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일이 된다. 게다가 홍보 자료라는 것은 그 제작 과정에서 회원이 쓴 글을 특정 목적에 입각해 편집 및 재배치하게 되기 때문에, ‘동일성 유지권’ 역시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로 인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식은, 그 글을 편집해서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원본을 그대로 두고, 예컨대 방문자들이 특정 섬네일을 클릭했을 때 해당 원본으로 이동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회원의 게시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약관을 고지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전제 하에)
또는 약관을 변경하여, 이후로는 회원의 저작물을 홍보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에 동의하는 회원의 글만을 활용하겠다고 고지하고 회원의 직접 동의를 수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전 절차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문을 활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해당 회원에게 직접 연락하여 적절한 이용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셋. ‘무료 폰트’라는 정보를 보고 폰트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한다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권리를 획득한 폰트의 사용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2001년 판례에 따라, ‘폰트’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하나로 간주되며, 따라서 어떤 폰트의 라이선스(저작권 양도 조건)를 부여받는 시점에서 통상적으로 그 폰트를 활용한 2차 저작의 권리 역시 양도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용에 필요한 권리가 ‘실제로’ 정당하게 양도되었느냐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소위 ‘상업용 라이선스’가 해당 폰트에 어떻게 부여되어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사용 목적을 일체 묻지 않는 완전 무료 서체들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무료 폰트’라고 불리는 것들은 “개인 또는 집단이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 대해서 비용을 묻지 않는 라이선스가 적용돼 있으며, ‘영리적 목적의 사용’에 대해서는 별도 문의를 통한 라이선스 구입을 요구한다.
스타트업은 영리 추구 집단이므로 어떤 폰트를 사용했을 때 그 목적이 비영리적이었음을 입증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스타트업으로서 컴퓨터 서체를 사용할 때는, ‘상업적 목적의 사용’도 무료로 허용된 것만을 사용하거나, 폰트의 저작자에 연락하여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라이선스를 득할 필요가 있다.
넷. 홍보 영상에 배경음악으로 대중가요를 삽입한다면?
아, 음원의 권리 관계는 까다롭다. 작곡가 및 작사가가 ‘저작자’로서의 권리를 갖고, 가수 및 악기 연주자들에게도 ‘실연자’로서의 권리가 있으며, 그걸 취입해 음원으로 제작하고 배급하는 ‘제작자’도 권리 관계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는 각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다운로드 받은 대중가요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그 저작자, 실연자, 제작자 모두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들 모두와 일일이 저작권을 협의하기란 피차 비효율적이므로, 실제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등 각 권리자들이 권리를 신탁한 기관에 문의하여 필요한 절차를 밟고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그 사용권을 얻게 된다.
덧붙여, 세간에 잘못 알려진 바 “1분 내외의 사용은 괜찮다”, “다른 소리와 섞거나 음량을 줄이거나 약간 속도를 올려서 쓰면 된다” 등의 풍문은 법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사례 연구에서 살펴 본 진씨는
회원이 게시한 저작물에 대하여, 회원의 허락 등을 통한 적정한 저작권 양도 없이, 무단으로 활용하여 2차 저작을 하려고 한 것이므로, 회원의 입장에서는 저작권법이 명시하는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경고할 근거가 충분하다.
애초에 온라인 서비스의 회원들이란 대체로 자신의 글이나 사진 등이 특정 회사의 영리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사적인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게재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 약관이나 별도 연락을 통해 사전 권리를 획득하지 않은 한은, 그들이 무엇을 올리든 함부로 인용해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늘의 교훈
저작권 개념 자체는 16세기부터 있어 왔지만, 이제는 누구나 일상에서조차도 다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되었다. 이는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투자 자본, 법적 정보 등이 부족한 탓에 종종 부주의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근거 없는 낭설을 믿거나 ‘설마 이런 것도 문제가 되겠어?’와 같은 자의적 해석에 막연히 기대어, 결과적으로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이라면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 어떤 지적 재산이든 그것을 사용할 때는 그 저작권자가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저작자로부터 저작물의 권리를 양도 받아야 하며, 이때 필요하다면 비용을 지불하거나 허락을 득해야 한다.
이것을 과도한 절차나 불필요한 행정이 아닌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겪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는 관점도 중요하다 하겠다.
제4부 예고
제가 일단은 ‘임원급’으로 일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4부작은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자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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